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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밑에서 靑 앞에 모인 사람들…연말에 꺼낸 각자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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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분수광장 곳곳에 1인 시위
故뚜안 사망사고 진상규명 대책위 '릴레이 108배'
정영섭 활동가 "정부 강제 단속에 노동자 숨져…사과해야"
세월호참사 희생자 故임경빈 학생 어머니 1인 피켓팅
대통령에 "바쁘고 힘들겠지만 유가족 마음 보듬어주길"
산책 나온 시민들…"정치권 협치, 사회 통합" 소망도

31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숨진 이주노동자 故뚜안씨를 기리는 108배가 이어지고 있다. 김수정 기자 31일 오후 2시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숨진 이주노동자 故뚜안씨를 기리는 108배가 이어지고 있다. 김수정 기자
영하의 맹추위를 뚫고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 저마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모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세밑에서도 대통령을 향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31일 오후 2시쯤 청와대를 상징하는 봉황 형상의 동상이 설치된 분수대 앞에서 이주노동자 故뚜안씨를 기리는 108배가 이어졌다. 뚜안씨는 지난 10월 28일 대구의 한 공장에서 출입국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2층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불법인 사람은 없다. 강제단속 즉각 중단하라!'고 적힌 피켓과 뚜안씨의 생전 사진을 든 활동가 정영섭(52)씨는 추운 날씨에 패딩 모자를 뒤집어쓴 채 분수대 앞에 섰다. 바닥에 깔린 매트 위에서는 다른 활동가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징 소리에 맞춰 절을 이어갔다. 대구·경북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활동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집무를 시작한 지난 29일부터 사흘째 이곳에서 릴레이 108배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9일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노숙 농성을 하다가 청와대로 자리를 옮겼다.

정씨는 "이번 사망사건은 단속이라는 국가 행정 집행으로 노동자가 숨진 사건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마땅히 사과해야 한다"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강제 단속 정책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의 전반적인 이주민 정책도 되돌아봐야 한다"며 "새해에는 이주노동자들이 온기를 느끼고 따뜻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분수대 앞에서 세월호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4반 故임경빈 학생의 어머니 전인숙(53)씨도 만났다. 전씨는 "대통령이 청와대에 와서 업무를 보고 계시는데 우린 2주 전부터 여기서 피켓팅을 이어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전씨가 잡고 있는 피켓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거듭된 약속. 아직도 안 지키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전씨는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충분히 구조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왜 구조하지 못했는지 그 원인을 밝혀달라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에 대통령에게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이냐고 묻자 전씨는 "우리 사회는 세월호부터 시작해서 이태원참사, 무안공항참사, 아리셀참사 등을 겪었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또다른 참사가 덜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바쁘고 힘들겠지만 꼭 유가족들 마음을 보듬어주길 바란다"며 대통령에 당부했다.

31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故임성빈 학생 어머니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김수정 기자31일 오후 2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세월호 희생자 故임성빈 학생 어머니가 피켓을 들고 서 있다. 김수정 기자강한 바람에 한낮에도 체감온도가 영하 7도로 떨어진 이날, 광장 인근에는 두꺼운 차림으로 산책을 나온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새해를 앞두고 정부와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들도 제각기 달랐다.

말일을 맞아 장도 볼겸 산책을 나왔다는 장윤미(25)씨는 "용와대 시절에는 뭔가 낯선 느낌이 강했는데, 대통령 집무실이 다시 제가 사는 동네로 돌아와서 반갑다"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씨는 "탄핵정국을 겪으며 올해 대한민국의 시간이 멈춰있었던 것 같다. 새해에는 여야가 정쟁 없이 협치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며 "대통령이 앞장서서 협치의 장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청와대 인근 공원에 마련된 운동기구에서 몸을 풀던 종로구 주민 심옥덕(90)씨는 "정부가 노인들을 위한 건강 지원을 더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노인들은 이빨이 없으면 먹지를 못한다. 특히 노인 치아 건강을 도와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아내와 손을 잡고 산책하던 이한배(67)씨는 "올해는 나라가 반쪽으로 쪼개졌지 않냐"며 "사회를 다시 통합하는 게 이재명 대통령이 가장 신경 써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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