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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키우는 전력 수요…수혜는 원전 아닌 재생에너지+ESS[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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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라디오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매주 수/목/금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표준FM 98.1mhz 목/금 오후 5시에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전체 영상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 대담 :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

NDC 53~61%, 실행 정책이 승부처
2030 재생에너지 설치량 5~6배 확대 불가피
AI 시대 전력 수요는 '속도전', 진짜 수혜는 재생에너지+ESS
원전·가스는 느려 재생에너지 불가피
재생E 간헐성 해결하는 ESS, 미·유럽 ESS 연 20~30% 폭증
ESS, 한때 세계 80% 장악한 한국, 재도약 기회 잡아야


◆ 홍종호> 2035 NDC(국가별온실가스감축목표)가 발표되면서 한국의 재생에너지 시장에도 관심이 모입니다. 지금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해선 현 수준의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시장 규모가 3배 이상 커져야 한다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과감한 투자와 제도 개선 어떤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지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에게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한병화> 네 안녕하십니까.

◆ 홍종호> 지금 COP30(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이 진행 중인 만큼 현안을 가장 먼저 여쭤보겠습니다.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NDC가 확정됐죠. 2018년 대비 53~ 61% 범위로 제시됐는데요. 이번 NDC에 대해서 이 분야 전문가로서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 한병화> 보는 시각에 따라서 범위가 설정돼 있듯이 다를 것 같아요. 그러니까 산업계에서는 힘들다는 의견이 많고요. 반면에 재생에너지 업계나 그린 산업 업계에서는 조금 더 해도 되지 않았나 하면서 의견이 엇갈리니까 정부가 어느 정도 절충을 한 것 같고요. 산업이 위축돼서는 안 되고 그린 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것은 당면 과제이기 때문에요. 산업계에서 요구했던 48%보다는 높고 환경 쪽에서 무조건 60%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균형 잡힌 NDC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홍종호> 결국 이사님 말씀을 들어보면 산업계 내에도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산업 부문과 그린 산업 부문이 서로 이해가 다르다고 평가하시는 거죠?

◇ 한병화> 완전히 다르고요. 목표를 몇 퍼센트로 하는가 보다는 과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어떤 정책들을 촘촘하게 세우는가가 가장 중요합니다. 산업계에서 얘기하는 48% NDC를 한다고 하더라도 어마어마한 도전에 직면해 있거든요. 2030년까지 최소 100GW(기가와트) 이상의 풍력, 태양광을 점점 더 대한민국에 깔아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가 34~35GW 정도밖에 없어서 앞으로 연평균 10GW 이상의 풍력과 태양광을 깔아야 하는 건데요. 지금 시장이 연간 3GW거든요. 앞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될 텐데 고난을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이 길을 스킵하고 넘어간다면 경제는 없죠. 지금 글로벌 판이 그렇게 짜여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서도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과제인 겁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지면서 모든 영역이 힘들잖아요. 그런데 중국이 저렇게 잘 되고 성장이 지속 가능한 이유는 누구보다도 탄소 감축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거든요. 안 그래도 지금 중국의 생산 원가라든지, 품질 경쟁력 향상 같은 거에서 밀려 있습니다. 만약에 탄소 감축 부분까지도 밀린다면 우리 기업한테는 희망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시간이 남았을 때 그 부분을 강하게 각인하고 정부도 강하게 기업들을 리드해서 시장을 열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CBS 경제연구실 캡처CBS 경제연구실 캡처◆ 홍종호> 딱 10년 전인 2015년에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된다고 했을 때 산업계의 반응을 보면, 벌금 내고 벌과금 내고 목표를 못 맞춰서 산업계가 다 죽는다는 식의 보도 자료들이 전경련을 통해서 끊임없이 나왔던 기억이 있어요.

◇ 한병화> 비슷합니다. 지금도 NDC를 올리니까 NDC를 맞추려면 발전 자회사들은 십몇조 원을 더 내야 된다는 등 모든 거를 코스트(비용)로만 얘기하고 있거든요. 코스트인데 부담할 수밖에 없는 코스트이고 코스트에서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 대응할 수 있는 산업을 육성하는 게 핵심입니다. 그런데 그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게 안타깝고요.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 말씀하셨는데 10년 전에도 그렇게 반대를 했죠. 반대했는데 지금은 대한민국의 탄소 가격이 글로벌 국가 중에서 가장 낮습니다.

◆ 홍종호> 맞습니다.

◇ 한병화> 유럽 대비해서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가격을 물고 있고 기업들은 사실 부담이 거의 없는 상태예요. 그런데 탄소 국경 조정 제도가 들어왔잖아요. 그러면 국내에서 물지 않는 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해외로 수출할 때 물어야 하는데 말이죠. 그런 부분들을 좀 늦네요. 답답합니다.

답답한 게, 해외에서는 잘하고 있어요. 기업들이 해외 규제를 따라야 하기 때문에요. 그런데 국내에서는 유독 눈치를 보면서 진도가 잘 안 나간다는 건데요. 리더십이 더 강해야 하고요. 정치가 아니라 경제 문제로 봐야 하거든요. 그래서 여야 할 것 없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하는 항목입니다. 해외는 그렇게 하고 있는데 그러지 못한다는 거죠. 요즘 트럼프가 나와서 약간 희석되긴 했지만 트럼프 4년밖에 더 되겠습니까?

◆ 홍종호> 조금 화제를 바꿔서 가능성의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2035년까지의 NDC 목표가 정해졌습니다. 어쨌든 전환 부문에서 많이 줄이는 것으로 목표가 나와서 결국 해법은 재생에너지의 확대인데요. 앞으로 재생에너지 시장이 어느 정도로 커질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 한병화> 일단 실현 가능한 수준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제 예측은 아주 크지는 않습니다. 올해는 3GW 정도 되는데 2030년도에는 태양광 약 5GW와 육상과 해상을 합쳐 약 2GW로, 총 7GW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합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0년 목표를 100GW 이상으로 올리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야 발표한 NDC와 정합성이 맞습니다.

그런데 100GW를 하려면 앞으로 약 6년 동안 연평균 10GW 이상을 해야 하는 건데요. 올해는 3GW밖에 안 되고 내년에도 많아 봤자 단기간에 늘지 않기 때문에 5, 6GW 정도면 많이 하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빠지면 2030년도에는 ESS를 제외하고도 거의 14, 15GW 이상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거죠. 물론 목표가 다 달성된다고 보기엔 현재로서는 확률이 높지는 않습니다만 제가 추정하는 약 7GW보다는 훨씬 더 높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재생에너지 시장이 3배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5배, 6배까지 늘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CBS 경제연구실 캡처CBS 경제연구실 캡처
◆ 홍종호> 지금 목표로 나온 NDC 감축 과정에 부합하려면 재생에너지 설치량이 3배 이상 늘어나야 한다는 말씀인데요. 이 정도로 늘어난다면 2030년 우리나라 전체 전력 수급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사님 말씀하신 거에 따르면 약 20%를 넘어가는 걸까요?

◇ 한병화> 20%를 무조건 넘겨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OECD 꼴찌거든요. 풍력, 태양광 발전량 자체가 전체 발전량의 6%밖에 안 되고요. OECD 평균은 19% 정도 되고 웬만한 유럽의 선진국들은 다 50%나 60% 정도를 하고 있으니 무조건 20%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죠. 어떻게 할지에 대한 실현 방안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내고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겪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홍종호> 네. 재생에너지 시장이라고 하면 어떤 분야가 포함되는지도 말씀해 주시죠.

◇ 한병화> 재생에너지라고 하면 일단 풍력과 태양광이 주력입니다. 다만 저는 이 두 가지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고요. 해외에서는 풍력과 태양광, ESS를 같이 묶거든요. 왜냐하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극복하는 장치이기 때문에요. 그래서 각각의 투자 비용이 있죠. 풍력을 1GW 하는 데에 얼마나 들어가고 태양광과 ESS도 마찬가지고요. 투자 비용을 다 나누어서 저희가 그걸로 추정을 하는데요. 2024년 기준으로 보면 국내가 약 9조 원 규모인데 제 현재 추정치를 기준으로 하면 2030년에는 약 27조 원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고요. 만약에 100GW를 해서 정부의 목표를 다 달성한다면 27조 원이 아닌, 50~60조 원 이상의 큰 시장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홍종호> 27조 원을 잡아서 배분이 된다면 제일 많은 투자가 일어날 분야는 태양광이죠? 아무래도 워낙 설치가 빠르니까요.

◇ 한병화> 네. 설치가 빠르기 때문에 태양광은 국내에서 연간 설치량 기준으로 10GW를 넘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일본도 10GW 정도를 한 번 했었고 독일도 마찬가지이고요. 조도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많이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농형 태양광과 같은 부분들이 법제화만 빨리 진행되면 현 정부 내에서 연간 10GW를 올릴 수 있다고 봅니다. 풍력은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연간 4, 5GW 정도까지 올려야 할 것 같아요. 지금은 해상풍력 위주로 가고 있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안 되거든요. 그래서 아마 정부에서 육상풍력도 활성화하는 방안을 지금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홍종호> ESS 쪽은 경쟁력에 대해서 볼 때 결국 중국과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데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또한 글로벌 시장에서 앞으로 ESS의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의 역할이 무엇일지도 짚어주시죠.

◇ 한병화> ESS 이야기를 하면 참 답답합니다. 우리나라가 한때 글로벌 ESS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국가였거든요. 교수님도 기억나시겠지만 ESS를 권장하면서 엄청나게 설치했는데 불이 많이 났죠. 왜냐하면 그 당시에는 ESS를 관리하는 법 같은 것들이 부진했기 때문에 과도하게 충방전이 되면서 불이 많이 났었습니다. 그때는 한국이 글로벌 ESS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어요. 우리를 제외하고는 시장이 작았을 때입니다. 그런데 불이 나면서 정부의 지원을 완전히 멈춰버렸죠.

그래서 국내 시장이 없어졌고 그 틈을 타서 중국의 배터리 업체들이 LFP 배터리를 가지고 세계 시장을 완전히 다 장악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우리 업체들의 기술력은 LFP를 안 썼을 뿐이지, 배터리를 ESS화 해서 핸들링할 수 있는 기술은 세계 최고거든요. 그래서 지금 배터리 업체들이 LFP를 받아들이면서 내년부터는 미국 시장을 시작으로 해서 중국으로부터 접수해나갈 것입니다. 그거는 트럼프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긴 합니다.

◆ 홍종호> 중국 시장을 막아주는 거죠?

◇ 한병화> 바이든도 만들어 놨습니다만 중국으로부터 장벽을 훨씬 더 강화했어요. 그래서 미국의 배터리 업체들은 두 개의 보조금을 받습니다. 하나는 배터리를 생산할 때 받는 AMPC라는 거고요. 두 번째는 간접적으로 받는 건데 ESS 단지를 건설하게 되면 투자 세액 공제를 받는 겁니다. 그런데 AMPC는 내년부터 비중국 비중이 무조건 60% 이상이 되어야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게 매년 5~10%씩 올라갑니다. 그리고 ESS 투자 세액 공제는 원가 비중의 55% 이상이 되어야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것도 매년 5%씩 올라갑니다. 그러다 보니 중국 배터리를 가지고 ESS를 만드는 사업자들은 없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왜냐하면 ESS는 30%의 투자 세액 공제를 받지 않으면 경제성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래서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앞다투어서 미국의 ESS 업체들과 계약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사업자인 테슬라와도 이미 LG와 SDI가 했고요. 이제 시장을 다시 공략하는 상황이 되어 가는 건데요. 아직 유럽의 시장이 미국보다는 작지만 유럽의 ESS 성장 속도는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를 겁니다. 왜냐하면 너무 많은 재생에너지가 이미 있는 상태이고 유럽 주요 국가들이 지금 재생에너지가 너무 많아서 마이너스 전기 요금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잖아요. 공급이 갑자기 과잉되면 버려야 하는데 사업자로서는 그럴 바에 ESS에 담으려 하는 거죠.

CBS 경제연구실 캡처CBS 경제연구실 캡처◇ 한병화> 그래서 유럽의 ESS 시장도 굉장히 빠르게 성장을 하고 있어요. 그 시장도 지금은 중국이 대부분 장악을 하고 있는데 이제 우리 업체들이 LFP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배터리 셀 업체들 입장에서는 유럽의 ESS 시장도 앞으로 큰 시장이 될 것 같아요. 우리한테 다시 한번 기회가 온 건데 이 기회를 이번에는 놓치지 않고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중국에 비해서 뒤처질 게 전혀 없거든요.

◆ 홍종호> 국내 시장도 앞으로 ESS를 설치할 잠재력이 크지 않습니까? 국내에 이미 존재하는 큰 태양광 업체들, 300MW(메가와트) 규모 같은 곳에서도 아직 배터리가 충분히 설치되지 않은 경우들도 꽤 있지 않습니까?

◇ 한병화> 네. 기존에는 작은 사업자가 많아서 ESS를 설치하는 수요가 낮았어요. 그런데 앞으로는 대규모로 설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ESS 설치가 꼭 필요합니다. 다행히 정부가 ESS 입찰을 통해서 3GWh(기가와트시) 입찰을 한 번 했고 연내에 한 번 더 합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태양광 연간 설치량을 최소 5GW에서 약 10GW 정도 한다고 가정하면 2시간짜리 에너지 저장 장치를 기준으로 5GW만 해도 10GWh의 시장이 생겨야 하고 10GW가 되면 20GWh가 생겨야 합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NDC를 올렸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전기차를 많이 팔아야 합니다. 2년 동안 안 좋았는데 올해는 그나마 많이 성장을 했습니다. 약 20만 대를 넘어갈 것 같은데 NDC를 달성하려면 연평균 60~70만 대를 팔아야 합니다. 60만 대를 팔면 배터리 기준으로 약 40GWh 정도의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전기차와 ESS의 국내 수요만으로 국내 배터리 공장이 100% 이상 돌아가야 하니, 증설을 해야 하겠죠. 이런 것들이 바로 정책에 의해서 산업을 움직이게 하는 것들입니다.

◆ 홍종호> 네. 말씀을 들어보니까 어쨌든 ESS는 국내 시장, 유럽 시장, 미국 시장 앞으로 잘만 공략하면 굉장히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거네요.

◇ 한병화> 예전에는 전기차 시장이 워낙 클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에 전기차에 비해서 ESS 시장은 10%도 안 되는, 무시해도 되는 시장이었거든요. 그래서 사실은 업체들이 무시했던 것이고요. 그런데 이제는 미국의 전기차 시장이 생각보다는 나쁠 것이고, 반면에 ESS는 전력 수요 증가와 재생에너지 확대 덕분에 워낙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웬만한 주요 국가들에서는 전기차 대비해서 30% 정도의 시장을 보고 있어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 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 홍종호> ESS 수요를 견인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AI가 있는데 이거는 어떻게 보십니까?

◇ 한병화> 우리 투자가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AI 때문에 대부분 원전 얘기를 하는데 최근에는 AI로 인해서 ESS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많이 체험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그 중간에는 뭐가 있습니까? 바로 재생에너지가 있는 거죠. AI를 천연가스나 원전, 석탄으로 돌리면 ESS가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전통 에너지원은 미국에서 들어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요.

천연가스는 터빈이 부족하기 때문에 3년에서 5년까지 걸리고요. 석탄은 건설하지 않고 있고 원전은 건설하는 데 약 10년이 걸리잖아요. AI 데이터센터의 칩 사양은 보통 3년에서 4년 또는 5년 정도로 굉장히 빠르게 변하잖아요. 그래서 예전 빅테크들은 데이터 감가상각 연한이 칩 변화 속도 때문에 평균 3년이었어요. 요즘은 돈이 없어서 늘리긴 했는데 어쨌든 빠르게 상각할 정도로 투자와 모든 것들이 빠르게 일어나는 사이클인데요. 그 사이클이 전력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거죠. 지금 당장 설치가 압도적으로 많이 되고 있는 풍력과 태양광을 쓸 수밖에 없고 ESS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거죠.

◆ 홍종호> 결국 AI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수요가 증가하고 핵심 후방 산업인 전력 공급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중요한 과제가 되죠. 가장 빠르게 설치할 수 있고 청정인 재생에너지가 늘어날 수밖에 없네요. 또한 그것과 연결된 ESS가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으니 연쇄적인 체인 효과가 발생하는 시장을 보고 계시는 거네요.

◇ 한병화> 그렇죠. 그게 맞는 것이고 현실인데요. 지금 투자자들은 AI 하면 다 원전을 생각하시니까요. 국내 투자가들이 글로벌 원전 주식의 투자를 많이 주도하고 지금 글로벌 원전주 주가가 굉장히 많이 올랐잖아요. 물론 중장기적으로 AI가 버블이 아니고 계속해서 전력 수요가 증가한다면 원전의 수요도 증가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1년에 미국에서 설치되는 풍력, 태양광이 60~70GW 정도인데요. 다른 에너지원의 설치량은 굉장히 미미합니다. 천연가스는 1년에 많아야 10GW 정도 됩니다. 그래서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전력망을 돌리는 게 표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CBS 경제연구실 캡처CBS 경제연구실 캡처◇ 한병화> 그런데 이런 현상은 유럽으로 가고 있는데요. AI 데이터센터의 확산이 일어나면서 빅테크 입장에서도 영역을 많이 확장해야 하는데요. 유럽은 아예 들어갈 때부터 대부분의 빅테크가 재생에너지 베이스로 들어간다고 최근에 선언을 하고 있죠. 그러면 ESS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미국 ESS는 연평균 성장률이 20% 초반, 유럽은 30% 가까이로 보고 있습니다. ESS의 전성시대가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홍종호> 그러면 이사님은 현재로선 전기차가 주도하는 배터리보다 재생에너지가 주도하는 ESS 쪽 시장의 확대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계십니까?

◇ 한병화> 그렇죠. 모든 게 트럼프 때문에 어그러진 거긴 한데 원래 미국의 전기차 판매가 1년에 20~30% 꾸준하게 성장을 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올해, 내년까지는 거의 성장이 없거나 오히려 내년 같은 경우는 약간의 역성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 빈틈을 ESS가 치고 올라오기 때문에 지금 국내 투자가들은 전기차보다는 ESS가 얼마나 팔리는지와 앞으로 테슬라의 실적을 볼 때 ESS 설치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될 거예요. 그 정도로 테슬라의 ESS 판매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 홍종호> 네. 한국으로 조금 눈을 돌려서요. 아까 원전과 SMR 이야기도 잠깐 하셨는데 이번에 NDC가 확정되면서 국회에서는 너무 케케묵은 논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전환 부문에서 탄소 감축을 많이 하려면 지금부터 원전, 즉 주로 1.4GW 규모의 대형 원전의 입지를 확보하고 준비를 시작해서 지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정치권에서 일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 이사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 한병화> 만약 우리나라의 원전 비중이 30%를 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이 탄소 감축이 글로벌 표준이 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엄청 어려웠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감사하게 생각해요. 큰 사고 없이 원전 비중을 30% 정도로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OECD 꼴찌여도 산업 경쟁력이 낙오하지 않는 거죠. 그거는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나라의 원전 전력 비중은 프랑스를 제외하고는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프랑스가 60%대고 우리나라가 30%대, 그리고 미국이 20%가 조금 안 됩니다. 원전 밀집도는 우리나라가 프랑스나 일본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높아요. 30% 정도 수준에서 얼마나 더 높일 수 있겠냐는 거죠. 저는 그 부분이 좀 있고요. 반면에 재생에너지는 OECD 꼴찌로 6%밖에 안 돼서 글로벌 OECD 평균 대비 3분의 1밖에 되지 않거든요. 그러면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입장에서나 산업을 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나 어디에 집중을 할까요? 이제는 부족하고 초기 시장인 곳에 집중하는 것이 맞죠. 모든 사회적 리소스를 거기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 전체를 위해서도 맞는 거잖아요.

그래서 원전은 그냥 안전하게 쓰고 30% 정도에서 어떻게 잘 이끌어 갈 수 있을지를 신경 쓰면 좋겠고요. 재생에너지는 무조건 진격이죠. 평균 대비 3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것은 약간 수치스러운 일이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RE100이라든지 탄소국경조정제도라든지 이제 트럼프의 레임덕이 본격화되면요.

◆ 홍종호> 이미 그런 뉴스가 꽤 나오더군요.

◇ 한병화> 네. 그렇게 되면 아마 굉장히 많은 논의들이 있게 될 거고요. 미국도 탄소 장벽을 본격적으로 세울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그러면 다음 정부에서 기업들은 다 미국으로 가야 돼요. 수출 주도의 경제는 존재할 수가 없게 됩니다.

◆ 홍종호> 그게 가장 우려하는 대한민국 안에서의 산업 공동화 문제 아닙니까?

◇ 한병화> 그렇습니다. 국내는 국내대로 육성을 해야하고, 수출을 어느 정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내 제조업이 탈탄소화를 빠르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는 상태이죠. 다행인 것은 기후에너지환경부라는 플랫폼이 이미 만들어졌고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후 이슈, 에너지 이슈, 탈탄소 이슈에 대해서는 여야가 함께하는 공동의 플랫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걸 통해서 별도로 논의하고 서로 싸우는 것과는 다르게 해야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이거를 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아마 2030년 이후에는 보기 어려울 겁니다.

◆ 홍종호> 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한병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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