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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 충격파 일상까지 확산…산업계 곳곳 '위기 경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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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재료비 크게 올랐지만 손님 줄어들까 걱정에 '가격 유지'
가족여행·여름휴가, 유류할증료 폭증에 해외 대신 국내로
일상까지 퍼진 전쟁 충격파…산업계 전반 '아우성'

황진환 기자·연합뉴스황진환 기자·연합뉴스
서울 중구 명동에서만 11년째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50대 여성 A씨는 이란 전쟁 뉴스가 남일 같지 않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고물가 때문에 손님들의 발걸음이 전보다 뜸해졌는데, 이제는 전쟁이 부른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 여파로 사업 비용 걱정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A씨는 음료를 담는 플라스틱 컵 가격이 올해 초보다 40% 정도 올랐다며 "멀리 중동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이렇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지 몰랐다"고 했다.

인근 을지로동에서 10년 가까이 식당을 운영해 온 50대 남성 B씨도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주재료인 고기값이 전보다 15% 정도 올랐다며 걱정했다. 수입 재료에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비용이 더 붙었는데, 혹시라도 손님이 줄까 가격도 못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40대 남성 C씨는 당초 여름 휴가 때 가족들과 해외 여행을 가려했지만, 유가 상승 영향 등으로 150만 원을 계획보다 더 내야 하자 결국 국내 여행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했다.

이란 전쟁이 1달 반 넘게 길어지면서 충격파가 이처럼 실생활 영역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중동 수입·수출선이 사실상 끊기면서 촉발된 위기가 석유화학, 정유 등 일부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연쇄 작용을 하며 일파만파 뻗어나가는 모양새다. 좀처럼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터널 속에서 산업계 전반의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전쟁 직격탄' 정유·석유화학 업계 위기감 고조…"5월까지만 버터도 다행"


미국과 이란의 1차 종전 협상이 결렬되고, 미국마저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나서자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특히 석유 최고가격제에 수출 제한 조치까지 적용되면서 정유사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웃돈이 붙은 원유를 수입하면서도 마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수출을 통해 이를 만회할 기회조차 제한된 답답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우회 경로를 통한 원유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수요가 몰리는 상황에서 부르는 게 값이 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전쟁이 더 길어지면 돈이 있어도 원하는 만큼의 원유를 구하지 못하는 수입 절벽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석유화학 업계의 상황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미 나프타 등 원료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가, 대량 확보조차 어려운 만큼 공장을 최소한으로 가동하며 버티는 수준이다. 이란이 중국으로 수출하는 나프타 물량까지 끊길 경우 원료 확보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 있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5월까지만 버텨도 잘 버티는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며 "단기적으로 원료를 구해 사용하는 임시방편 상황에서 언제까지 공장 최저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서 최악의 경우 공장 연쇄 가동 중단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대기업도 비상 경영…'비즈니스 대신 이코노미'

연합뉴스연합뉴스
가전업계 역시 가뜩이나 반도체 등 부품 가격이 상승한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로 물류비 등 각종 추가 비용까지 불어나자 비상이 걸렸다. 완성품에 들어가는 일부 석유화학 기초 부품의 경우에는 재고 부족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곧 끝날 줄 알았던 전쟁이 얼마나 이어질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만큼 긴장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불확실성이 단기간에 해소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에 선제적인 비상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요 가전 대기업들조차 비용 절감에 나섰다. LG전자는 최근 임원들에게 2분기부터 10시간 이상 걸리는 해외 출장 시 비행기 비즈니스석이 아닌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라는 방침을 전달했다. 그보다 앞서 삼성전자 완성품 사업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의 부사장급 이하 임원들은 10시간 미만 출장 때 이코노미석에 탑승한다는 방침을 유지 중이다.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불안감이 짙어지고 있다. 기존 재고로 버티고는 있지만, 석화업계의 위기와 맞물려 통상 4~5주면 확보할 수 있었던 플라스틱 내장재 등 주요 부품 조달 기간이 길게는 8주까지 지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더 큰 문제는 가격이다. 석화 업체로부터 폴리프로필렌(PP), 에틸렌 등 기초유분을 공급받는 부품업체들은 최근 가격 인상 통보까지 받고 있다.

자동차 부품 업계 관계자는 "당장 생산라인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니지만 슬슬 전쟁 여파를 체감하고 있다"며 "부품에 따라 (원자재) 가격 인상이 이미 시작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식품·유통업계도 원가 부담에 짓눌리고 있다. 포장재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최근 수 배 폭등한 결과다. 유가에 큰 영향을 받는 항공업계의 경우 비교적 규모가 작은 저비용항공사(LCC)를 중심으로 무급휴직 실시 사례가 나오는 등 고강도 긴축 경영이 현실화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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