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희숙 서울시장 경선 후보가 8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은 지난해 당 혁신위원회 좌초 후 한동안 '잠수'에 들어갔다. 기자의 전화에 "외국 기차 안"이라는 문자가 돌아오기도 했다. 혁신위원장으로서 '나·윤·장·송'(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의 인적 쇄신을 촉구했던 그는 당시의 실패가 당의 암흑기를 장기화시켰다고 봤다.
'당이 어마어마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예감과 함께, 지방선거를 재기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자각도 찾아왔다.
윤 전 의원은 "당이 일어서려면, 준비된 리더가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당내에서 가장 먼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그는 "공약과 정책을 준비해 나온 팀은 우리(캠프)밖에 없는 것 같다"며 웃었다.
5선 도전에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해선 "한 마디로 본선 경쟁력이 없다"고 혹평했다. 재임기간에 비해 괄목할 성과는 없고, 실정은 도드라진다는 이유에서다. 1990년대 한국의 성장거점이었던 서울이 "대기업 본사만 남은 도시"로 쇠락 중인 상황을 두고는 '박원순과 오세훈의 유산'이라고 주장했다.
'껍데기'에 치중한 시정은 두 시장 다 비슷했다는 게 그의 평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그는
"혈세를 아까워하지 않는 '나쁜 정치'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대표공약은 '부동산 닥공(닥치고 공급) 3종 세트'. 재개발·재건축 매뉴얼 간소화가 핵심이다. 교통문제도 '토건 행정'보다는 기존 선로 연결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지하철 리셔플링'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울시 공공기관의 방만 운영을 혁신하겠다는 정책 역시 '세금이 아깝지 않은 서울'을 만들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2차 경선 토론회 준비에 한창인 윤 예비후보를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만났다.
Q. 서울시장은 다른 단체장과 무게가 다르다. 출마를 맘먹은 시점과 배경은?A: "연초부터다. 일본, 스위스, 프랑스 등의 도시들을 둘러본 게 일종의 '바닥 스터디'였다. 서울의 당면 과제를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 30년 전만 해도 중국의 심천, 항주는 서울과 '같은 리그'가 아니었다. 인구 2만~3만 정도였던 도시들이 지금은 서울을 뛰어넘었다. 한국은 수도권도 경기 남부에 자본과 혁신의 에너지가 몰려 있다.
리더들에게 서울의 산업 에너지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고민과 진심이 없었던 거다. 공적인 삶에 대한 책임감도 있다. 국회의원이 되고 유명세를 얻으니 (사람들이) '대단한 생각'을 가진 사람으로 보더라. 정치하는 사람은 말로 진 빚과 '글 빚'이 많다.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 때 하는 게 맞겠다 싶었다."
Q. 흔히 대권 가도로 여겨지는 자리다. 그런 생각은 염두에 없었나.A: "전혀. 우리 당은 절박하다. 서울이란 글로벌 대도시도 방향을 못 잡고 있다. 지금까지 지도자(시장)들의 모습을 보면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가만히 있어도 일은 해결된다'는 식이다. 소득은 그대로고 부동산 값만 오르다 보니 젊은이들은 쫓겨나고 있다. 돈 많은 자산가만 남아 아무 역동성 없는 공간으로 나이 들어갈 게 뻔히 보였다. 이렇게 고도로 발전한 도시의 활기를 살린다는 건 엄청난 숙제다. 다음 생각을 할 틈이 없다."
Q. 출마 선언 후 한 달이 지났지만 당내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A: "지난달 8일 후보 등록을 한 뒤론 당 지도부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지도부가 후보를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단 바람은 있다. 그렇지만
경선 후보가 된 순간부터 국민들의 시선을 모으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흥미와 희망을 갖게 하는 건 순전히 후보의 몫이다.
당이 어떻게 가야 한다는 시각이 없는 게 아니다. 단지 오 시장처럼 '이걸 안 해주면 나도 안 해'라고 하지 않을 뿐이다. 후보는 자신을 중심으로 자기장을 만들어 지지자와 당을 움직이겠다는 결심이 있어야 한다."
Q. 서울시민 입장에서 오 시장은 제일 익숙한 얼굴이다. 왜 시장직을 더 하면 안 되나.A: "2가지다.
우선, 10년을 했는데 달라진 게 없다. 일을 더 시키고 싶겠나. 새로운 얘기를 해도 시민들은 '이때까진 뭐 했나'라고 말할 거다.
두 번째로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에 정치적 역량을 너무 낭비했다. (그 비용은) 다 시민들의 재원이다. 종묘 문제(세운4구역 재개발), 한강버스, 토허제(※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3구·용산 등을 재지정한 것을 가리킴) 등을 뇌리에 남겼는데, 만회할 뚜렷한 업적은 없다."
Q. 나열한 것들 중 최대 실책은?A: "한강버스다. 철학적인 면에서든, 선거공학적으로든 결정적이다. 누가 10여분씩 걸어가서 배를 타고 출근하나. 불과 1년 전 '베이글과 커피를 먹으며 출근시간을 배에서 즐기라'고 해놓고 지금은 '유람도 반쯤 생각했다'고 한다. 희화화된 지 오래인데 왜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다."
Q.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일관되게 지적해온 '저격수'다.A: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은 '없다'. 공급대책 부재를 가리려 계속 소음을 만드는 성동격서다. 밤마다 엑스(X·옛 트위터)를 올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600년 된 도시에 주택을 공급할 방법은 재개발·재건축뿐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니 딜레마가 생긴다. 민주당이 이 이슈에 적대적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도 '전세 대란'이었는데, 이번엔 씨가 마를 거다. 월세는 다른 나라 대도시 수준으로 오를 거다. 이 정부는 '무주택자의 주거비를 폭등시킨 정권'으로 기억될 것이다."
Q. 하지만, 국민의힘도 뾰족한 대안으로 여겨지진 않는다.A: "당에 믿을 만한 메신저가 없기 때문이다. 장동혁 대표가 특위를 만든 것도 좋은 생각은 아니다."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 내 서울시 조감도 앞에서 포즈를 취한 국민의힘 윤희숙 서울시장 경선 후보. 윤창원 기자Q. '부동산 닥공'을 쉽게 설명해 달라.A: "캠프에선 '닥치고'란 표현을 반대했는데, 내가 밀었다.
저렴해서 오히려 더 필사적인 느낌을 주지 않나. 그만큼 공급 절벽이 심각하다는 걸 전달하려 했다. 지금의 서울 상황에선 주택을 공급하는 사람이 최고의 기여자란 게 내 신조다. 재개발·재건축 관련 룰이 너무 복잡하다. 지침만 수천 페이지다 보니 빈틈도 많다.
용적률, 종상향 등 사업성 제고도 중요하지만 룰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정비가 시민들에겐 체감도가 높다. 이는 시장의 권한을 줄이는 일이기도 하다."
Q. 그 외 가장 밀고 있는 공약은?A: "'지하철 리셔플링'이다. 철로를 더 뚫지 않고도 강북러의 강남 출퇴근이 편해질 수 있다.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3호선 동대입구역의 선로 연결 등을 예로 들며)
노선의 양이 어느 정도 충족되면, 신설보다 '이어주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일본 전철망이 단적인 예다. 오 시장이 놓겠다는 '강북 횡단선'은 수조 원이 드는 데다 예타에서 떨어졌고 실현가능성도 없다. 선거철만 되면 땅을 파겠다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Q. 민주당 후보인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은 어떻게 평가하나.A: "칸쿤 출장 의혹부터 아기씨당 논란까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어두운 그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간 아무도 들춰보지 않았지만 서울시장이란 큰 선거에 올라오면서 아주 심각한 검증이 시작된 것이다. 보통의 여권 정치인보다 더 이익 공동체를 넓고 느슨하게 만들어둔 것 같다."
한편, 윤 후보는 페이스북에 연재한
사적 에세이 '나의 꿈, 나의 도시'를 통해 서울을 향한 '진심'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 글들엔 개발시대 상경한 가족의 셋째 딸로 이문동에서 성장한 개인사가 진솔하게 담겼다. 1970년생인 그는 "서울이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였던 시절 태어나 서울과 함께 성장한 전형적 세대"라며 "이 도시에서 확립된 커리어를 쌓은 사람으로서 공적 기여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20대 시절, 학부와 대학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윤희숙 예비후보의 모습. 그는 "'차가운 머리'와 '뜨거운 가슴'을 가진 경제학자가 되고 싶었다"고 적었다. 윤 후보 페이스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