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장안읍 월내 쪽에서 바라본 고리2호기(오른쪽 두 번째) 모습. 연합뉴스지난 2023년 4월부로 40년 간의 설계수명을 마치고 운전이 정지됐던 고리 원자력발전소 2호기가 재가동 채비에 나선다. 적합성 확인 절차를 거쳐 재운전을 시작하면 2033년 4월 8일까지 추가로 가동하게 된다.
국내 원전의 계속운전 허가가 이뤄진 건 고리 1호기와 월성 1호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탈탄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전환을 표방한 이재명 정부 들어 첫 계속운전 허가란 점에서 향후 원전 정책 방향과 관련해 업계와 학계에선 '청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세 번째 심의 끝에 6명 중 5명 찬성으로 의결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박종운, 성게용, 염학기) 추천안이 가결되고 있다. 연합뉴스원자력안전위원회는 13일 제 224회 회의를 열고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재적위원 6명 중 찬성 5인, 반대 1인(더불어민주당 추천 진재용 위원)의 의견으로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2호기는 전기출력 685MWe 용량의 가압경수로형 원전(웨스팅하우스)으로, 1978년 건설허가를 받아 1983년부터 운영을 시작, 2023년 4월 8일 설계수명이 만료돼 현재 운전이 정지된 상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고리 2호기 계속운전을 위해 '원자력안전법' 2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36조 4항에 따라 계속운전을 고려한 주요기기 수명평가 등 주기적 안전성평가 결과를 2022년 4월 4일 제출한 바 있다. 또 '원자력안전법' 103조에 따라 주민의견수렴(공람 및 공청회)을 거친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를 첨부, '원자력안전법' 20조에 따른 운영변경허가 서류를 2023년 3월 30일 제출했다.
원안위 산하 규제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2022년 4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약 3년 4개월간 안전성 심사를 진행했다. 이어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가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약 7개월간 KINS 심사 결과에 대한 사전 검토를 수행해 심사 결과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원안위는 지난 9월 25일 제222회 회의, 10월 23일 제223회 회의에서 두 차례에 걸쳐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안)을 심의했으나 재차 상정, 이날 세 번째 심의에서 결국 의결한 것이다.
원안위는 "구조물·계통·기기의 수명평가 및 설비 교체 계획 등을 심의한 결과 계속운전기간 충분한 안전여유도가 확보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의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방사선환경영향평가 또한 계속운전으로 인한 영향 및 중대사고를 포함한 주요 사고 영향도 모두 안전기준을 충족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고리 2호기의 안전여유도 확보 관련 설비 교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원안위가 현장점검을 통해 적합성 확인을 완료하면, 재가동이 이뤄진다.
원안위는 계속운전 심의과정의 투명한 공개를 위해 원자력안전정보공개센터 누리집(nsic.nssc.go.kr)에 안전성평가 신청 서류를 공개하고 있다. KINS 심사 및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검토, 원안위 심의를 거친 최종 자료도 공개할 예정이다.
최원호 위원장은 "현장점검을 통해 한수원의 설비 개선이 안전기준에 부합되게 이행되는지 철저히 확인해 고리 2호기가 안전하게 운전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李 "안전성 담보되면 연장해서 사용"…원전 입장 '청신호'?
이번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는 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중 원전 관련 입장을 확인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아 왔다.
과거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방침과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이후 원전이 정쟁의 소재가 돼 극심한 사회 진통을 겪은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대선 후보자 시절엔 '감원전'을 표방해 문 정부보다는 원전에 열린 입장을 내세운 데 이어, 지난 대선에선 재생에너지와 원전에 함께 투자하는 '에너지 믹스'로 한 발짝 더 물러섰지만, 업계에서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노후원전 계속운전 방침과 관련해 "가동 기간이 지난 원전도 안전성이 담보되면 연장해서 사용하고, 짓고 있는 것은 잘 지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주무 부처인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지난 10월 1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안전성을 담보로 해서 설계 수명 연장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한 데 이어, 이튿날엔 고리 2호기 현장을 직접 찾아 점검한 바 있다.
이번 고리 2호기 계속운전 허가로 노후원전 추가 가동과 관련해선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앞으로 이어질 노후원전 수명 연장 결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기후부에 따르면 고리 3, 4호기와 한빛 1, 2호기 및 한울 1, 2기도 원안위 등 총 10개 원전의 계속운전 허가(안) 심의를 신청한 상태다. 고리 2호기는 그 중 첫 심사 대상이었다.
다만 환경단체들은 노후원전 수명연장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탈핵시민행동 등 시민·환경단체 회원들은 이날 원안위 회의 현장 방청에 '고리 2호기 수명연장 심사무효' 띠를 들고 참여해 항의하기도 했다.
노후원전 수명연장에는 청신호가 켜졌지만,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선 새 정부가 아직 명확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에 윤석열 전 정부에서 수립해 지난해 2월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상 대형 원전 2기와 SMR(소형모듈러원전) 1기를새로 짓는 구상이 내년 제12차 전기본에 반영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날 원안위 심의는 국민의힘이 추천했던 김균태·제무성 위원과 민주당 추천 박천홍 위원 임기가 각각 10월 12일, 10월 24일 만료돼 6인의 위원만이 남은 상태에서 이뤄졌다.
원안위는 위원 9인을 정원으로 위원장과 사무처장이 상임위원을 맡고, 나머지 7인은 민간 전문가인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비상임위원은 정부에서 3명을 추천하고, 국회 여·야당에서 4명을 추천한다.
민주당은 신임 위원으로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박종운 교수를, 국민의힘은 성게용 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과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염학기 교수를 추천했다. 이들 추천안 3건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 인사 검증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내달 중 정식 임명이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