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김영록 전라남도지사가 2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통합 지방정부 추진 공동선언문'을 발표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제공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행정통합 추진을 공식 선언하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통합 광역단체장'을 선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초광역 단위 행정체계 개편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정책적 의지를 보이고 있고, 여권 내에서는 실제 통합을 전제로 한 법안까지 발의되면서 정치권 논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법과 제도가 요구하는 절차를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시간이 촉박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언만으로는 불가능… 통합은 법률 사안
2일 지역정가에 따르면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선언이나 협약만으로 추진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지방자치단체의 설치·폐지·분할·합병을 반드시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역시와 도를 하나의 지방정부로 통합하려면 국회가 별도의 '통합 지방자치단체 설치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먼저 두 시·도는 통합 이후 행정체계와 재정 구조, 권한 배분, 청사 위치 등을 담은 통합안을 마련해야 한다. 통합안에는 통합 지방자치단체 명칭과 광역의회 구성, 사무 배분, 재정 특례와 권한 이양, 공무원 정원과 직급 체계, 기존 사업 승계 기준 등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의회와 전남도의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고,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등 공감대 형성 절차도 병행될 가능성이 크다.
주민동의는 '사실상 필수'… 국회 문턱 넘으려면
주민동의 여부도 핵심 변수다. 주민투표는 법률상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광역단체 통합은 행정구역 자체가 바뀌는 중대 사안인 만큼, 주민동의 절차 없이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정치적 정당성과 수용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투표나 이에 준하는 공식적인 주민의사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최종 관문은 국회다. 광역시·도 통합은 행정구역의 '폐치·분합'에 해당해, 국회가 법률로 새로운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고 기존 단체의 지위를 조정해야 한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공포·시행돼야만 통합 지방정부가 법적으로 출범할 수 있다.
정준호 의원, '광주전남초광역특별자치도' 설치법 발의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를 통합해 '광주전남초광역특별자치도'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광주전남초광역특별자치도 설치 및 지원특례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은 현행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를 폐지하고 통합 광역단체를 새로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에는 통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에 대한 국가 지원과 함께 지방교부세, 행정기구 설치, 사무 권한, 보조기관 직급 등 행정·재정 전반에 걸쳐 폭넓은 특례를 둘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 공무원과 조례, 각종 행정행위의 연속성을 보장해 행정 공백을 최소화하는 장치와, 통합 광역단체장과 의회를 차기 지방선거에서 선출하도록 하는 선거 특례 규정도 포함됐다.
특히 법안은 2026년 지방선거에서 광주·전남을 대표하는 단일 광역단체장을 선출하고 같은 해 7월 통합 광역단체를 출범시키는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에 제출된 발의 단계로, 실제 행정통합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국회 통과와 주민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6월 선거까지 시간 촉박… 대통령 의지·입법 동력이 변수
문제는 시간이다.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오는 6월 3일로 이미 일정이 확정돼 있다.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려면 선거 전에 통합 지방자치단체가 법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통합안 마련부터 의회 의견 수렴, 주민동의 절차, 국회 입법과 공포까지를 짧은 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는 얘기다.
과거 행정구역 개편과 통합 사례 대부분이 장기간 논의와 준비를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는 상당히 빠듯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대통령이 초광역 행정체계 개편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정책적 동력을 보이고 있고, 여권 내에서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입법 움직임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초단체·기초의회는 유지가 기본
기초자치단체의 존폐 문제도 관심사다. 현재 논의가 광역단체 통합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광주 5개 자치구와 전남 22개 시·군, 기초의회는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 기본 시나리오다. 특별법에 별도 규정이 없는 한 구청장·시장·군수와 기초의원 선거도 기존 체계대로 치러진다. 다만 특별법에서 기초단체 체계 조정이나 광역의회 구성 방식을 함께 다룰 경우 추가 논의가 불가피하다.
광주·전남 행정통합은 지역 경쟁력 강화를 내세운 대형 구상이다. 선언과 법안 발의로 정치적 논의는 본격화됐지만, 실제 통합으로 이어질지는 국회 입법이라는 제도적 관문과 주민동의라는 정치적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