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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등급 이유로 일자리 잃은 장애인… 법원 "그건 차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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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상담가' 장애인 일자리서 장기요양등급 이유로 해고
정부 상대 소송 제기…법원 "차별 해당"
복지부, 규정 신설했지만…"삭제해야"
일자리 잃으면서 받지 못한 급여 531만4천원도 지급
"장애인 노동권 침해하는 일 다신 반복되지 않아야"

[촬영 이성민, 장지현] 연합뉴스[촬영 이성민, 장지현] 연합뉴스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했던 보건복지부 지침은 차별이라는 첫 법원 판단이 나왔다.

재판부는 복지부가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이에게 근로능력을 입증하도록 한 것도 차별이라고 보고, 해당 문구를 모두 삭제하도록 판결했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있어 차별 금지 및 노동권 보호를 중시한 판결로 풀이된다.

'동료 상담가' 장애인 일자리서 장기요양등급 이유로 해고

중증장애인 최윤정(66)씨는 복지부가 주관하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동료 상담가' 역할로 5년 간 참여해왔다. 동료 상담가는 장애인 당사자 간의 경험을 공유하고 상담하며 성공적인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일을 한다. 한 달에 50만여 원의 급여와 매해 계약을 해야했던 최씨였지만 보람을 느끼며 일했다.

그러다 최씨는 만 65세가 된 지난해 2월, 노인성 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신체·인지활동 지원 등 장기요양급여를 지급하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됐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장기요양등급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주민센터 담당자의 안내를 따랐던 결과다. 주민센터 담당자는 안내 과정에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않으면 만 65세 이후에는 활동지원사(활동지원인력)가 가정에 방문해 신체활동 등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했던 최씨는 어쩔 수 없이 장기요양등급심사를 받았고 지난해 2월 29일 장기요양 1등급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판정 한 달 만에 최씨는 퇴직을 통보받았다. 장애인 일자리 사업 안내서 지침에 따르면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은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원고 측 제공복지부의 장애인 일자리 사업 안내서 지침. 원고 측 제공이에 최씨는 해당 지침은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씨 측은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인 원고를 직접 차별했고, 형식적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더 높은 확률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을 수밖에 없는 뇌병변장애인인 원고를 간접 차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씨의 소송 외에도 관련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복지부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장애인 일자리 신청 자격을 박탈하는 지침을 뒤늦게 변경했다. 다만 장기요양보험 수급자가 일자리를 신청하려면 근로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의사진단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장기요양등급 재조사까지 받을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최씨 측은 신설 규정 역시 차별이라며 청구 취지 변경을 요청하며 소송을 이어갔다.

법원 "장애인차별법상 차별"…복지부 신설 규정도 삭제해야

재판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지난 6일 최씨의 퇴직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뤄져 장애인차별법상 차별에 해당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정부)가 2024년 사업안내로 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해 장애인일자리사업의 참여를 일률적으로 배제한 것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고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6조 제2항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원고에게 531만 4천여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최씨가 장애인 일자리를 잃게 되면서 받지 못한 급여를 모두 인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2025년 보건복지부 안내(지침)에 포함된 장애인 일자리 사업 요양급여제도에도 차별이 있어 적극적 구제로 삭제해야 한다"며 "사업 안내에 위와 같은 기재(진단서 제출)를 둔 것이 장애를 이유로 정당한 사유가 있는 차별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원고 측 제공복지부의 신설된 규정. 원고 측 제공복지부는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근로능력 여부'가 핵심 판정 기준이므로 진단서 제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한정된 재원으로 장애인일자리사업을 운영하고 있고, 제공할 수 있는 일자리의 수도 제한돼 있다"는 논리도 내세웠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씨 소송을 대리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소속 최현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장애인이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정당한 사유 없는 차별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가 2025년 변경한 지침에서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는 사람에게 진단서 등을 통해 근로능력을 입증하도록 한 것도 정당한 사유 없는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차별 시정을 위해 해당 문구들을 모두 삭제하도록 판결했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애인 일자리 사업은 정부가 장애인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한 최소한의 정책인데 여기에 부당한 참여 제한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장애인 노동권을 침해하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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