지난달 25일 새벽 0시쯤 승차 호출 제한구역 밖에서 대기하는 택시 모습. 서울용산경찰서 제공"여기는 택시가 잡히지 않으니 밖으로 이동해주세요."
핼러윈을 앞둔 지난달 25일 토요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에서 카카오T앱으로 택시 호출을 시도하던 시민들이 경찰의 안내에 발길을 돌렸다. 현장에서 경찰관들은 "역 근처는 호출 제한 구역"이라고 안내하며 택시를 잡으려 서있던 시민들을 이동시켰다.
실제로 이날 새벽 3시쯤 해밀턴 호텔 골목 앞에 있는 이태원역 1번출구에서 카카오T앱으로 택시를 호출하려 하자, 출발 위치를 다른 곳으로 설정하라는 안내가 떴다. 역 출구 근처에서 귀가를 서두르던 시민들은 삼삼오오 발길을 돌려 일대를 벗어났다. 인근 녹사평역과 한강진역 방향으로 수백 미터 이동해 택시를 잡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이같이 호출이 제한된 이유는 경찰이 카카오모빌리티와 협업해 이태원역 출구 주변을 '택시 승차 호출 제한 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카카오T앱상 '택시 승차 호출 제한 구역' 표시 화면과 우회 승차지점 안내 화면. 서울용산경찰서 제공서울 용산경찰서는 10월 24~26일, 31일~11월 2일을 '핼러윈 집중 대비 기간'으로 정하고, 이 기간 동안 이태원역 1~4번출구 주변 322m를 T자 형태로 묶어 승차 호출 제한 구역으로 설정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야간 시간대 인파 밀집과 교통 정체로 인한 사고 예방 차원이다.
특히 경찰은 GeoPros(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바탕으로 교통 불편 신고가 누적된 구간을 분석해 제한 지역 설정에 반영했다. 이 공간에서 카카오택시를 호출하면 자동으로 우회 승차지점 안내가 이뤄지도록 했다.
25일 이태원에서 주말을 즐겼던 윤모씨는 "원래도 택시 잡기 어려운 곳이라 조금 나가서 부르는 게 보통이지만, 이런 조치가 있는 줄은 몰랐다"며 "사람들이 몰리는 곳에서 사고가 또 날까 걱정되기도 했는데 좋은 방법인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이태원역 일대에서는 택시 등 불법주·정차 차량이 도로로 늘어서 인파 흐름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반복돼왔다.
경찰 관계자는 "역 근처에서 택시를 부른 뒤 승객이 곧장 나오지 않아 인근 도로에 택시가 쌓이는 문제가 컸다"며 "불편하더라도 조금 외곽으로 출발지를 설정하게 되면 차량 이동뿐 아니라 인파 분산 효과도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핼로윈 주간 이태원역 일대 인파 관리 모습. 서울용산경찰서 제공
핼러윈 당일인 지난달 31일 밤에는 이태원역 일대에 1만 4천~6천 명의 인파가 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밤 10시 20분쯤부터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해밀턴호텔 뒷 경사 골목 진입을 차단했다. 또 밤 11시부터는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조치를 시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일 밤에 한때는 이태원역에서 녹사평역까지 도로를 보행자가 다닐 수 있도록 전면 통제하면서 안전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올해 핼러윈 주간 이태원역 일대에서 큰 사고는 없었다. 이번 협업은 10월 5째주 지역경찰 활동 최우수 사례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