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인공지능(AI) 고점론을 계기로 숨 고르기에 돌입한 코스피가 12월을 전후로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조정의 배경인 유동성 축소가 다시 확대로 전환할 이벤트가 이달 말부터 시작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2% 오른 4073.24로 장을 마쳤다. 앞서 3일 종가 4221.87에서 뒷걸음질을 시작한 코스피는 4천선을 내준 지 1거래일 만에 '4천피'로 복귀했다.
지난달 20% 상승한 코스피는 이달 들어 AI 고점론의 영향으로 한때 3800선까지 떨어지며 쉬어가는 모양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외국인이 7조 2천억원 순매도하며 조정을 주도했다.
이는 단기과열 해소와 매물을 소화하는 '건강한 조정'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은 "AI 버블 우려는 산업이 확장되는 과정에서 (AI 반도체) 공급 부족에 기인한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 "여기서 주가가 더 급하게 상승하면 지금보다 더 버블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조정을 어느 정도 보이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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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AI 고점론이 오는 19일(현지시간)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로 해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AI 고점론은 미국 빅테크 기업의 채권 발행과 수익화에 대한 우려로 '과잉투자' 논란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실제 AI 기업의 투자는 차입금보다 자기자본에 무게를 두고 있어 큰 문제로 보기 어렵다는 설명이 AI 고점론을 반박한다.
하나증권 김두언 연구원은 "IT 버블과 비교하는 현재 AI 붐은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이 공격적인 설비투자를 단행한다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25년 전 기업들이 차입에 의한 투자였다면 현재는 자기자본에 의한 투자"라며 "미국 기업의 AI 도입은 연평균 40% 이상 증가로 예상돼 향후 투자 계획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는 엔비디아 실적발표 후 AI 버블 우려는 경감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여기에 역대 최장기간 이어지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기능 정지)도 이달 안에 끝날 것이란 기대도 상당하다.
그동안 주식시장 상승 랠리를 주도한 유동성이 셧다운으로 축소되는 분위기였다. 현재 미국 정부의 TGA(정부의 세입과 세출 계정) 잔고는 9427억달러로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 같은 셧다운은 오는 27일 추수감사절을 전후로 일단락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율이 2기 집권 최저 수준이고, 공화당 내에서도 민주당이 요구하는 오바마케어(ACA) 보조금 1년 연장안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으며,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예상되는 추수감사절 여객·물류 운송이 셧다운으로 차질을 빚으면 엄청난 정치·경제적 후폭풍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 등 때문이다.
여기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다음달 1일 양적긴축(QT) 종료를 예정한 만큼, 유동성 공급 재개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11월 셧다운 종료는 곧장 12월 국내외 증시 리부트격 상승 전환을 자극할 소지가 있다"면서 "연방정부 정상화에 따른 TGA 방출 본격화와 QT 종료의 결합으로 시중 유동성 경색 현상은 크게 완화될 공산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셧다운 장기화에 억눌렸던 실물경기 환경은 12월 추가 금리 인하의 직간접적 빌미로 작용해 증시 추가 도약을 이끄는 정촉매가 될 개연성이 높다"며 "국내외 증시 투자자 모두 1976년 이래로 셧다운 종료 12개월 후 S&P500 투자 성과가 평균 12.7%에 달했다는 학습효과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의 경우 투자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사상 최고인 88조원을 돌파한 것도 주식시장의 반등을 이끌 요소로 꼽힌다.
삼성증권 박기량 수석연구위원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 셧다운 해소,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 세 가지 실마리가 해소된다면 탄탄한 펀더멘털과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강세장 복귀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현재는 시장에 필요한 조정기일뿐 더 높은 상승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