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류영주 기자 법무부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관련 입장문을 낸 검사장들에 대한 문책을 검토 중인 가운데 감사원의 4개월 전 보고서가 주목을 받고 있다. 당시 검사들에 대한 탄핵이 이뤄지자 이번 사태와 비슷하게 검찰 내부망에선 비판 성명이 줄을 이었다.
이에 국회는 '정치 중립에 반하는 집단 행동'이라며 감사를 요구했는데 감사원은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검찰의 중립성 훼손을 우려한 의견 표명일 뿐 위법한 집단 행동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이러한 감사원 결정 취지를 토대로 이번 검사장 문책 조치가 합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감사원 "檢 독립 훼손 우려한 성명은 위법한 집단행동 아냐"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7월 '법무부·검찰청·검사의 헌법·법령 위반 등 관련'이라는 제목의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간부들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자 중앙지검과 서울남부지검 검사들이 내부망 '이프로스'에 집단 성명을 잇따라 게시했다.
이에 민주당을 주축으로 국회 차원의 감사 요구안이 감사원에 접수됐다. 검사들의 행위가 정치적 중립 의무 등을 명시한 법령을 위반한 것은 아닌지 따져 달라는 취지였다.
감사원은 위법한 집단 행동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사들은 탄핵 추진으로 검찰의 기능이 저하되거나 검사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는 공익에 반하거나 직무에 전념할 의무를 저버리는 집단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감사원 판단이었다.
감사원은 다른 기관 공무원들의 집단 행위도 예로 들었다.
지난 2022년 7월 전국 경찰서장들은 행전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발해 회의를 소집했다. 당시 경찰청은 해산 명령 불이행 등을 이유로 징계 조치했을 뿐, 이들의 집단 행위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지난 2023년 9월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 추모 행사에 참여한 교사들의 경우 감찰이나 징계가 이뤄진 사례는 없다.
이밖에 감사원은 탄핵의 정당성에 대한 의견을 표명한 것은 특정 정당의 정치 활동을 반대하는 행위로 볼 수 없으며, 검사도 국민의 일원으로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류영주 기자검사장들도 항소 포기에 '우려' 표명…업무상 정당한 이의제기
이러한 감사원의 결정 취지를 고려했을 때 법무부의 문책 검토가 적절한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검사장들 역시 성명에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외 내용은 항소 포기에 이르게 된 경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국가공무원법 66조에서 금지하고 있는 집단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해당 법 조항은 공무원이 '공무 외의 일'을 위해 집단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런데 항소 제기는 형사소송법에서 규정한 검사의 업무에 해당하므로 '공무 외의 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검찰청법 7조에 따라 검사는 사건 지휘의 적법성 및 정당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대검찰청 예규인 '검사의 이의제기 절차 등에 관한 지침'은 이의제기를 한 검사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규정한다. 이번 성명 역시 이러한 규정에 근거한 정당한 이의제기권 행사로 볼 수 있다는 게 법조계 견해다.
비위 아닌 '성명 발표'만으로 강등?…법원 받아들이지 않을 듯
일각에선 지난 2007년 권태호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이 서울고검 검사로 전보 조치된 사례를 거론하며 검사장들에 대한 강등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시 법원은 이러한 인사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권 전 검사장의 경우 평검사가 아닌 고검검사로 전보된 것이어서 차이가 있다. 아울러 법원은 감찰 결과 구체적인 비위 사실이 있었다며 "인사 발령 처분이 사회통념상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비위 혐의가 명백해 인사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점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라며 "이번 사안에 직접적으로 적용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검사장을 평검사로 강등하는 인사 조치는 현행 규정에 반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통령령인 '대검 검사급 이상 검사의 보직범위에 관한 규정'은 검사장의 보직을 13개로 제한하고 있으며 여기에 평검사 보직은 없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강등하려면 해당 규정부터 바꾸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