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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유엔사는 '新 총독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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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지대(DMZ)의 유엔기와 태극기. 연합뉴스비무장지대(DMZ)의 유엔기와 태극기. 연합뉴스
"국가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최근 국회에 나와 한 말이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1차장이 비무장지대(DMZ) 내 백마고지에서 진행되던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 현장을 최근 방문하려고 했는데, 유엔군사령부(유엔사)가 출입을 불허한 것을 두고 한탄한 것이다.
 
유엔사는 정접협정에 따라 DMZ 남측 구역 출입에 대한 승인권을 갖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한국의 안보 관련 고위급 인사가 인도적 차원의 유해 발굴 현장을 방문하는 것조차 막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유엔사,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군(미국 정부)이 한국 정부의 뭔가에 심기가 뒤틀려 트집을 잡은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유엔사 사령관은 현재 주한미군 사령관이 겸직하고 있다. 유엔사지만 유엔의 지휘를 사실상 받지 않는다. 대신 미국의 방침과 지시를 따른다.
 
2018년에도 유엔사의 '몽니'가 있었다. 그해 8월 남북간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 공동조사를 위해 남측의 열차와 관계자의 DMZ 통과를 유엔사가 불허했다. '승인하지 못해 유감'이라고만 밝혔을 뿐 불허한 구체적인 이유도 설명히지 않았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판문점 회동과 평양 회동 등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남북간 화해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조치였다.
 
석달 뒤 유엔사가 DMZ 통과를 허용했지만 12월 개성에서 열린 경의동해선 연결 착공식은 행사만 치러졌을 뿐 실제 공사는 진척되지 못했다.
 
경의선과 공해선에 대한 유엔사의 간섭은 지난 2000년에도 있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6.15 선언에 따라 남북이 철도 도로를 연결하려 했다. 남북의 설득으로 당시 유엔사는 DMZ 내 남측 연결구간의 관리권을 한국군에게 넘겨주기로 했다. 그러나 2002년 유엔사는 연결 구간 내 지뢰 제거 작업에 대해 승인을 받으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관리권'만 줬지 '관힐권'은 여전히 유엔사에 있으니 출입을 하려면 허락을 받으라는 것.
 
경의동해선 연결 사업에서 보인 유엔사의 거부감은 기술적, 행정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유엔사는 경의동해서 연결 사업 관계자의 DMZ 출입을 불허하면서 사업의 구체적 내용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경의동해선 불허 이후 한미 정부간에 남북교류협력 사업 등을 논의하는 '한미워킹그룹'이 설치됐다. 
 
워킹그룹 설치 의미는 명확했다.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를 앞서 가서는 안된다'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도 미국을 통해서만 하라'는 메시지다. 일종의 미국판 '통미봉남'인 셈이다.
 
워킹그룹 설치 이후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의 속도는 현저히 느려졌다. 트럼프-김정은 간 이른바 '하노이 노딜' 회동 이후 북한은 경의동해선 북측 연결 구간을 아예 폭파시켜 버렸고 급기야 '남북은 서로 다른 민족'임을 선언하기도 했다.
 
유엔사의 진정한 존재 이유는 정전 상태의 안정적 유지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 정착이 돼야 한다. 미국의 이익을 추종하기 위해 남북간 교류협력 사업의 발목을 잡고 한국 정부의 비군사적인 영토 주권 행사마저 방해하는 것은 '총독부냐'는 반발만 초래할 뿐이다.
 
유엔사 확대나 '재활성화'에 대해서도 주시해야 한다. 주하미군사령관에게 있는 전시작전권이 한국군에게 이양될 경우 유엔사를 강화함으로써 주하미군사령관의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짙다는 지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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