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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과 친해져야 해요"…'푸바오 할부지'의 흙에서 배운 돌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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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원 주키퍼 '텃밭 일기'…생명·관계·삶을 잇는 에세이

'푸바오 할부지' 에버랜드 사육사 강철원. 한스미디어 제공'푸바오 할부지' 에버랜드 사육사 강철원. 한스미디어 제공
에버랜드 사육사 강철원의 신간 '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는 동물을 돌보던 한 주키퍼가 식물을 통해 다시 삶을 성찰하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푸바오 할부지'로 알려진 저자의 이름값에 기대기보다, 이 책은 오히려 그 이면의 시간과 태도, 그리고 생명을 대하는 일관된 철학을 보여주는 데 무게를 둔다.

저자는 수십 년간 동물원에서 야생동물을 돌보며 생명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온 인물이다. 그는 동물의 배설물 하나까지도 건강의 지표로 읽어내는 일을 통해 '돌봄'의 본질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 경험은 텃밭으로 옮겨가도 그대로 이어진다. 식물 역시 관찰과 기다림, 책임을 요구하는 존재라는 점에서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책은 텃밭을 가꾸는 일상의 기록이지만, 단순한 농사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옥수수 한 알을 수확하며 어머니를 떠올리고, 완두콩을 심으며 '적당함'의 기준을 배운다. 부추를 베어내는 행위는 다시 자라날 생명을 위한 투자로 이해되고, 실패와 과잉은 자연이 주는 교정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저자는 이를 통해 인간의 삶 역시 과도한 욕심보다 균형과 순환 속에서 유지된다는 사실을 체득해 간다.

특히 이 책에서 반복되는 감각은 '관계'다. 텃밭은 저자에게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가족과 기억, 그리고 자연이 교차하는 장소다. 어린 시절의 농사 경험, 어머니와의 추억, 그리고 바오패밀리와의 시간까지 겹쳐지며 텃밭은 하나의 '삶의 축소판'으로 확장된다. 식물은 먹거리를 넘어 기억과 감정을 저장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저자는 "내가 키우는 텃밭 식물들이 오히려 나를 키우는 느낌"이라고 말한다. 이는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이다.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변화하는 존재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한스미디어 제공한스미디어 제공
또한 이 책은 '돌봄'이라는 개념을 재정의한다. 동물과 식물, 인간을 가르는 경계 대신, 서로 연결된 생명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텃밭에 찾아오는 곤충과 야생동물, 그리고 그들과의 미묘한 공존 관계를 통해 저자는 '존중'과 '적응'의 윤리를 강조한다. 이는 동물원에서의 경험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문체는 담담하지만, 감정은 절제된 깊이를 지닌다. 과장된 메시지나 교훈을 앞세우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의 리듬 속에서 서서히 의미를 끌어올린다. 독자는 텃밭의 사계절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삶의 속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매일 아침 나는 텃밭에 간다'는 농사나 취미 생활에 관한 책이 아니다. 그것은 생명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동물과 식물을 돌보는 일이 다르지 않다는 저자의 통찰은, 인간 중심의 삶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생명의 질서로 시선을 확장하게 만든다.

강철원 지음 |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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