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흠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한림대병원 제공한림대학교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박찬흠 교수(한림대 나노바이오재생의학연구소장) 연구팀이 개발한 우주 생물학 연구 탑재체 '바이오캐비넷(BioCabinet)'이 차세대중형위성 3호기에 실려 오는 27일 누리호 4차 발사를 통해 우주로 향한다.
바이오캐비넷은 우주 환경에서 줄기세포를 자동 배양하고 인공 심장을 3D 프린팅하는 국내 최초의 우주 의생명공학 실험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무게 55㎏의 바이오캐비넷은 바이오 3D 프린터와 줄기세포 분화 배양기를 갖춘 첨단 장치다.
이번 도전은 의료 접근성이 극도로 제한되는 우주 공간에서 생체 조직을 제작, 질환 반응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표로 추진됐다.
바이오캐비넷은 발사 충격과 방사선, 미세중력에서도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설계돼, 인공 심장 조직을 60일간 실증할 계획이다. 세포 상태에 따라 최대 1년까지 임무 연장도 가능하다.
탑재체에는 두 개의 바이오 모듈이 포함됐다. 첫 번째는 역분화 심장 줄기세포를 활용해 인공 심장을 3D 프린팅하고, 세포가 스스로 박동하는 과정을 모니터링한다.
두 번째는 편도(Tonsil)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혈관 분화를 확인하는 모듈이다.
편도유래 줄기세포는 면역 기능이 높고 다양한 세포로의 분화가 가능해 우주 환경에서도 안정성을 검증할 경우 지상·우주 모두에서 혈관 질환 치료 연구에 활용될 수 있다.
지상 연구에서 재현하기 어려운 '미세중력 환경'은 인공 장기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연다.
중력 영향이 거의 없는 우주에서는 세포가 기질에 눌리지 않아 3차원 구조 형성이 유리하고, 심박출량 변화와 혈관 직경 확장 등 인간의 생리적 반응도 극명하게 나타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항암제 결정화 연구를 위해 ISS에 투자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박 교수팀이 이번 실험에서 인공 심장의 실제 박동 데이터를 확보하면 향후 심혈관 치료제 개발에도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발사는 단순한 위성 실험을 넘어 한국 생명과학이 지상 한계를 넘어 우주로 확장되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내 최초로 생체조직 3D 프린팅 기반 우주 의생명 연구가 실현되며, 한국형 의생명공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국제무대에 제시될 것으로도 기대된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박찬흠 교수 연구팀 단체사진. 한림대병원 제공이번 연구를 이끈 박찬흠 교수는 외상·재건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이비인후과 의사였으나 인공 고막과 인공 연골 이식 과정에서 재생의학에 관심을 갖고 3D 바이오프린팅 연구에 발을 들였다.
의학적 한계를 넘고자 우주 연구까지 뛰어든 박 교수는 '발사체도 없는 한국이 우주 의생명 연구를 하느냐'는 회의적 시선 속에서도 연구 필요성을 들고 우주항공청·항우연·천문연 등을 직접 찾아다녔다.
어려움 끝에 2021년 누리호 탑재가 확정되면서 우주 의생명공학의 문을 여는 첫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
박 교수팀은 오는 2027년 발사를 목표로 약물 스크린 위성 '바이오렉스(BioRexs)'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구에서 가장 악성도가 높은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을 우주 궤도에서 배양하며 신약 반응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같은 해 ISS에서 난치성 간질환 치료를 위한 인공 간 구조체 제작을 시도하는 '바이오리브(BioLiv)'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우주 환경에서 조직공학 제형을 만들어 지구로 귀환시키는 '바이오팩토리', 심우주 미생물 연구 '바이오딥', 달·화성 환경 생명공학 실험 '바이오루나·바이오마스'도 연구 중이다.
박 교수는 "우주개발은 단기 수익보다 미래 기술의 씨앗을 심는 일"이라며 "이번 실험을 계기로 한국 우주 의생명공학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말했다.
박찬흠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한림대병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