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본인·부모 중 한 명이 외국에서 건너와 한국에 정착한 '이주배경인구'에 대해 연령 등 제한없이 가장 포괄적인 통계를 처음으로 공표했다.
이들의 현황을 살펴보니 한국 국민 중 5.2%에 달하는 이주배경인구 중 80% 이상이 생산연령인구, 27.2%는 아동·청소년으로 '토박이 한국인'보다 연령 구성이 훨씬 젊었다.
국가데이터처는 8일 지난해 11월 1일을 기준으로 작성한 '이주배경인구 통계결과'를 첫 공표했다.
'이주배경인구'란 본인 또는 부모 중 적어도 한 명이 이주배경을 가진 사람인 경우로, 외국인은 물론 귀화·인지를 통해 국적을 취득한 내국인, 이민자 2세인 내국인, 북한이탈주민 및 판정인 등을 모두 합한 개념이다.
데이터처 김서영 인구총조사과장은 "처음으로 북한이탈주민, 판정인까지 이주배경인구로 포함했다"며 "연령과 포괄범위 제한 없이 포괄적인 이주배경인구 통계를 작성해 첫 공표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통계별 포괄범위 비교. 국가데이터처 제공
기존에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했던 이주배경인구 관련 통계에는 북한이탈주민, 판정인 및 그 자녀에 해당하는 내국인(기타)가 빠져있었다. 또 행정안전부가 파악하는 외국인주민현황 통계는 만 18세 이하인 자녀까지 제외됐는데, 이들을 모두 합한 통계를 데이터처가 처음으로 내놓은 것이다.
김 과장은 "이주배경인구가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부분들을 지원하는 정책들을 각 부처에서 하고 있는데, 누락되는 계층 없이 모든 정책 대상을 세워 통계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발표된 2024년 이주배경인구 통계 결과를 살펴보면 지난해 11월 1일 국내에 상주하는 이주배경인구는 271만 5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만 4천 명(5.2%) 증가했다.
이에 따라 한국 총인구 중 이주배경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전년보다 0.3%p 늘었다.
이 가운데 한국 국적을 가진 내국인은 67만 2천 명(24.8%)으로 2만 7천 명(4.1%) 증가했고, 외국인은 10만 8천 명(5.6%) 늘어난 204만 3천 명(75.2%)이었다.
이러한 증가세에 대해 김 과장은 "외국인 노동자, 유학생, 결혼이민자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이 증가하고 이들이 귀화하거나 결혼을 하여 자녀를 낳는 등 가족을 형성한 영향"이라며 "최근 고용허가제 규모를 확대한 경향으로 외국인이 늘면서 이주배경인구도 같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유형별로 나눠보면 이주배경인구 중 외국인이 204만 3천 명(75.2%)으로 가장 많고, 내국인(이민자2세) 38만 1천 명(14.0%), 내국인(귀화·인지) 24만 5천 명(9.0%), 내국인(기타) 4만 6천 명(1.7%) 순이었다.
연령별 이주배경인구. 국가데이터처 제공특히 연령별로 보면 이주배경인구 중 상당수가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었다. 구체적으로는 30대가 66만 명(24.3%)으로 가장 많고, 20대 57만 명(21.0%), 40대 41만 9천 명(15.4%) 순으로 많았다.
이에 따라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81.9%(222만 3천 명), 0~14세 유소년인구는 12.7%(34만 4천 명),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5.5%(14만 8천 명)를 차지했다. 한국 총인구 중 생산연령인구가 70.0%, 고령인구가 19.5%인 것에 비하면 이주배경인구의 연령 구성이 훨씬 더 젊은 것이다.
또 이주배경인구 중 전년 대비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도 20대로, 4만 2천 명(8.0%) 늘었다.
(부모)국적별 이주배경 아동·청소년. 국가데이터처 제공
24세 이하 인구를 아동·청소년으로 묶어서 살펴보면, 이주배경인구 중 아동·청소년은 73만 8천 명으로 전년 대비 5만 4천 명(7.9%) 증가했다. 이들은 주로 외국인(50.3%, 37만 2천 명)이거나 이민자2세인 내국인(44.9%, 33만 2천 명)이었다.
연령별로 잘게 나누면 20~24세가 26만 3천 명(35.6%)으로 가장 많고, 15~19세, 10~14세가 각각 13만 1천 명(17.7%), 12만 3천 명(16.6%) 순이었다.
이들의 부모가 현재 갖고 있거나, 과거에 가졌던 외국 국적을 살펴보면 베트남 20만 1천 명(27.2%), 중국 12만 2천 명(16.5%), 중국(한국계) 8만 8천 명(12.0%) 순으로 많아서, 이들 3개 국적의 자녀들이 전체 이주배경인구 아동·청소년 중 55.7%를 차지했다.
시군구별 이주배경인구 규모(왼쪽)와 시군구별 이주배경인구 비율(오른쪽). 국가데이터처 제공시도별로 보면 국내 이주배경인구의 절반 이상인 56.8%(154만 2천 명)가 수도권에 살았다. 시군별로는 경기 안산시가 11만 3천 명(4.2%)으로 가장 많고, 경기 화성시 8만 5천 명(3.1%), 경기 시흥시 8만 1천 명(3.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총인구 대비 이주배경인구 비율이 10% 이상인 시군구도 17곳이나 됐다. 가장 이주배경인구 비중이 높은 곳은 전남 영암군으로 21.1%에 달해 유일하게 20%를 넘겼고, 충북 음성군(19.9%), 경기 안산시(16.1%)가 뒤를 이었다.
이 외에도 경기 포천시(15.1%), 충북 진천군(15.0%), 경기 시흥시와 전남 완도군(14.1%), 서울 금천구와 전남 진도군(13.3%), 서울 구로구(13.0%)도 이주배경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으로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