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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트럼프의 군함 파견 요구…'결정'에 앞서 '규정'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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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청구서'가 또 날아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호르무즈 해협 군함 파견을 요구했다. 이에 청와대는 "한미 간에 긴밀하게 소통하고 신중히 검토해 판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엇을 검토해야 할까. 파견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트럼프 요구의 성격을 먼저 '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트루스소셜에 올린 그의 글을 다시 살펴보자. 트럼프는 14일 올린 첫 번째 글에서 중국, 프랑스, 일본, 한국, 영국 등을 특정하며 호르무즈 해협에 함정을 파견해주길 "희망한다(Hopefully)"고 말했다. 몇 시간 뒤 다시 올린 두 번째 글에서는 어조가 바뀐다. '희망사항'이 '의무사항'으로 격상된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 세계의 국가들은 반드시 그 항로를 관리해야 한다(must)"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노력이 '원팀(one team)'으로 오래전부터 이뤄졌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트루스소셜 캡처트루스소셜 캡처
 

'원팀'에 중국이 들어 있다.

그 '원팀'에 중국이 들어 있다. 왜 불렀을까. 이번 요구의 기준이 동맹이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수혜국'이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에 따르면, 중국·인도·일본·한국 등 아시아 4개국이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원유의 약 69%를 수입한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중동 에너지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다. 트럼프의 논리는 단순하다. "가장 많이 쓰는 나라들이 지켜야 한다."

중국은 이란과 오랜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란산 원유를 제3국 환적 방식으로 대량 수입하며 이란의 제재 회피를 도왔고, 이란도 현 국면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은 공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중국은 거부해도, 참여해도 부담이다. 거부하면 국제 에너지 질서에 무임승차한다는 압박을 받을 것이고, 참여하면 이란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에 균열을 감수하면서 미국 주도 군사 작전에 협력하는 셈이 된다. 일단 중국은 트럼프의 요구에 "적대 행위 중단이 우선"이라고 대응했다.

이제 질문을 다시 던져보자.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낸다면, 그 성격을 무엇으로 규정해야 할까.

'공동 경비'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전쟁 참여'

표면적으로는 에너지라는 국제 공공재 보호라는 논리가 가능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상 통로다. 항행의 자유를 지키는 것은 국제경제 전체의 이해와 직결된다. 이런 논리라면 군함 파견은 국제 해상 질서를 지키는 활동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해상 치안 작전과 다르다. 트럼프는 한국 등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키는 동안 "미국은 이란 해안을 폭격하고 이란 선박과 함정들을 계속 격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이란과 교전 중인 수역에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들어가는 것은 중립적 해상 호위가 아니다.

이란은 이미 호르무즈에 진입하는 선박을 '적과 그 동맹의 선박'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 군함이 다국적군 깃발 아래 그 수로에 들어가는 순간, 이란은 한국을 교전 당사국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다.

비교할 사례가 있다. 한국은 인도태평양 역내에서 대북제재 이행을 위한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에 참여하고 있다. 이것도 다국적 해상 군사 활동이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대북제재 감시는 유엔 안보리 결의라는 국제적 합의 위에 서 있다. 반면 이번 호르무즈 다국적군에는 무력 사용을 허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가 없다. 유엔 결의에 따른 집단 이행과 교전 중인 수역에서의 다국적군 참여는 국제법적 지위가 전혀 다르다. 공동 경비처럼 보이지만, 실질은 전쟁 참여라는 이야기다.

2020년에도 비슷한 갈림길이 있었다.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1월 미군이 이란 혁명수비대 솔레이마니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미·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자, 한국 정부는 미국 주도 호위연합체(IMSC)에 편입되는 대신 청해부대의 작전 구역을 호르무즈 인근까지 확대하고 우리 군 지휘 아래 '독자 임무'를 수행하는 절충안을 선택했다. 이란도 이를 '독립적 파견'으로 인정하며 직접적인 반발을 자제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절충안도 통하기 어렵다. 당시에는 긴장 고조 국면이었지만 지금은 전쟁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항상 팀의 노력이어야 했다"고 못 박았다. 독자 작전을 허용할 여지는 희박하다. 다국적군 편입은 임무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바꾸며, 헌법 제60조 2항에 따른 국회 동의 문제도 피할 수 없다.

정부가 반드시 짚어야 할 세 가지

우리 정부가 검토해야 할 사안은 세 가지다.

첫째는 명분과 실익에 대한 냉정한 손익 계산이다. 현재 미·이란 교전 상황에서 한국의 안보 우선순위는 분명하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발이 묶인 우리 선박 20여 척과 선원 180여명의 안전한 귀환, 그리고 원유·LNG 공급망 불안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요구대로 군함을 파견하는 것이 이 문제들의 실질적 해법이 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트럼프의 '팀워크' 제안은 미군이 공격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발생할 이란의 비대칭 보복(드론이나 기뢰 공격)을 대신 감당해달라는 '위험의 외주화'는 아닌가.

한국이 보유한 약 200일분 이상의 비축유와 공급망 다변화 능력을 고려하면, 군사적 전면 개입보다 비축유 운용과 민간 보호 중심의 공급망 방어가 더 현실적인 해법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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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한반도 안보의 함의다. 이미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미사일과 사드 전력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하면서 대북 억제력 공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물론 해군 전력 일부가 호르무즈로 향한다고 당장 안보에 치명적 공백이 생기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안보는 언제나 상대의 반응을 계산해야 하는 전략 게임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최근 방사포 훈련을 참관하며 "420km 사정권 안의 적들에게 불안을 줄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 단순한 우연일까.

셋째는 협상의 레버리지다. 지금은 단순한 'Yes or No'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은 여러 분쟁으로 무기 재고가 부족하고 방산 생산 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현상에 직면해 있다. 세계 5위권 방산 역량과 대미 투자는 한국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는 유효한 카드다.

아울러 명분과 실익이 불투명한 파병에 대해 국민이 보내는 강력한 반대 여론은 정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외교적 레버리지일 것이다. 정부가 냉철한 국익 계산으로 자신의 몫을 다하는 동안, 국민은 정부에 헌법적 기준을 요구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의 '원팀'이다.

박형주 전 VOA 기자, 『트럼프 청구서』 저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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