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이 가게에서 맥주병을 깨며 소란을 피우고 있다.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의 번화가에서 행인에게 막무가내로 시비를 걸고 폭행하거나,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상습 난동을 부린 생활 폭력 사범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생활 폭력은 시민의 일상을 해치는 범죄"라면서도 재범을 막기 위한 정신 상담·치료 등 적극적인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 부산 사하구 하단동의 한 번화가에서 행인들에게 고의로 시비를 걸고 폭행한 A(20대·남)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유튜버인 A씨는 번화가에서 실시간으로 온라인 방송을 하면서, 마주친 행인에게 막무가내로 "싸우자", "때려라"고 시비를 걸며 싸움을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모습은 실시간 온라인 방송으로 고스란히 송출됐고, A씨는 이를 하나의 방송 콘텐츠로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는 며칠 간격으로 A씨가 유사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A씨는 지인과 실시간 방송을 하며 술을 마시다가 만취한 상대방을 심하게 폭행하기도 했다. 경찰은 신고된 3건의 사건을 병합 수사해 폭행, 상해 등 혐의로 A씨를 구속 송치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지난달까지 이처럼 길거리, 상점 등 주변 생활 공간에서 발생하는 각종 '생활 주변 폭력' 사범 626명을 검거하고, 이 중 30명을 구속했다고 27일 밝혔다. 같은 기간 부산 전체에서는 모두 8288명의 생활 폭력 사범이 경찰에 붙잡혔고, 이 가운데 189명이 구속됐다.
생활 주변 폭력은 길거리나 상점, 대중교통 등 일상적인 생활 공간에서 발생하는 폭력성 행위 범죄로, 폭행·상해나 재물손괴, 업무방해, 공무집행 혐의 등을 포함한다.
부산 사하경찰서. 정혜린 기자지난 5월에는 상습적으로 사하구의 한 시장 상점에서 난동을 부리거나 가게에서 과일을 훔치는 등 영업방해와 특수협박, 절도 등 혐의로 B(60대·남)씨가 구속됐다. 과거에도 유사한 범행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B씨는 가석방 열흘 만에 또다시 시장에 나타나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수차례 행패를 부린 것으로 조사됐다.
허위 신고로 경찰과 소방 당국의 인력을 낭비하게 해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된 사례도 있었다. 올해 4월 "을숙도 다리에서 뛰어내리겠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돼 경찰과 소방 당국, 해양경찰은 인력 40여 명과 구조선, 잠수정 등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신고를 한 C(30대·남)씨는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었고, 당시 을숙도대교 인근에 간 적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C씨가 허위 신고를 한 것으로 보고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했다.
경찰은 자영업자 등 시민들, 특히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대상으로 한 생활 폭력을 철저하게 단속해야 한다면서도 재범을 막기 위한 후속 조치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사하경찰서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검거한 생활 폭력 사범 50여 명을 센터와 연계해 알코올중독이나 정신질환 상담, 치료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부산 사하경찰서 관계자는 "생활 폭력은 강력 범죄에 비해 경미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시민들의 생업이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한 범행이다. 어르신 등 사회적 약자가 대상인 경우가 많아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면서 "피의자들은 상당수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단속과 처벌이 목적이 아니라 실제 재범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피의자에 대한 상담과 치료 등 후속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