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관 부장판사(왼쪽)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직무에 복귀하자마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출국금지한 법무부 간부에게 "야당과 결탁했냐"며 강하게 질책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내란중요임무종사 등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장관의 공판기일에 배상업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배 전 본부장은 12·3 비상계엄 이후인 2024년 12월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여부를 묻는 질문을 받고 '몇 분 전에 출국금지 조치를 했다'는 취지로 해당 사실을 공개했다.
박 전 장관은 12월 12일 국회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됐다가 이듬해 4월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복귀했는데, 그 직후 배 전 본부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특검 측이 사직하게 된 경위를 묻자 배 전 본부장은 "(탄핵 기각으로) 장관님이 4개월 만에 복귀하셨고 출입국 업무와 관련해 그간 업무현황을 보고하라고 해서 들어갔었다"며 "(12월에 있었던) 윤석열 피고인의 출국금지 사실을 보고했는데 '왜 그것을 국회에 공개했느냐'는 질책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질책하실 수는 있는데 결정적으로는 그와중에 '야당과 결탁했냐' 그런 말을 들었기 때문에 책임지고 사직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박 전 장관이 '출국금지 사실을 왜 법사위에서 답변했느냐' '앞으로 다른 직원이 출국금지 사실을 공개하면 어떡하냐'는 취지로도 질책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재판장인 이진관 부장판사는 "통상적으로 출국금지된 사람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는게 원칙인데 윤석열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밝혔다. 왜 밝혔는지 생각을 말씀해 달라"고 물었다.
배 전 본부장은 "통상적인 범죄와는 다르게 헌법을 위반한… 또 국민들이 혼란스러운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박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야당과 결탁했냐는 말씀을 듣고 굉장히 많이 서운하시고 앙금이 남아있을 것 같다"며 배 전 본부장이 사적인 감정에 의해 진술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했다. 재판부 역시 "그런 내용이 증언하는 데 영향이 있냐"고 확인했다.
배 전 본부장은 "그 당시에는 그런 게(감정이) 있었겠지만 1년이 지났고 내란으로 고통받는 국민이 훨씬 많은데 제 개인적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어렵다"며 "완전히 없어졌다고 하긴 어렵지만 (증언에서) 컨트롤 할 정도는 된다"고 말했다.
배 전 본부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박 전 장관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법무부 비상간부 회의에 참석했다. 그는 지난해 2월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를 받을 당시엔 박 전 장관이 "비상상황인 것을 알고 있느냐, 빨리 와라"라는 정도의 말을 한 것이 전부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6개월 후인 8월 내란특검의 수사에서는 박 전 장관이 해당 발언에 더해 "출국금지팀을 대기시켜라"라고 말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내란특검은 박 전 장관이 포고령 위반자에 대한 체포 등에 가담하기 위해 이같은 지시를 한 것으로 보고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배 전 본부장이 질책을 듣고 사직한 후 박 전 장관에게 불리하게 진술이 바뀐 점을 파고들었다. 이에 대해 배 전 본부장은 "특검 조사를 받을 때 장관께서 법무부 간부 중 저한테 제일 먼저 전화하셨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며 "뭔가 함의가 있는게 아닌가 그 다음부터 더 기억을 하고 (구체적으로)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법정에서 제시된 기록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나와 과천 법무부 청사로 이동하면서 심우정 당시 검찰총장과 배 전 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임세진 전 검찰과장과 순차로 통화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박종민 기자한편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당시 법무부 간부회의 참석자 중 한 명인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에 대한 증인신문도 진행했다. 승 국장은 회의 중 들어온 신 전 본부장이 장관이 아무 질문을 하지 않았는데도 박 전 장관에게 "준비됐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승 국장은 "신 전 본부장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뉘앙스였다"며 다만 회의 과정에서 무엇을 준비했는지에 대해선 특별한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박 전 장관이 '계엄 상황에서 교정본부에서도 해야 할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느냐'는 취지로 물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승 국장에 대한 증인신문 당시 재판부와 가까운 안쪽 자리에 앉았던 박 전 장관은 오후 배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 때는 증인석과 방청석에 가장 가까운 쪽에 앉아 신문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