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연합뉴스대북송금 사건에서 '술자리 회유'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핵심 인물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회장과 그의 딸 사이 통화 녹취를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 회장은 당시 통화에서 쌍방울그룹 측의 경제적 지원이 제공될 것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검찰은 이 같은 통화 이후 안 회장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것으로 보는 중이다. 반면 쌍방울 측은 도의적 차원에서 경제적 지원을 해준 것뿐이며 진술 회유와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안부수, 딸과 통화하며 "쌍방울이 지원할 것"
1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검 인권침해 점검 태스크포스(TF)는 안 회장이 지난 2023년 자신의 딸과 통화하는 육성이 담긴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안 회장은 통화에서 걱정하는 딸을 안심시키며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한다.
특히 안 회장은 '용철이 삼촌에게 말했다'라는 취지로 언급하며 지원 주체가 쌍방울이라는 사실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 등은 안 회장과 그의 딸에게 주거 비용 등 명목의 1억여원을 회삿돈으로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이 같은 통화 녹취를 근거로 검찰은 쌍방울 측이 실제로 안 회장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한 경제적 지원의 목적은 안 회장에 대한 진술 회유 요청에 있다는 것이 검찰의 견해다.
안 회장은 2022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쌍방울이 북한 측에 건넨 돈은 주가 상승 목적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또한 이듬해 1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대북송금 관련 재판에선 '북한 스마트팜 사업비는 경기도와 무관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런데 안 회장은 같은 해 4월 재판에선 '이 전 부지사 요구에 따라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측에 500만 달러를 대납했다'는 취지로 말하며 기존 진술과 증언을 뒤집었다. 법원은 이러한 안 회장 진술이 믿을 만하다고 판단했고, 이 전 부지사는 지난 6월 대북송금 등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檢, 구속 심사서 통화 녹취 제시…"지원받고 진술 변경"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이 1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검찰은 이날 방 전 부회장 등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실심사) 과정에서도 통화 녹취를 제시하며 안 회장의 진술 변경과 관련이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안 회장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구체화되고 실제로 이뤄지면서 안 회장의 대북송금 관련 진술과 증언은 바뀌었다"며 "기존엔 경기도가 지급하기로 한 스마트팜 비용 대납이라고 진술하지 않았지만, 쌍방울 측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고 일부 받으면서 변경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검찰은 쌍방울 측의 경제적 지원이 진술 회유의 대가라는 것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제시한 안 회장의 통화 녹취에도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한다.
쌍방울 측은 인간적인 도리로 안 회장에게 경제적 지원을 제공한 것이라며 진술 회유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전날 자신의 뇌물공여 등 혐의 재판에서 "안 회장은 쌍방울 계열사 이사였는데 구속되면서 사택을 빼 딸이 오갈 데가 없어져 오피스텔이 제공됐다"며 "딸이 몸도 아프다고 했는데 인간적으로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안 회장도 자신이 진술을 바꾼 게 아닌, 이 전 부지사와의 신뢰 관계가 깨지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을 뒤늦게 증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안 회장 측 관계자는 "보호해주고 싶어 침묵했는데 이 전 부지사의 거짓말을 보고 침묵을 깬 것"이라고 전했다.
쌍방울 측 "인간적 도리로 지원…검찰 별건 수사"
한편 방 전 회장은 구속 심사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별건 수사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법무부와 검찰은 쌍방울 측이 수원지검 조사실에 연어와 술을 반입해 이 전 부지사에게 제공하며 진술을 회유했다는 의혹에 대해 감찰을 벌였다.
그런데 이번 구속영장에는 박모 전 쌍방울 이사가 법인 카드로 연어와 술을 구입해 조사실에 몰래 반입했다는 내용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진술 회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방 전 회장 측 변호인은 "법무부 실태 조사 보고서에서 시작됐는데 원래 하던 감찰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술자리 회유가 있었다는 것이) 입증이 안 돼서 그런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쌍방울 측이 안 회장에게 경제적 지원을 한 정황을 확보한 만큼 방 전 회장 등을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혐의로 수사하는 것은 별건이 아니라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검찰은 방 전 회장과 안 회장 등이 서로 입을 맞추고 있는 점, 쌍방울 측이 안 회장에게 제공한 사무실을 그대로 두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구속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