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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토끼'는 범인이 아니었다…'신정동 연쇄살인' 20년 만에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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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빌딩 관리인 장 모씨 DNA로 범인 특정
방송·온라인에서 확산된 의혹 사실과 달라
잘못된 의심·신상추적 20년 만에 진실 확인

미제로 남아있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20년 만에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미제로 남아있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20년 만에 확인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1일 브리핑을 열고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발생한 두 건의 여성 연쇄살인 사건(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진범이 20년 만에 DNA로 특정됐다.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확산돼 온 '엽기토끼 살인사건' 괴담, 방송의 추정 보도, 온라인의 무책임한 신상 지목은 모두 사실과 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21일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당시 빌딩 관리인이던 장모 씨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장씨는 이미 2015년 사망한 상태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경찰은 2016년부터 재수사에 착수해 국과수 감정을 의뢰한 끝에 피해자의 속옷과 시신 포장 노끈에서 동일한 DNA를 확인했다. 이후 신정동 전·출입자, 동일 수법 전과자, 공사장 관계자 등 23만여 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했고 1천5백여 명의 DNA를 대조했지만 결정적 단서를 찾지 못했다.

전환점은 '사망자'로 대상을 넓히면서 찾아왔다. 2006년 강간치상 혐의로 체포됐던 장씨가 수법과 동선, 근무지 등이 일치해 유력 용의자로 좁혀졌고, 장씨 생전 검체가 보관된 병원을 탐문 끝에 찾아내 DNA 일치를 확인했다. 이로써 두 사건은 동일범 소행임이 공식 확정됐다.

그러나 진범이 특정되기까지 신정동 사건은 실제 경찰 수사와 다른 방향의 의혹들이 여러 차례 제기됐다.

2020년 '엽기토끼' 연관성을 제기했던 모 방송사 시교양 프로그램 갈무리2020년 '엽기토끼' 연관성을 제기했던 모 방송사 시교양 프로그램 갈무리
특히 2020년 한 지상파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2006년 발생한 '엽기토끼 납치미수 사건'과 신정동 연쇄살인을 동일범으로 추정하는 내용을 다루면서 '엽기토끼 살인사건'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특정 인물이 방송 화면에 등장한 뒤 온라인에서 사실상 범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이 방송은 2006년 5월 신정동 인근 다세대주택으로 끌려갔다가 가까스로 도주한 한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당시 피해자가 "범인의 윗집 신발장에 엽기토끼 스티커가 있었다"는 진술을 근거로 연관 가능성을 제시했다.

방송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에서는 방송 내용을 바탕으로 특정인의 얼굴·주소 등이 공유됐다. 일부 유튜버는 해당 인물의 자택을 찾아가 촬영을 시도했고, '디지털교도소' 등 신상 공개 사이트에도 게시물이 올라왔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해당 인물을 용의선상에서 배제한 상태였다.

경찰 수사는 사건 초기부터 '엽기토끼 사건'과는 별개로 진행돼 왔다. 경찰은 2005년 발생한 살인 사건 직후 38명 규모의 전담팀을 꾸려 주변 병원·약국·공사현장을 탐문했고, 2016년 재수사에서도 동일 수법 전과자와 신정동 인근 거주자들을 연결하는 정황을 찾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방송에서 제기된 '엽기토끼 동일범설'은 경찰 수사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다.

CBS 심층취재팀은 2020년 관련 보도에서 이같은 사실을 전하며 신상 공개의 위험성과 억울한 지목 사례들을 짚은 바 있다. 당시 취재에서는 사실과 다른 정보가 '디지털교도소'에 올라가 피해를 본 여러 사례가 확인됐다.

경찰은 이번 '신정동 연쇄 살인사건' 발표를 통해 "2006년 '엽기토끼 사건' 당시 장씨는 이미 수감 중이었다"며 "두 사건을 동일범으로 볼 근거는 전혀 없다"고 공식 확인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신재문 팀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양천구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범인 특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신재문 팀장이 21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마포청사에서 양천구 신정동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 범인 특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발표로 방송 추정보도와 온라인에서의 '괴담'이 실제 수사와는 무관한 내용이었음이 확인된 만큼, 장기간 잘못된 의혹에 노출됐던 당사자들에 대한 후속 논란도 예상된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장소와 시기가 비슷해 혼동이 있었으나 두 사건은 동일범 소행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범인의 생사와 관계 없이 장기 미제 사건을 끝까지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은 범인을 특정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제기된 추정 보도·온라인 신상공개·확증 없이 반복된 범인 지목 등은 향후 유사 사건 처리 과정에서도 되돌아볼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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