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해 일자리 증가폭이 역대 최저 기록을 연거푸 경신했다. 이는 특수고용노동자(특수형태근로자, 특고) 관련 통계자료가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 영향이 크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증가폭이 최근의 절반 아래로 떨어져 고용 상황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발표한 '2024년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는 2671만 개로 전년보다 6만 개(0.2%) 증가했다.
'일자리'는 노동자가 점유한 고용위치를 말해, '취업자'와 다른 개념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주중에 회사를 다니며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할 경우 취업자는 한 사람이지만, 일자리는 2개가 된다.
이러한 일자리는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크게 늘면서 2020년 71만 개, 2021년 85만 개, 2022년 87만 개씩 증가했다. 하지만 2023년에는 20만 개 증가에 그쳐 201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증가폭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이를 경신해 다시 최저기록을 세웠다.
다만 이는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이 개정돼 통계에 포함된 일자리 중 특고 일자리를 집계할 때 활용하는 '산재보험 입·이직 신고' 대상 직종이 지난해 7월부터 통계가 포괄하는 범위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렇게 통계에서 빠진 특고 직종을 제외하고 일자리 증감을 비교하면, 지난해 일자리는 36만 개 증가에 성공했다. 다만 이 역시 여전히 앞선 최근 증가폭에 비하면 확연히 낮은 수준이다.
국가데이터처 제공일자리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해 같은 시기와 동일한 노동자가 점유한 '지속 일자리'는 2089만 개(78.2%), 퇴직·이직으로 노동자가 대체된 일자리는 299만 개(11.2%)였다. 또 기업체 생성·사업 확장으로 생긴 신규 일자리는 283만 개(10.6%), 기업체 소멸·사업 축소로 사라진 소멸 일자리는 278만 개였다.
산업별 일자리 규모는 제조업이 518만 개(19.4%)로 가장 크고, 도소매 318만 개(11.9%), 보건‧사회복지 277만 개(10.4%), 건설업 214만 개(8.0%) 순으로 뒤를 이었다.
전년과 증감을 비교하면 보건‧사회복지에서만 13만 개나 늘었고, 제조업(5만 개), 협회·수리·개인(4만 개)에서도 많이 증가했다.
반면 건설경기 침체로 건설업에서만 6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마찬가지로 6만 개씩 일자리가 감소한 금융·보험, 운수·창고의 경우에는 특고 일자리가 집계대상에서 제외된 영향이 컸다. 이 외에도 지난해 극심한 내수 침체로 도소매 일자리도 3만 개 줄었고, 정보·통신(-3만 개), 예술·스포츠·여가(-3만 개)도 감소폭이 컸다.
성별로 보면 남자가 점유한 일자리는 1501만 개(56.2%)로 여자 1170만 개(43.8%)의 1.3배에 달했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여자의 일자리는 11만 개 증가(1.0%)한 반면 남자의 일자리는 6만 개(-0.4%) 감소했다.
이는 남자들이 주로 많이 일하는 건설업, 운수·창고에서 일자리가 줄고, 여자들이 많이 일하는 보건‧사회복지는 일자리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령별로는 50대 일자리가 643만 개(24.1%)로 가장 많고, 40대 603만 개(22.6%), 30대 531만 개(19.9%) 순이었다.
전년과 비교하면 60대(15만 개), 70세 이상(15만 개) 등 고령층 일자리는 증가한 반면 40대(-17만 개), 20대(-15만 개) 등은 감소했다. 이는 20대, 40대 인구 자체가 감소한 인구 효과와, 건설업, 정보통신업 등 해당 연령대가 주로 일하는 산업의 일자리가 줄어든 탓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