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와의 소송에 나선 가맹점주 30여 명 중 5명에 이르는 인원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실제 점주 중 한 명의 진료기록(처방전)와 치료약. 약손명가 가맹점사업자협의회 제공대학에서 피부 미용을 전공한 A씨는 2016년 졸업과 동시에 약손명가에 입사했다. 당시 대표는 '회사가 시키는대로 열심히만 하면 한 지점의 원장이 될 수 있다'고 말했고, 약손명가 점주는 A씨의 꿈이 됐다.
그는 원장을 시켜주겠다는 말에 다른 직원들이 기피하는 해외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다. 2021년 귀국 후 대표가 수도권의 한 신도시에 지점을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에 약손명가 지점 원장이 됐고, 악몽은 시작됐다.
이제 막 입주를 시작한 신도시에서 영업은 쉽지 않았다. 얼마 안 가 인근에 다른 지점까지 생겼고 매출은 곤두박질쳤다. '다 지원해준다'던 회사는 되레 매달 매출의 20%가 넘는 수수료를 따박따박 가져갔다. 개업할 때 빌린 인테리어 비용과 보증금은 물론, 미수금이라는 이름의 채무가 나날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약손명가라는 감옥에 갇힌 A씨는 몸도 마음도 점점 망가졌다. 수억 원의 빚을 생각하면 숨이 턱턱 막혀왔다. 호흡 곤란을 겪다 찾은 병원에서 공황장애 판정을 받았다. 하혈도 생겼다. 대표에게 가맹 해지를 요구했지만 '빚은 누가 갚느냐'라는 차가운 말이 돌아왔다. 하지 말았어야 할 시도까지 했다. A씨의 20대가 그렇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약손명가 가맹점주들이 전 대표 B씨에게 자금난을 호소하는 모습. 약손명가 가맹점사업자협의회 제공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형 에스테틱 프랜차이즈 약손명가의 가맹점주 30여 명은 최근 회사 측과 전 대표 B씨 등이 점주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갑질 행위와 불공정 거래를 해왔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민·형사 소송전에 나섰다.
복수의 가맹점주들은 A씨와 비슷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어린 나이에 약손명가에서 일을 시작했고, 지점을 개업하면서 원장이 되는 것을 일종의 '진급'이라고 알고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점주가 될 때 비상식전인 '빚의 대물림'이 이뤄진 정황이다. 점주들은 이전 점장이 가진 억대 회원권이나 미수금 등 빚을 떠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본사가 가맹점으로부터 매달 과도한 수수료를 떼갔다는 주장도 있다. 3년차 이하의 점주의 경우 '인큐베이팅 컨설팅 수수료' 등 명목으로 매출의 20% 이상, 많게는 30% 가까이 납부했다는 것이다. 점주들은 막대한 수수료를 지불하고도 본사로부터 실제적인 컨설팅이나 광고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대표 B씨와 본사가 화장품 강제 구매, 벌금 등으로 점주들을 경제적으로 착취했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사업자협의회 제공이 밖에도 지점 직원이 퇴사하거나 고객이 남긴 리뷰에 답글을 늦게 달기라도 하면 벌금을 내야 했다. 외부 장학금 등 명목의 돈을 낸 적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는 가맹계약에도 없는 항목이다.
점주들은 이러한 불공정 가맹계약의 중심으로 대표 B씨를 지목한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B씨가 매출이 저조하거나 회사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점주들에게 처벌 성격의 교육이나 면담을 반복하거나 팔굽혀펴기, '깜지 쓰기' 등의 갑질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B씨가 점주들이 모아 교육을 하면서 "3년차 미만 신입 원장들이 돈을 너무 많이 벌어 세금의 중요성을 모른다"라고 말한 뒤, 본사가 받는 컨설팅 수수료율을 올리는 동의서에 사인을 강요한 적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대표 B씨의 아들이 운영하는 회사가 만든 화장품을 점주들이 강제로 구입했다는 증언도 있다. 고객 관리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화장품을 대표 아들 회사 제품으로 구입하고 사용량이 적으면 압박을 받기도 했다는 주장이다.
점주들은 "이런 문제가 드러날 경우 점주들 역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용기를 냈다"라면서 "회사 측과 B씨 갑질에 삶을 포기하려고 했던 점주들도 여럿"이라고 밝혔다.
점주들은 본사를 상대로 170억 원대 민사소송뿐 아니라 B씨에 대해 강요 및 공갈 등 혐의 형사 고소까지 진행했다. 점주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해 정준길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약손명가가 20대 초중반의 어린 청년들에게 '점주를 시켜주겠다'고 해놓고 물질적·정신적 착취를 했다는 것"이라며 "가맹점을 지배하며 온갖 갑질을 하고 빚이 생기면 선을 긋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고 했다.
노무법인 HRS 이미소 노무사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본사가 과도한 지휘·감독을 하고 일정 금액 이상 특정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고 기형적"이라면서 "가맹 계약과 별개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해석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약손명가 본사 측은 "(수수료의 경우)경영 노하우 전수와 밀착 지원 시스템에 대한 대가로 생각했지만 최근 점주들이 인하를 요구해 여러 검토를 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화장품 강매 의혹에 관해서는 "전 대표(B씨)가 재직하던 시절 발생한 일"이라면서 "이에 대한 문제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현재 필수 구입 품목을 대폭 줄이고 관련 가맹계약도 수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손명가 전 대표 B씨는 "수수료율은 합리적으로 정해졌고 한달 이상 충분한 사전 검토 기간을 두고 투명하게 공유했다. 강압적인 인상은 없었으며 운영 방침에 동의한 점주하고만 정당하게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말했다. 화장품 강매 부분에 관해서도 "본사 차원에서 직접 개발한 것"이라며 "브랜드 운영 방침에 따라 제공된 것이며 (지점마다) 일정한 관리 효과를 위함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