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해 갑작스레 선포된 12·3 불법 비상계엄이 1년을 넘긴 가운데, '여수·순천 10·19 사건'(이하 여순사건) 유가족이 다시 한번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유족 2세인 이형용 지리산권역 역사문화연구소장은 8일 CBS노컷뉴스에 "1948년 여순사건이 벌어진 지 77년이 되는 올해, 윤 정부의 비상계엄 발령 1년이 되는 시점"이라며 "두 사건의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국가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 앞에서 놀랄 만큼 닮았다"고 운을 뗐다.
이 소장은 "여순사건은 제주4·3 진압이라는 부당한 명령을 둘러싸고 폭력이 행사된 사건"이라며 "12·3 계엄 사태 역시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억압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현실을 다시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이어 "여순사건은 오랜 세월 이념 갈등과 정치적 계산 속에서 심각하게 변형되고 왜곡됐다"며 "최근 출범한 여순사건 2기 진상보고서 작성기획단은 이 질문들에 답해야 하는 역사적인 조직이 됐다. 기획단의 역할은 더 이상 과거 자료를 단순히 모아 정리하는 데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여수·순천 10·19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는 최근 2기 기획단을 새롭게 구성했다. 2기 기획단은 김득중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을 단장으로 전문가, 법조계 인사, 유족 대표 등 위촉직 10명과 당연직 5명 등 총 15명으로 구성됐다.
1기 기획단에는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변호인단으로 활동한 김계리 변호사를 비롯해 뉴라이트 계열 인사 등이 상당수 포함돼 해당 단원을 해촉하라는 지역 사회와 정치권의 요구가 이어진 바 있다.
이 소장은 "일부 학계와 언론의 기록들이 검증 없이 인용돼 오히려 진상규명을 어렵게 만들어 왔다"며 "여순사건 진상 보고서가 이러한 2차 자료들을 철저한 검증 없이 인용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왜곡된 국가보고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올바른 진상보고서는 기구의 '출범'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장을 직접 밟고, 원본 자료를 검증하며, 왜곡의 과정을 추적하고, 가해 책임 구조를 명확히 밝히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며 "당시의 명령체계, 작전 보고의 실제 흐름, 현장의 작동 방식, 희생자 개별 사례 분석, 그리고 1948년 이후 2024년까지의 왜곡 양상까지 모두 원본 자료와 실증조사로 다시 정확히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여순사건 77주기를 맞아 "1948년 10월 19일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장병 2천여 명이 제주 4·3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했다. 부당한 명령에 맞선 결과는 참혹했다"며 "다시는 국가 폭력으로 인한 무고한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대통령으로서 엄중한 책임 의식을 갖고 이를 막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 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히자, 국민의힘 측이 반발해 잡음이 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