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지방선거 주자들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전 사진·영상을 홍보용으로 쓰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이 청와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언론 보도에 대해 이 대통령이 경위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의 선거 관리에 청와대가 개입한 듯한 모양새에 이 대통령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셈이다.
'靑이 먼저 전달' 보도에 李대통령 '감찰' 지시
8일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비서관급 이상 청와대 참모진이 참여하고 있는 텔레그램 단체방에서 내부 감찰 등을 거쳐 관련 발언을 한 고위관계자를 찾아내고, 경위 등을 파악한 후 문책할 것을 지시했다.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지방선거 경선 출마자들에게 보낸 공문을 통해 이 대통령 취임 전 촬영 사진·영상을 선거 홍보에 활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한 언론사는 이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 대통령이 대통령 신분으로서 선거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이 유포되는 것은 안 된다는 뜻을 청와대가 먼저 당에 전달했다"는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이 대통령이 색출을 지시한 것은 이 발언을 한 인사다.
'당무개입·정치적 중립' 표현에 靑내 '불편'
이재명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정 민생경제 협의체 회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날 참모진에게 왜 자신의 뜻이 아닌 내용이 자신의 뜻처럼 당 지도부에 전달됐는지에 대해 불편함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거 관리는 여당이 하고 있어 굳이 청와대가 관리 내용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는 데,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촉발됐기 때문이다.
조 사무총장은 공문에서 "취임 전 시점의 영상이라 해도 대통령의 당무개입 의혹으로 이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을 촉발할 소지가 매우 큰 사안"이라고 말한 점도 청와대에서는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이다.
영상이나 사진을 활용해 자신과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과하게 부풀리거나, 마치 이 대통령이 자신을 해당 선거의 적임자인 것처럼 포장하는 경우에 대한 단속은 필요하지만, 일괄 사용 중단은 지나친 조치라는 것이다.
"단순 홍보도 못하나" 친명 '불만'…靑도 "과한 측면 있다"
친명계에서도 같은 기류가 읽힌다. 이 대통령과의 정치적·행정적 인연이 자신의 주요 자산인데 이를 선거에 활용하지 말라는 것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준비 중인 한 친명계 인사는 "'내가 대통령의 사람이다', '대통령이 찍어준 사람이다'와 같은 과장 광고는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도 "대통령 취임 후도 아니고, 취임 전에 있었던 인연을 단순한 홍보 소재로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고 비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른바 '명청 갈등'으로 불렸던 당청 갈등이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선거철에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누구나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고 싶고, 지지율이 낮으면 알아서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이를 알고 있는 당 지도부가 '당무개입', '정치적 중립 위반'이라는 심각한 단어까지 써가며 굳이 거리두기에 나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의중이 아닌데 '청와대에서 먼저 요청했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다른 얘기"라며 "1차 공문에 이어 2차 공문이 내려간 것도 그렇지만, 이를 청와대가 먼저 요청했다고 하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