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단독]KT이사회, '경영 개입' 안건 기습 의결…"독립성 침해"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4일 KT 이사회서 사외이사단 권한 확대 의결
대표 부문장급 인사 시 이사회 승인 받도록 해
주요 조직개편 때도 이사회 허가해야…'권한 강화'
김영섭 연임 포기 선언에 기습 의결….권력 공백기 노려
정치적 외풍에 경영진 독립성 흔들릴 수 있어
사외이사 권한 강화 움직임…독립이사회 조직 추진도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혁신 불가능해"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KT 이사회가 사외이사 주도로 최근 경영진의 인사 및 조직개편 권한에 개입하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가 김영섭 대표 연임 포기와 소액결제 사태 후속 조치 등으로 혼란한 상황에서 기습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의결로 KT 경영권이 외부 압력에 흔들릴 수 있게 빗장이 열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정치권 압박에 취약한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의 독립성이 침해될 수 있어 내부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경영진 인사·조직 개편 때 이사회 승인 받도록 기습 의결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KT 이사회는 4일 대표이사의 인사·조직개편 전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KT 정관 제35조에 따르면, 사내이사가 아닌 경영 임원은 대표이사가 선임한다고 돼 있다. 그런데 이번 개정을 거치면서 KT 대표이사가 부문장급 인사를 단행할 경우 이사회의 의결을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경영진이 주요 조직개편에 나설 때도 이사회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이번 의결은 기습 작전처럼 진행됐다. 김영섭 대표가 무단 소액결제 및 해킹 사태로 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관련 후속 조치를 발표하는 중 의결됐다. 해당 안건을 두고 이사회 내부에서도 월권이 아니냐는 취지의 이견이 있었지만 일부 강성 이사의 주도로 안건이 통과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물러나자 권력 공백기를 틈타 경영진에 대한 권한 확대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상법과 KT 정관에서는 사외이사의 권한을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에 그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핵심 권한인 임직원 인사권과 조직개편은 대표이사에게 일임한 것이다. 이는 외부 압력으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사회가 구체적인 경영 활동에 개입할 경우 경영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KT의 경우 정치적 외풍에 취약한 만큼 이번 이사회 의결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20년이 넘었지만, 사실상 '주인 없는' 기업이다. 국민연금과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10% 안팎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해충돌 등을 우려해 경영에 목소리를 내지 않다보니 정치권의 입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민영화 이후 이용경, 남중수, 이석채, 황창규, 구현모 등 5명이 대표 자리에 올랐지만, 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완주한 인물은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결국 이번 의결로 KT의 일상적인 경영 활동이 정치적 외풍에 노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사외이사 입김에 따라 주요 간부가 임명되거나 특정 조직이 개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이사회만 하더라도 사외이사 8명 중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이사가 7명을 차지한다. 이중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자문위원회 출신 등 특정 정권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인물이 상당수 포진됐다.

한 전직 KT 임원은 "사외이사는 외부 압력에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경영권이 심각하게 흔들릴 수 있다"며 "마치 국회가 행정부를 수시로 흔드는 듯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사회 측은 이번 개정이 이사 권한을 확대하는 추세인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함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기업에서 핵심 인사를 임명할 때 이사회 승인을 받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적인 상황은 아니라는 취지다. 또 과도한 경영 간섭 우려에 대해서는 "주요 인사에 관해서만 승인을 요하기 때문에 과도한 우려"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사외이사 강화' 독립이사회 추진도…"지배구조 바로세워야"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사외이사가 경영진에 대한 권한 확대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T 이사회 내 사외이사 측은 최근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주장하며 독립이사회를 별도로 조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 이같은 내용의 법률 검토를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외이사진은 독립이사회를 통해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을 독자적으로 검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정 안건에 대해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독립이사회가 타당성 여부를 검토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의견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다. 이같은 움직임은 최근 KT 무단 소액결제 및 해킹 사태로 경영진에 대한 책임론이 대두되자 급물살을 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최근 KT와 마이크로소프트(MS) 간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이 KT에 불리하다는 점을 들어 김영섭 대표에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사진이 김 대표에게 세부 계약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김 대표가 이를 거부하자 이사진이 외부감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KT 수뇌부의 내홍을 두고 업계 시선은 곱지 않다. 이사진과 경영진이 합심해 혁신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이전투구를 벌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KT는 최근 정부의 '국가대표 AI' 선발 사업에도 고배를 마셨으며,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급 대상 기업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인공지능(AI) 전환 등에도 경쟁사에 상대적으로 밀리면서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다.

KT새노조 김미영 위원장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KT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기는커녕, 낙하산 인사와 비리 구조를 방조했다"며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어떤 혁신도 불가능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