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전공의들이 지난 9월 복귀하며 진정된 듯 보였던 의정 관계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의료계는 이재명 정부의 의료정책을 두고 '제2의 의정갈등'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16일 오후 여의도 국회 앞에서 의협과 산하단체 회장단이 참석하는 전국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연다. 의협은 △검체검사 제도 개편 △성분명 처방 강제화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허용을 '3대 악법'으로 규정하고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대응 중이다.
검체검사 제도 개편…"일차의료 타격 받을 수도"
이 가운데 의료계의 반발이 가장 큰 사안은 검체검사 제도 개편이다. 현재 동네 의원에서 혈액·소변 검사가 이뤄지면 건강보험공단은 검사료 100%와 위탁관리료 10%를 합쳐 의원에 일괄 지급하고, 의원은 이를 전문 검사기관에 다시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상당수 검사기관이 계약을 유치하기 위해 검사료를 50~60% 수준으로 할인하거나, 계약 조건에 따라 일부 금액을 되돌려주는 관행이 생기면서 리베이트성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복지부는 과도한 할인 경쟁이 검사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의원과 검사기관이 각자 건강보험에 비용을 직접 청구하는 '분리 청구' 방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위탁관리료(10%) 조항을 없애 총 지급액을 100%로 정상화한 뒤, 병의원과 검사센터가 각각 정해진 비율에 따라 청구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개편안에 대한 일차의료 현장의 반발은 거세다. 한 개원의는 "위탁관리료가 없어지면 의원 입장에서는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검체검사 비중이 높은 일차의료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검체검사 중단 가능성도 언급됐다. 의협 김택우 회장은 지난 11일 세종 정부청사 앞 궐기대회에서 "정부가 강행한다면 검체검사 전면 중단을 선언할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한 의료공백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가 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 복지부로 이관?…교수 80% "반대한다"
경북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연합뉴스국립대병원 소관부처 이관 문제도 갈등의 또 다른 축이다. 정부는 국립대병원의 소관부처를 교육부에서 복지부로 옮겨 지역거점병원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서울대병원을 제외한 9개 국립대병원 이관 법안을 연내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강원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병원 등 9곳은 10일 공동 반대 입장을 내고 교수들의 반대가 광범위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육·연구 기능 약화와 교수 이탈 가능성을 우려하며 "국립대병원의 진료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대병원 교수 10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79.9%가 복지부 이관에 반대했다. 한 국립대병원 교수는 "이관 뒤 어떤 역할을 할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며 "지역의료 강화에만 치우쳐 연구 기능이 취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문제 역시 갈등의 불씨가 남아 있다. 복지부 산하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가 2027학년도 의대 정원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 중이지만, 의료계는 전문가 의견 반영이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추계위는 총 15명 중 의협 등 공급자 단체 추천 8명, 노동계·환자단체 등 수요자 단체 추천 7명으로 구성돼 있다.
의협 김성근 대변인은 "수급추계위원회 관련 법안 마련 당시 전공의를 포함한 임상 의료 전문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위원 자격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장 의료 전문가의 의견 수렴 없이 모델링 및 경제학·정책학 전문가의 의견 중심으로 추진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올해 안에 2027학년도 의대 정원 결정을 위한 인력 추계 규모를 확정할 방침이다. 지난해 전공의·의대생 집단행동을 촉발했던 의대 정원 문제인 만큼, 이번 논의 결과에 따라 젊은 의사층의 반발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