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부처 업무보고 발언. 연합뉴스 대통령실이 최근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를 통해 국정 투명성과 국민 소통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고환율 문제를 둘러싼 비판이 함께 누적되고 있다. 연말 '산타 랠리'를 앞두고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지자 정부도 적극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24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고환율 대응에 대한 질문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외환당국이 이미 입장을 밝힌 만큼 그 입장으로 대신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차원의 추가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선을 위협하며 이례적인 고환율 사태가 이어지자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이재명 정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환율이 구조적으로 1,480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한다"며 "경제의 기초 체력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SNS를 통해 이 대통령에 대해 6개월간 '환율'이라는 단어 한마디 언급이 없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며 정부의 대응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연합뉴스앞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외환시장 개장 직후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개인이 해외주식을 매각해 국내 주식에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한시 면제하는 방안과, 국민연금의 외환스와프를 통한 환 헤지 착수 등 조치가 잇따랐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3.8원 내린 1449.8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약 3년 1개월 만의 최대 낙폭으로, 이틀 연속 1480원을 웃돌던 환율이 급반전한 것이다.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 개입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며 대응에 나서고는 있지만 고민이 가볍지는 않다. 지난 22일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0.9%포인트 하락해 53.4%를 기록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정부부처 업무보고와 환율 문제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최근 관계 부처와 여러 차례 회의를 열어 종합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했다. 지난 18일엔 주요 대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외환시장 상황과 고환율 해소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개 석상에서 환율 문제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비공개 참모 회의에서 환율 상승 원인과 대응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으며 "주의 깊게 잘 대처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의 개입에도 고환율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내년 금융 안정과 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연말 환율을 기준으로 내년도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만큼, 환율 변동성이 경제 전반에 미칠 파급 효과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단기 시장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외환 당국의 연이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달 들어서만 원·달러 환율이 20원가량 상승하는 등 구조적 원화 약세 요인이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연초까지 환율이 점진적으로 안정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는 분위기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투자자들이 원화 약세에 베팅하는 흐름을 끊어야 한다"며 "국가 신용도 관리와 함께 (정부가) 무조건 돈을 푸는 걸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내) 기업들이 수출해서 번 돈을 시장에 환류하고 거시경제 지표를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