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첫 공판이 열린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들에 대해 감치 재집행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 변호인들이 법정 위반과 함께 재판부 모욕 행위를 했다고 보고 감치와 별도로 형사 조치를 검토 중이다.
이진관 부장판사, 김용현 변호인들 감치 재집행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전날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 공판에서 "적법한 절차로 인적사항을 확인해 구치소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맞춰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감치 재판에서 한 변호사가 재판부를 향해 '해보자는 거냐', '공수처에서 봅시다'라고 진술했다"며 "이는 기존 감치 결정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의 법정질서 위반과 모욕 행위로 별도로 감치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했다.
법원조직법 제61조에는 법정 질서를 해치거나 폭언, 소란 등의 행위로 법원의 심리를 방해하는 경우, 재판의 위신을 현저하게 훼손한 사람에 대해 20일 이내의 감치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장관 변호인인 이하상·권우현 변호사는 앞서 한 전 총리 공판 기일에 법정에 출석해 신뢰관계 동석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신뢰관계 동석 요청은 범죄 피해자만 가능하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불허 판단에도 이들 변호인들은 법정에서 발언을 이어가는 등 지휘에 따르지 않자 재판부는 감치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이들 변호인단이 인적사항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서 구치소 이송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구치소는 인적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수용을 거부하면서 집행 명령이 중단됐다. 석방된 변호인들은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 부장판사에 대한 욕설과 함께 노골적인 비난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1일 입장문을 내고 "감치 재판을 받은 변호사들이 재판장을 상대로 욕설 등 인신공격적 발언을 한 것은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법관의 독립과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위법부당한 행위로써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 부장판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와 불법 감금 혐의로 고소·고발했다.
연합뉴스재판 과정 기행…변론 대신 여론전 집중하나
이들 변호인단의 재판 과정에서의 기행은 재판에서 여러 이어진 바 있다. '재판부와 화해를 원한다'고 언급하면서 재판부 직권으로 김 전 장관을 보석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재판부가 약한 자를 두들겨 패면 시정잡배와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 전 장관 내란 재판에선 "감치 당했는데 검사도 감치 해주시라", "검사가 증인을 협박하고 있다", "이래서 수사검사가 공판정에 나오면 안 되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재판에선 검사석에 특검보가 없다며 재판 무효를 주장했고 검사들에게 파견명령서를 제출해 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6일 김 전 장관 재판에서 지귀연 부장판사가 "재판부 기피신청 때문에 기일이 너무 많이 빠졌다"고 말하자 "야단치는 거냐"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들은 "법원이 특검팀의 불법 공소장을 받아들였다"고 주장하며 김 전 장관에 대한 추가 기소 사건에 대해 재판부 기피신청을 6번이나 내기도 했다. 이의신청과 집행정지 신청도 했다.
법원을 옮겨 달라는 '관할이전'까지 신청하며 재판을 지연시켰는데 기소 이후 정식 공판까지 수개월이 소요된 주요 원인이 됐다.
이들이 재판 진행에 협조하지 않으면서 재판부가 재판을 중단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 같은 모습에 사실상 변론은 포기하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문제는 이들의 행각이 향후 내란 재판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원 확인 안 될 경우 미집행…감치 허점 드러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감치 제도의 허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관으로 근무하며 여러 차례 감치 명령을 내린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번 김 전 장관 변호인들 사례로 신원을 밝히지 않을 경우 당일 감치 집행을 피할 수 있는 입법 공백이자 꼼수가 알려지게 됐다"며 "감치 명령이 실효성을 얻기 위해선 제도 보완·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애초에 감치 집행 과정에서 신원 확인 수위를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날 이진관 부장판사도 감치 집행 과정에서 신원 확인 절차에 대해 "감치는 현행범처럼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바로 구금해서 구치소에 인계하는 절차라는 점과 죄 없는 사람이 벌 받을 가능성 거의 없다는 측면에서 인적사항이나 동일성 요구 절차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원 확인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감치 집행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 재발되지 않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유사한 상황이 반복된다면 현행범으로 체포해 경찰에 인계해 관련 형사 절차가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현재 상황에서 감치의 실효성이 없어지는 상황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김 전 장관 변호인들에 대해서도 형사 조치를 취할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형사 조치는 법정에서 벌어진 일의 경우 법정 모욕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특검도 전날 김 전 장관 변호인단의 법정 질서 위반 행위에 대해 대한변호사협회 차원의 징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지영 특검보는 정례 브리핑에서 "김용현 변호인 측의 법정 소란이나 소동, 모욕적인 언사 등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