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2차 정책토론회'를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한 가운데, 시민활동가 6명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하자 청사 경호인력이 제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진 모습. 최서윤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임 정부에서 확정한 대형 원전 2기 신규 건설 계획을 그대로 이행할지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한다는 취지의 토론회를 개최했다.
다만 '대국민 공론화'라는 토론회 명분과는 달리 행사장 입구를 엄호하면서, 시작 전 20여 분간 피켓을 든 채 침묵 시위한 6명의 활동가들과 경호인력 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공론화 아닌 정치적 떠넘기기"…침묵시위 활동가 '끌어내기' 시도
기후부는 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달 30일 첫 토론회를 진행한 지 8일 만이다.
기후부가 올해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6~2040)을 수립하는 가운데, 지난 11차 계획(2024~2038)에서 확정한 신규 대형원전 2기(2.8GW) 건설 및 2037~2038년 도입 구상을 그대로 추진할지 여부를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결정한다는 게 토론회 개최 취지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두고 적지 않은 기간 '정쟁'이 이어져온 데다 찬반 양론이 팽팽한 만큼, 양쪽이 치열하게 토론하고 서로의 의견을 들어 '충분한 정보에 입각한 결정(informed decision)'을 내리기 위한 절차이기도 하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2차 정책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행사장 입구에서 시민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시작하는 모습. 우측으로 보이는 문이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입구로, 2명의 직원이 사전 등록 여부를 확인해 입장을 제한했다. 최서윤 기자
그러나 이날 행사 시작 전 약 30분간 회의장 입구에선 작지 않은 규모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원전을 반대하는 환경단체 활동가 6명이 침묵의 피켓 시위를 시작하자, 국회 경호인력이 강력히 제지하고 나서면서다.
경호인력 측은 국회청사관리규정상 건물 내에서 피켓을 들 수 없다며 시위대를 끌어내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활동가들은 행사 시작 5분 전까지만 침묵시위하겠다며 이동하지 않은 채 대치했다.
이어 활동가들을 끌어내기 위해 추가 투입된 경호인력이 도착하자 행사장 입구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만 활동가들이 약속한 대로 시작 5분 전 피켓을 접고 흩어지면서 더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채 상황이 종료됐다.
이날 행사는 회의실 수용 한계로 참석인원을 100명으로 정하면서, 사전등록을 하지 않은 방문자에 대해서는 현장 등록을 제한했다. 실제 행사는 좌석 곳곳이 비어 있는 채로 개최됐다.
활동가들은 이 같은 행사 개최 방식은 결국 '형식적 공론화'로 '정치적 떠넘기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이슈를 이견을 지닌당사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게 공론화 취지인데, 피켓시위도 금지하는 장소를 택해 반대 의견 표출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이다.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개최된 '바람직한 에너지믹스 2차 정책토론회' 유튜브 생중계 화면 캡처 "원전 경직성 극복 쉬워" vs "그런데 왜 아직 못했나"
이날 토론회는 3명의 주제발표 뒤 7명의 패널토론으로 진행됐다. 우선 전력거래소 강부일 계통운영차장이 전력계통 운영 과정에서의 어려움인 원전의 경직성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설명하고, 뒤이은 발제자가 각각의 보완방안을 제시하는 형식이었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신호철 원장은 원전에 '탄력운전'을 적용하는 방안을 소개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60% 이상인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탄력운전 기술개발을 진행해 365일 24시간 일일 부하추종운전과 주파수 제어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일부하추종은 전력 수요가 하루 동안 변동하는 패턴에 맞춰 발전소가 출력을 조절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한국도 뒤늦게 이 같은 연구를 시작, 지난해 6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한수원과 한전연료, 한전기술, 두산 등 다수기관이 참여해 원전 탄력운전 기술개발(R&D)을 하고 있다고 신 원장은 소개했다. 이를 통해 2032년부터는 1년에 100일 내외로 50% 출력까지 출력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신 원장은 내다봤다.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신호철 원장 '원전의 경직성 완화 및 안전성 확보방안' 발표자료 발췌가천대 전기공학과 손성용 교수가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방안으로 에너지 저장(ESS), 수요 반응(DR, 잉여전력이 발생할 때 전기 사용을 줄이거나 분산해 계통 안정성을 높이는 제도), 양수발전(PHS), V2G(Vehicle to Grid, 전기차배터리를 전력망과 직접 연결해 ESS처럼 활용), P2H(Power to Heat, 잉여전력을 열로 변환), P2G(Power to Gas, 잉여전력으로 수소 생산), VPP(재생에너지 통합관리로 변동성 제어), GEB(Grid-Interactive Efficient Buildings, 건물을 유연자연화) 등을 소개했다.
가천대 손성용 교수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방안' 발표자료 발췌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박종배 교수를 좌장으로 한 패널토론에서는 7명의 토론자가 사실상 친(親)원전과 친재생에너지로 나뉘어 각자의 주장을 이어갔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주한규 원장은 "원전의 출력조정은 쉽지만 발전 단가가 비싼 LNG(액화천연가스)가 여태까지 담당을 해온 것"이라며 "부하추종을 (할 수 있지만) 할 필요가 없어서 안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신 원전인 APR1400은 부하추종을 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고 현재 80%까지 일일부하추종을 하는데, 조금 더 기술 개발을 해야 될 게 있어서 그걸 마치면 2032년부터는 50%까지 부하 추종 운전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원자력안전연구소 한병섭 소장은 "원전은 한수원이라는 큰 조직이 있어 저장에너지로의 전환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까지 게을리했다는 게 아쉽다"며 "기술개발에도 2032년이 아니라 2050년이 될지, 추가적인 50년이 필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냥 빨리 준비를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수용성과 관련해 과거 제도적 수용성은 이었지만 실질적 수용성 확보 노력은 상당히 약했다"며 "거부권을 전제로 한 국민 동의가 필요한데, 그러려면 자료를 공개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익대 전기전자공학부 전영환 교수는 원전의 출력조정과 관련해 탄력운전(오퍼레이터가 수동으로 출력을 서서히 조정하는 것), 국부제어(발전기마다 주파수를 측정해서 자동으로 밸브 조정), 원격제어(자동발전제어, AGC를 통해 원격으로 자동 조절하는 제어 방식) 3가지 개념을 소개했다.
이어 "탄력운전을 뺀 나머지 두 개(국부제어, 원격제어)는 결국 자동운전방식인데, 미국 원자력 안전기준을 보면 출력조정을 자동운전으로 못하게 돼 있다. 라이센스를 가진 오퍼레이터만 출력조정을 하게 돼 있다"면서 "우리가 탄력운전 말고 국부제어와 원격제어까지 하고 싶다고 해도 좀 따져봐야 될 문제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는 또 경직성 극복을 위해 "앞으로 원전에도 ESS(에너지저장장치)를 붙여야 될 건데, 그러고도 지금 같은 단가가 나올지, 60원/kWh이 앞으로도 계속 가능하겠느냐"며 원전의 최대 장점으로 거론되는 '저렴한 가격'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에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이정익 교수는 "원전에서 나온 전기를 저장하는 게 재생에너지를 저장하는 것보다 싸다"고 반박했다. 그는 "11차 전기본에 원전을 2기(만) 넣은 것도 아쉬웠다"며 "12차 전기본에서는 원전이 조금 더 추가되는 것이 (전력 공급 등에) 더 안전하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한국에너지공단 김강원 재생에너지정책실장은 "지금 출력제어의 불확실성 때문에 금리 같은 게 조금 높을 수 있는데 일정 부분의 금액을 투자해 그런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재생에너지발전단가(LCOE)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전력거래소 강부일 처장은 계통운영 측면에서 "발전기가 대단지화 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산불도 심각해져 분산형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