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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만의 최악이었는데…" 스페인 당구 전설, 67위 악몽 딛고 마침내 PBA 정복 본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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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체스가 11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시즌 7차 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승리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PBA 산체스가 11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시즌 7차 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승리한 뒤 세리머니하고 있다. PBA 
프로당구(PBA) 합류 후 고전했던 스페인 3쿠션의 전설이 드디어 적응을 마치고 리그를 주름잡을 태세다. 다니엘 산체스(51∙웰컴저축은행)가 올 시즌 3번의 결승 끝에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산체스는 11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리조트 그랜드호텔 컨벤션홀에서 열린 시즌 7차 투어 '국민의 행복쉼터 하이원리조트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베트남 은둔 고수' 마민껌(NH농협카드)을 눌렀다. 세트 스코어 4-2(15:6, 15:4, 7:15, 15:14, 14:15, 15:4)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통산 2번째 PBA 우승이다. 산체스는 지난 시즌 3차 투어인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서 처음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제야 비로소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산체스는 세계캐롬연맹(UMB) 시절 세계선수권 4회, 월드컵 15회 우승을 이루며 '황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 PBA를 휩쓴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 '인간 줄자'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세계 3쿠션 '4대 천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PBA에 지난 2023-24시즌 합류 이후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산체스는 뱅크 샷 2점제와 당구대 등 다른 PBA 환경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었다. 데뷔 시즌 1회전에서만 4번이나 탈락하는 등 상금 랭킹 67위에 머물렀다. 이닝 평균 득점은 1.658로 전체 3위였지만 세트제 등 달라진 조건이 낯설기만 했다.

그런 산체스는 지난 시즌 차츰 PBA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3차 투어에서 마침내 13개 투어 만에 정상에 올랐고, 상금 랭킹도 5위로 올라섰다. 산체스는 세트 경기 이닝 평균 득점 1위(1.835점)도 기록했다.

그러더니 올 시즌 산체스는 완전히 물오른 기량을 보이고 있다. 개막전과 6차 투어 준우승을 거뒀고, 3차 투어 4강 등 꾸준히 정상권에 머물렀다. 산체스는 결국 7차 투어에서 우승을 이뤘다. 이닝 평균 득점은 5위(1.723)인데 이기고 질 경기를 효율적으로 풀어가고 있다는 뜻도 된다. 시즌 상금 랭킹도 7위에서 1위(1억8150만 원)로 올라섰다.

우승 뒤 기념 촬영하는 산체스. PBA 우승 뒤 기념 촬영하는 산체스. PBA 

이날 결승에서도 산체스의 상승세가 확연히 드러났다. 1세트 첫 이닝부터 산체스는 뱅크 샷 2개를 포함해 7점을 몰아쳤고, 4이닝에서 6점을 뽑아내 기선을 제압했다. 2세트에도 4-4로 맞선 5이닝에서 무려 11점을 퍼부어 세트를 따냈다.

베트남의 유일한 챔피언인 마민껌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3세트 산체스가 7-3으로 리드한 이후 4이닝 연속 공타에 머문 사이 마민껌이 4이닝부터 4이닝 동안 12점을 올리며 만회했다. 마민껌은 3세트 14점에 먼저 도달하고도 산체스에 15점을 먼저 내줘 벼랑에 몰렸지만 4세트에는 산체스의 실수로 똑같이 15-14로 이겼다.

하지만 산체스는 6세트에서 행운까지 더하며 경기를 끝냈다. 초구부터 6점을 몰아친 산체스는 다음 이닝에서도 6점을 따냈고, 3이닝 2점까지 14-3으로 앞섰다. 6이닝에서 비껴치기 대회전을 정확하게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후 산체스는 "이번 시즌 2차례 준우승 끝에 드디어 우승을 했다"면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적응하고, 이렇게 큰 무대에서 우승해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PBA에서 첫 시즌과 지금을 비교하면 굉장히 발전했다고 느낀다"면서 "당시에는 우승하는 게 이렇게 힘들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는데 PBA에는 강한 선수들이 많다"고 돌아봤다.

데뷔 시즌은 떠올리기도 싫을 만큼 아쉬웠다. 산체스는 "당시 나는 우승과 거리가 먼 선수였고, 2023-24시즌은 내 커리어에서 최악에 가까웠다"면서 "상금 랭킹 67위로 시즌을 마감했는데, 16~17살 이후로 처음 받은 성적으로 끔찍한 시즌이었다"고 회상했다.

마민껌을 상대로 신중하게 샷을 구사하는 산체스. PBA 마민껌을 상대로 신중하게 샷을 구사하는 산체스. PBA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산체스는 "그래도 2번째 시즌부터 한국 무대에 점차 익숙해지며 3차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면서 "그때부터 테이블에만 적응하면 언제든지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변화에 적응하고 노력한 결과다. 산체스는 "UMB에서 활동할 때는 (2점이 아닌) 뱅크 샷을 치지 않았지만 PBA에서 (2점인) 뱅크 샷은 정말 중요한 시스템"이라면서 "올 시즌 나의 뱅크 샷 비율이 18%로 하위권인데 배움에 있어 젊은 나이인 만큼 더 적응하겠다"고 밝혔다.

체력도 문제 없다. 산체스는 "4강전과 결승까지 하루에 최대 14세트를 플레이할 수도 있다"면서 "그래서 200점에서 250점까지 점수를 내는 훈련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어 "평소 훈련량에 비해 오늘은 경기 시간이 적었기에 힘들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체력적인 요소보다 준결승전에서 풀 세트 경기를 해서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UMB 시절 세계 3쿠션을 주름잡았던 산체스. 이제 3년의 시간을 보내며 완벽히 적응을 마친 PBA 투어 정벌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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