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시리즈 '콘크리트 마켓'은 대지진 이후 유일하게 남은 아파트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이른바 '황궁마켓'이 자리 잡은 세계에서 생존을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거래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웨이브 제공"필살기 표정을 써서 찍어보겠다고 했죠.(웃음)"강렬한 눈빛을 원했다. 세상이 멸망한 뒤 치열하게 살아온 인물이었던 만큼 함축적인 눈빛으로 서사를 전달해야만 했다. 웨이브 시리즈 '콘크리트 마켓'에서 최희로 역을 맡은 배우 이재인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웨이브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악하면서도 잘난 캐릭터를 연기한 건 처음"이라며 "당시 나이대에 쉽게 하지 못 할 연기였는데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떠올렸다.
해당 장면은 2회에 김태진(홍경) 일당에게 붙잡혀 고문을 당하는 신이다. 그는 "희로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나와서 되게 뿌듯했다"고 웃었다.
또, 세상에 홀로 남은 최희로를 표현하기 위해 피부 톤을 낮추고 주근깨 분장을 더했다. 그는 "마켓에 있던 사람들보다 더 거칠고 지저분해 보였으면 했다. 머리도 붙임머리를 한 것"이라며 "얼굴이 어둡고 주근깨가 있으면 감정이 담긴 눈빛이 더 잘 보이는 것 같아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최희로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인간적이고 다면적인 캐릭터라기 보다는 성격이 딱딱 떨어진다고 생각했다"며 "웹툰 주인공 같은 느낌도 들었다. 계략을 짤 때마다 '멋있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해 뜨는 모습 보고 있으니 세상 정말 멸망한 것 같았죠."
배우 이재인은 공들인 장면으로 극 중 김태진을 설득하는 신을 꼽았다. 그는 "태진과 대화를 하며 무리를 설득하는 장면들이 많은데 설명적인 대사를 재미있게 전달하기 쉽지 않아서 어떻게 살릴지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웨이브 제공
'콘크리트 마켓'은 지난 2021년 11월에 촬영을 시작해 한겨울에 촬영을 마쳤다. 이 때문에 작품 곳곳에는 인물들의 입김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재인은 "입김의 질감을 보고 있으면 겨울이라는 계절이 이 시리즈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며 "실내에서도 입김이 나와 집이 쉘터(피난처) 역할밖에 못한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경기도 연천에서 지어진 세트장도 몰입도를 높였다고 한다.
"3층 높이의 아파트가 지어져 있었는데 새벽 촬영을 하다 보면 해 뜨는 걸 볼 수 있었어요. 그럴 때면 세상이 정말 멸망한 것 같았죠. 밑에서도 멸망한 세트장이 있어서 더 몰입할 수 있었어요."
이어 "마켓 세트장에 통조림 한 두개를 받고 커피를 파는 곳이 있었는데 제가 가장 좋아했다"며 "감성을 즐기기 위해 항상 거기 앉았다"고 웃었다.
이재인은 인상적인 장면으로 작품 속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꼽았다. 그는 "최희로의 인물 컬러가 노란색"이라며 "색감이 없는 곳에서 노란색 잠바를 입고, 한세정(최정운)이 키운 꽃도 노란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애니메이션에서 노란 옷을 입은 희로가 김태진과 만나 힘을 합치는 순간 태진의 옷도 노란색으로 바뀌는데 그 안에 함축된 서사가 담겨 있어 재미있었다"고 강조했다.
"홍경 보자마자 태진 같다고…휴식할 땐 하루 4~5편 영화 봐요"
이재인은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에도 출연했다. 그는 "제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눈빛 연기를 발사하고 갔다"며 "모은만 되면 김고은 배우님이 확 달라져서 정말 무서웠다"고 떠올렸다. 웨이브 제공이번 작품을 함께한 배우들과의 호흡도 전했다. 이재인은 "대본을 읽었을 때 김태진은 흔한 캐릭터가 아니라고 느꼈다"며 "강한 척을 하지만 나약하고 사람을 잘 믿어 희로와는 다른 인간적인 면모가 있어야 했는데 (홍경을) 보자마자 태진같은 분이 걸어 오신다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어 정만식과의 호흡에 대해서는 "현장에서 제일 편한 사이였다"며 "사실 9층 회장님 방이 제일 아늑하고 따뜻했던 행복한 장소였다. 회장님 만나러 갈 때마다 너무 좋아서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옆에서 정말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유수빈과 대립하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두려움을 느꼈다고도 전했다.
그는 "세희가 밑에 숨어 있던 신이었는데 그때 너무 무서웠다"며 "희로가 무섭다는 걸 드러내면 티 나면 안되는 데 어떡하지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다면적으로 보여 잘 나온 것 같았다. 이기기 쉽지 않은 상대였다"고 떠올렸다.
배우 이재인. 콘텐츠웨이브(주) 제공
7살에 MBC '뽀뽀뽀'로 데뷔한 이재인은 9살에 tvN 드라마 '노란복수초(2012)'를 통해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독립영화에 출연했고 중학교 1학년 때는 영화 '사바하(2019)'에서 삭발 연기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는 "운이 좋게도 어렸을 때 청소년스럽지 않은 작품을 꽤 해서 성인으로 넘어갈 때 수월하게 넘어간 것 같다"며 "이전에는 제 특성들을 지우고 인물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관찰해 온 제 모습을 자연스럽게 섞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이기도 했다.
"영화를 몰아보며 그 세계에 빠져 사는 기분이 좋아서 쉴 때는 한 영화관에서 하루에 4~5편씩 봐요. 최근에 재개봉한 알리체 로르와커 감독의 영화 '행복한 라짜로(2019)'를 보고는 '태어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니까요.(웃음)"
이어 "게임도 소설도 좋아하고 글도 매일 쓴다"며 "이야기를 좋아하다 보니 단편 소설도 하루 만에 끝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재인은 끝으로 이번 작품에 대해 "덕질할 수 있을 만큼 세세한 설정과 인물 관계성이 있다"며 "제 나이 또래 인물들이 등장해 자기 나이대가 느끼는 불안함과 감정을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총 7부작으로 구성된 '콘크리트 마켓'은 지난달 23일 웨이브에서 공개한 이후 2주 연속 신규 유료 가입 견인 1위를 기록하며 눈길을 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