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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AG 열리는데 웬 날벼락?" 韓 체육회 경기력향상비 30% 삭감 통보, 정부와 갈등에 종목 단체 '청천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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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가 산하 단체에 교부하는 경기력향상지원비가 올해 30% 가까이 삭감된다. 마침 2026년에는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터라 관련 종목들은 비상이 걸려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대한체육회는 산하 단체에 '2026년도 경기력향상지원 사업규모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사업 총액이 감액돼 지난해만큼 예산 지원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관련 사업에 대해 정부에서 낮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체육회는 "2026년도 경기력향상지원사업 총액이 기획재정부에서 시행하는 보조사업연장평가에서 '미흡' 판정을 받아 2025년 대비 22억6800만 원 감액돼 59억800만 원으로 확정됐다"고 전했다. 평가를 받은 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로, 사실상 산하 단체인 체육회다. 

체육회는 "이에 회원종목단체별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시 부득이 전년 수준의 예산 편성 및 배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단체별 지원금액 확정 및 사업계획(안) 제출 요청은 별도 안내드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3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은 지난해 총액에서 약 28%나 된다. 각 종목 단체들은 올해 살림에 빨간 불이 켜졌다. 외부에서 후원을 많이 받는 인기 종목이야 타격이 크지 않지만 비인기 군소 종목들은 경기력향상지원비의 비중이 절대적이라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대한체육회가 지난달 각 종목 단체들에 발송한 공문 캡처대한체육회가 지난달 각 종목 단체들에 발송한 공문 캡처
 
한 종목 단체 관계자는 "경향비가 대표팀의 국제 대회 파견에 대부분 들어가는데 30% 정도나 줄게 되면 출전 대회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지금까지 경향비가 줄어든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나 많이 삭감되는 건 처음"이라면서 "다른 후원도 거의 없는 상황인데 올해를 어떻게 버틸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올해는 오는 9월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그나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은 다음달이라 지난해 예산으로 충당이 가능하다지만 아시안게임을 대비하는 종목들은 비상이 걸렸다. 한 아시안게임 종목 단체 관계자는 "당장 올해 아시안게임인데 경향비가 줄면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출전해 실전 감각과 국제 경쟁력을 키울 기회조차 사라지게 된다"면서 "가장 중요한 해에 하필 경향비를 삭감하는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향비는 종목 단체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기본 3000만 원대부터 많게는 1억4000만 원이 넘는다. 올해 어떤 단체는 5000만 원 가까운 경향비가 삭감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사정이 나은 종목도 있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워낙 대표팀의 국제 대회 파견이 많아 외부 후원으로 대부분 충당이 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배드민턴협회도 글로벌 용품 업체 요넥스로부터 당초 290만 달러(약 42억 원)와 물품 10억 원의 후원을 받기로 돼 있었지만 안세영(삼성생명) 등의 개인 후원 여파로 50%가 줄었다. 르피랩 등 다른 기업 후원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경향비는 대부분 대표팀의 국제 대회 파견에 쓰이기 때문에 이번 삭감에 따라 큰 대회 1개나 작은 대회 2개 정도 출전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고 귀띔했다.
 
다른 종목들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또 다른 종목 관계자는 "외부 후원이 없는 상황에서 체육회의 경향비 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데 대표팀 운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계산이 서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대한체육회 등에 대한 국정 감사에서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일단 체육회에 대한 평가가 이례적으로 낮게 이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관계자는 "체육회의 기금 운용에 대한 평가가 4, 5등급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문체부와 체육회의 힘겨루기 속에 체육 단체들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들린다. 각 종목 단체들은 예산을 배정하는 상위 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울며 겨자 먹기로 사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체육회도 필사적으로 뛰었지만 예산 삭감을 막지 못한 모양새다. 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이번 사안과 관련해 "경향비는 그간 사업 내용의 불분명성을 사유로 지출 구조 조정 대상 사업으로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면서 "이에 따라 2026년도 정부안 편성 과정에서 전년 대비 약 30% 삭감됐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원상 복구 및 증액 요청이 있었으나 최종 예산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유승민 회장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국회를 4번이나 찾아갔지만 삭감을 막지 못했다"고 귀띔했다.

다만 경향비 삭감에 따른 보완은 어느 정도 이뤄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체육회 관계자는 "예비 국가대표 선수 육성 사업(30억 원), 전략 종목 육성 사업(80억 원) 등 전문 체육 육성을 위한 관련 사업비가 확대 편성됐다"면서 "경기력향상지원비 감액에 따른 영향은 일정 부분 보완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 지원 예산은 사실상 용처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각 종목 단체들이 대표팀 운용에 효과적으로 투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전략 종목 육성 사업비는 대표팀이 아니라 주니어나 상비군 운용에 써야 하는 등 규제가 까다롭다"고 짚었다.

체육 단체들은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해에 경향비가 늘어나지는 못할 망정 줄었다"고 개탄하고 있다. 정부와 체육회의 갈등 속에 종목 단체들, 특히 비인기 종목의 한숨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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