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RE100 반도체산단과 기업유치' 포럼. 박사라 기자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추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수도권 중심 전력 구조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전력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현재 구조로는 계통 부담과 송전망 갈등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전력을 생산한 지역에서 소비까지 이루어지는 '지산지소'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19일 오후 2시 전남 순천 건강문화센터에서 열린 RE100 반도체산단 관련 포럼을 통해 현재 전력 시스템이 수도권 중심으로 설계돼 구조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전력 소비의 약 45%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지만 발전 설비는 그보다 적어 전국에서 송전망으로 전기를 끌어오는 구조"라며 "전력이 한쪽으로 몰리면서 송전망 이용률이 낮아지고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송전선을 더 많이 건설해야 하는 비효율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도권 산업 집중이 동시에 진행될 경우 전력 계통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더라도 수도권 소비를 전환하려면 대규모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용인 반도체산단처럼 대규모 전력 수요가 수도권에 더해지면 전력 공급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는 비수도권에 건설되는데 이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해 송전망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에너지 전환은 공급뿐 아니라 소비 구조를 함께 바꾸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추진 과정 자체가 전력 구조 문제를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했다.
하 변호사는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산업단지를 발표하면서 전력과 용수 공급 대책이 먼저 마련되지 않았고 이후 송전망 계획이 뒤따르는 방식으로 추진됐다"며 "수도권 산업단지를 먼저 정해놓고 지방에 송전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는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 변호사는 "장거리 송전망 건설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대신 산업과 수요를 지역으로 분산하는 방향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순형 동신대 교수는 전남 동부권의 전력 계통 여건을 들어 지역 분산형 산업 배치 가능성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전남 지역에는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이 크지만 소비할 산업이 부족해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야 하는 구조"라며 "송전선로가 포화 상태에 가까운 상황에서 지역에 전력 다소비 산업을 배치하면 계통 부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순천·여수 일대는 송전망과 변전소가 연결돼 있고 전력 품질과 용수 여건도 갖춰져 있어 반도체 등 RE100 산업 입지로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에서는 김미선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이 송전망 건설로 인한 지역 갈등 문제를 지적하고, 곽경수 한겨레 선임기자가 재생에너지 활용과 전력 계통 여건을 설명하는 등 전력 생산과 소비 구조를 분산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편 순천시는 해룡산단 일대를 중심으로 RE100 기반 반도체 산업단지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수도권 중심 전력·산업 구조를 극복하고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지역에서 소비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