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쿠팡 새벽배송 희생자 고(故)오승용씨의 유가족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유족-원내 제정당 공동기자회견에서 쿠팡 측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가 사고로 숨진 쿠팡기사 고(故) 오승용 씨. 대리점 측에서 사고 당시 고인이 음주운전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크게 논란이 일고 있다. 급기야 오씨 유가족이 직접 "허위사실이자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즉각 유언비어 유포를 중단해 달라고 촉구했다.
"부친상 이후 출근 전까지 음주사실 없어"
유가족은 19일 서울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유언비어가 고인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이자 사자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한다. 해당 유언비어에 대한 법적 대응도 함께 논의할 예정이다.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유족에 대한 근거 없는 2차 가해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오씨가 생전에 속했던 모 택배영업점 대표가 "(사고 당시 고인의) 음주운전 의혹에 대한 복수의 공익 제보가 들어왔다"며 음주운전 사고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이 불거졌다.
경찰이 당초 "음주감지기 조사 결과 음주가 아니다"라고 했다가 "음주 감지기 조사를 진행하지 못했다" "출동한 경찰관과 소방관 진술을 보면 술 냄새 등 음주로 의심되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이 자초한 혼란으로 2차 가해가 이어지자 유족이 나서게 된 것이다.
지난 10일 새벽 발생한 사고 현장 모습. 제주도소방안전본부 제공유가족은 "승용이는 아버지 장례 다음 날인 8일 오전 2시쯤 가족들과 함께 처가댁에 도착해 9일 오후 2시까지 머무르며 장인어른, 장모 외 5명의 일가친척과 함께했다. 이후 승용이는 자택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다 출근을 위해 (9일) 오후 6시 30분 자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고인이 아버지 장례 이후 출근 전까지 음주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 고인을 명예훼손하고 유족에게 2차 가해를 한 데 대해 법률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쿠팡, 제대로 된 과로방지 대책 내놔야"
이날 택배노조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도 이번 제주 쿠팡기사 사망 사고에 대해 "쿠팡 측이 유가족에게 공식적으로 사죄하고, 제대로 된 과로방지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 등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쿠팡은 자신들의 핵심 경쟁력인 새벽배송이 지속불가능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진정성을 갖고 사회적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비극의 뿌리엔 과로를 낳는 쿠팡 노동시스템이 있다. 매년 새벽배송 노동자가 사망했다. 언제까지 이런 일이 매년 계속돼야 하나. 주5일을 일해도 60시간 넘는 노동, 안 그래도 높은 노동 강도에 교대도 없는 야간노동을 하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과로사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쿠팡 측은 택배 과로 방지 사회적 합의와 청문회에서의 약속, 거기에 자신들이 직접 내세운 대책인 '격주5일제' 그 어느 것 하나 지킨 것이 없다. 쿠팡은 당장 유족에게 공식 사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새벽배송 개선안, 야간노동 위험성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쿠팡 새벽배송 사망사고 유가족들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쿠팡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한편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쿠팡 배송기사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졌다. 오승용 씨는 지난 10일 오전 2시 16분쯤 제주시 오라2동에서 1톤 탑차를 몰다 통신주를 들이받는 사고로 숨졌다. 당시 1차 배송을 마친 뒤 다시 물건을 싣기 위해 물류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에 벌어진 사고다.
오씨는 사고 직전까지 하루 11시간 30분, 주 6일 야간노동을 계속해서 해왔다. 아버지 장례를 치른 뒤에도 하루 쉬고 다시 야간근무에 투입됐다가 어린 두 자녀를 두고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