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찬진 금감원장이 "사전 예방적인 소비자 보호 방향성을 갖고 조직개편을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카드, 업비트 등 연이어 터지는 해킹 사고를 두고는 "우리나라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형편이 없다"며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정도로 관련 제재를 손질하겠다고 밝혔다.
'소비자 보호' 총괄감독국…개편 12월 내 마무리
이찬진 금감원장은 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 보호 원칙'을 다시금 강조하며 조직개편 방향성을 설명했다.
이 원장은 "기존 금융소비자보호처 시스템으로 조직을 운영한다고 하면 소위 사고가 발생한 이후 '사후 구제' 중심으로 소비자 보호 부분이 작동되고 있었다"며 "그 부분만은 개선해야겠다는 것을 최고의 과제로 설정했다. (금감원이) 각 업권별로 자체적 총괄감독국을 배치해 사전 예방적으로 구조 개편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불완전 판매뿐 아니라 상품 설계상의 하자, 제조상의 책임 문제 부분도 다뤄야 할 것 같다"며 "위험이나 상품의 설명 의무의 대상인 주요 사항들을 어떻게 구체화해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출 것인지 부분도 정확하게 정의하는 그 과정들을 지금 내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조직 신설, 국정과제 등을 반영한 조직 개편안이 임원 인사 검증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며 개편안 자체는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원장은 지난달부터 실시하고 있는 경영진 민원 상담 데이와 금융소비자 보호 토론회는 감독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의지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 소비자를 직접 만나 뵙고 목소리를 경청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겪고 있는 현장의 어려움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다"며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감독원의 노력이 일회성이 그치지 않고 조직 전반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하고 개선하겠다"고 했다.
'조 단위' 과징금 홍콩 ELS 후폭풍…"어려움 발생하지 않도록"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로 조 단위 과징금을 사전 통보한 데 대해선 이 원장은 자본비율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찾도록 금융위원회 등과 협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은 "적극적으로 금융위원회와 당국과 협의해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과징금 과태료의 규모와 관련된 부분은 저희가 한도 법적 제재 한도가 저희가 할 수 있는 부분에 관해선 소비자 보호를 관점을 관찰하되 그런 부분에 관한 정책적인 우려 사항이 최대한 발생하지 않도록 지금 감안해서 진행하고 있다"며 "금융위에서의 최종적인 결정 과정에서도 그런 부분이 반영될 것이라고 이해한다"고 했다.
금융권에선 이번 조 단위 과징금에 이어 담보인정비율(LTV)·국고채 입찰 담합 의혹에서도 대규모 과징금 예상되면서 은행권 '생산적 금융'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감원과 금융위원회는 과징금이 확정될 때까지 위험가중자산(RWA)에 반영하지 않도록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기관의 사후 구제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방안 역시 감독 당국이 미션"이라며 "이런 부분을 충실히 한 기관의 경우 제재에 있어 충분히 참작돼야 한다는 것도 유념하고 있다. 균형이 무너지지 않도록 유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향후 제재심과 금융위 단계에서 제재 수위를 낮추기 위해 자율배상 등에 힘쓴 점 등을 적극 소명할 것으로 보인다.
"보안투자, 형편없다..그냥 넘어갈 성격 아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장은 연이어 터지는 해킹 사태를 두고 쓴소리도 했다. 지난 27일 발생한 업비트 해킹 사태와 관련한 질문에 이 원장은 "가상자산 쪽 이용자 보호법의 상대적으로 한계가 좀 있다"라면서도 "그냥 넘어갈 성격의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가상 자산 관련된 부분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안전성"이라며 "시스템 보안 문제가 가상 자산의 가장 큰 생명이기도 하다. 가상자산 관련한 2단계 입법할 때 이 부분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점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해킹 사고로 고객정보가 유출된 롯데카드 사태를 두고도 "결과에 따라서 엄정한 제재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 원장은 "쿠팡은 금감원의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가 최근에 보는 해킹·보안 시스템 사고를 보면 평균적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안 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형편없는 수준"이라며 "(보안이) 뚫리면 회사가 망할 수 있는 정도 수준의 위험이라는 것을 제대로 인식을 덜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이 만약 뚫렸다고 한다면, 불안해서 어떻게 사느냐. 그 금융회사는 존속할 수 있을까"라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금융소비자 보호법에는 시스템 보안 등에 대한 소비자 보호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이를 전멱적으로 보완하는 법률 개정 등을 금융당국과 논의 중이다. 시스템 보안 문제가 아주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생존을 위한 투자라는 것을 만들기 위해 적어도 자본시장법에 준하는 정도의 규제와 제재 체계가 법률 개정을 통해서 전면적으로 도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취임 3개월 차에 들어선 이 원장은 이날 "복잡하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국민의 권익을 지키는 감독 당국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도 무겁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한다"고 입을 뗐다. 이 원장은 "금감원장은 열심히 하면 '극한 직업'인 것 같다"며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걱정했던 대로 전문 영역이 아니어서 더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국정감사를 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체계를 갖추는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