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로 7연속 동결했다.
중동 전쟁 여파로 환율과 물가, 성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감안해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쟁 발발 후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웃돌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2%를 넘어서는 가운데 금통위가 금리를 인하해 물가와 환율 불안을 가중시킬 이유가 없다.
반대로 금리를 당장 인상할 경우 전쟁으로 위축된 경기에 충격을 더하게 되고 경기부양에 나선 정부 재정 정책 효과도 반감될 가능성이 있다.
금통위도 이날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중동 전쟁으로 물가의 상방 압력과 성장의 하방 압력이 함께 증대되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향후 중동사태 관련 불확실성이 큰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사태의 추이와 영향을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통위는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리면서 통화정책의 키를 완화 쪽으로 돌렸고, 그 다음 달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연속 인하를 단행했다. 금통위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통화정책의 초점을 경기 부양에 맞추면서 완화 기조를 이어갔지만 하반기 들어 7·8·10·11월 잇달아 금리를 동결했고, 올들어 세 차례 회의에서도 모두 동결을 택했다.
금통위가 7연속 금리를 동결한 것은 여러 경제·금융 변수가 얽힌 때문인데, 중동 전쟁으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금리를 인하할 경우 전쟁으로 출렁이는 환율과 물가의 불안정성이 더 커질 수 있다.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 달 사이 0.2%p 올랐고, 원·달러 환율도 15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금통위는 물가와 관련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상방 압력이 크게 확대되겠지만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이를 일부 완화하면서 2%대 중후반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전망치(2.2%)를 상당폭 상회하고 근원물가(에너지·식품 제외) 상승률도 당초 전망(2.1%)보다 다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당장 금리를 인상하면 전쟁으로 위축된 경기와 성장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추경 등 정부 재정정책과도 충돌한다.
금통위도 "반도체 수출 호조와 추가경정예산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성장 경로는 중동사태 전개 상황과 통상환경 변화, 반도체 경기, 내수 회복 흐름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금통위가 7연속 금리를 동결하면서 시장에서는 '인하 사이클(주기) 종료' 관측과 함께 인상 시점이 언제일지로 관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물가 상승세에 따라 하반기 중 금리를 한 두차례 올려 연말 기준금리가 3.00%에 이를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