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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마이스'에 멍드는 부산, '양'보다 '머무는 시간'에 집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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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국제회의 참가자 체류 2.5일에 그쳐
수익 90% 대형 시설·호텔 독식 구조
지역 골목 연결 '로컬 큐레이팅' 시급

벡스코 제공벡스코 제공
부산시가 '외국인 관광객 500만 명 시대'라는 화려한 수사를 내걸었지만, 정작 부산 경제의 허리인 마이스(MICE) 산업은 '양적 팽창'의 역설에 갇혀 있다. 행사장과 호텔만 오가다 떠나는 '번개 관광'이 고착화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에게 돌아가는 온기는 갈수록 식어가는 모양새다. 이제는 대규모 시설 확충이라는 낡은 공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매력과 시간을 점유하는 '슬로우 마이스'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쳐 가는' 350만 명, 지역 환원율 12%의 비극

지난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350만 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현장의 표정은 어둡다. 지난해 마이스 참가자들의 평균 체류 기간은 2.5일에 불과하다.

회의가 끝나면 곧바로 서울로 이동하거나 공항으로 향하는 구조 탓에, 마이스 자본은 지역 골목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벡스코(BEXCO) 인근 대형 호텔과 백화점에만 고여 있다.

실제로 마이스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중 지역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몫은 단 12%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행사 유치 실적이라는 '숫자'에 매몰된 사이, 정작 지역 경제의 실익은 대기업과 글로벌 호텔 체인이 독식하는 '부의 편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슬로우 마이스', 구호는 화려, 예산은 '콘크리트' 우선

대안으로 부상한 '슬로우 마이스'는 부산의 자연경관과 웰니스 콘텐츠를 결합해 관광객의 발걸음을 묶어두는 전략이다. 하지만 부산시의 행정 시계는 여전히 '하드웨어' 중심의 과거에 머물러 있다.

서부산권 컨벤션 센터 건립 등 수조 원대 토목 사업에는 속도를 내면서도, 관광객을 골목으로 유도할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예산은 하드웨어 투입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부산권 확장 계획은 자칫 '공급 과잉'과 '유휴 시설 발생'이라는 전형적인 전시 행정의 패착을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비어 있는 회의실을 늘리는 것보다, 단 하룻밤이라도 더 부산에 머물게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벡스코 제공벡스코 제공

'로컬 큐레이팅' 해법, 건물 아닌 '사람'에 투자해야

때문에 올해 부산 마이스가 가야 할 지향점은 컨벤션 센터라는 폐쇄된 공간을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행사장으로 치환하는 '로컬 큐레이팅'이 뜬다. 해운대의 온천, 광안리의 요트, 원도심의 골목 문화를 마이스 프로그램과 정교하게 결합해, 참가자들이 '비즈니스'를 넘어 '부산의 삶'을 소비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유입된 관광 자본이 얼마나 공정하게 지역 시민의 장바구니로 흘러 들어가느냐가 '슬로우 마이스'로 체질 개선의 시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형 플랫폼의 수수료 압박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영세 업체들을 마이스 생태계의 실질적 파트너로 끌어올리는 '성장의 분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500만 명이라는 숫자는 결국 속 빈 강정에 불과 하다는 지적이다.

동서대학교 관광경영컨벤션학과 성은희 교수는 "이제는 '몇 명을 유치했느냐'는 양적 지표에서 벗어나, 한 명이 오더라도 얼마나 오래 머물며 지갑을 열게 할 것인지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융통성 있는 성과 평가 지표를 도입해 민간이 장기적으로 행사를 키워낼 수 있는 '비즈니스 환경' 조성에 예산을 우선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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