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천영기·더불어민주당 강석주 후보. 후보 페이스북 캡처남해안 벨트의 핵심 지역 중 하나이자 관광·조선 도시인 경남 통영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천영기 현 시장과 탈환을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강석주 전 시장의 '리턴 매치'로 압축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공천 탈락 불복 등 무소속 후보들이 변수로 떠오르면서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한 셈법이 펼쳐질 전망이다.
보수 성향 짙지만 '지역 밀착·인물론' 당락 좌우, 아슬한 표차 싸움 치열
통영은 전통적으로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대선 득표율도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57.43%,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35.57%를 기록할 만큼 차이가 크게 났다.
그러나 시장 선거만큼은 정당 간판보다는 후보 개인의 지역 밀착력이 당락을 좌우해 왔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2002년 김동진 후보, 2003년 재선거에서는 진의장 후보가, 그리고 2010년에 재출마한 김동진 후보가 무소속으로 보수정당 후보를 꺾고 당선을 거머쥐었다. 정당이 아닌 인물이 통영시장 선거를 결정짓는 흐름이 이어져 왔다.
2018년 선거에서는 이런 흐름이 가장 극적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나라당 출신 3선 도의원이던 강석주 후보가 민주당 간판을 달고 출마해 통영 민심을 파고들었다.
모두 보수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던 판세에서 강석주 후보가 39.49%를 얻어 38.19% 머문 자유한국당 강석우 후보를 1.3%P 차로 꺾으며 민선 사상 최초 민주당 출신의 시장이 탄생했다. 탄핵 정국의 촛불 민심과 함께 재선 시장인 진의장 후보(17.26%)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면서 보수표를 분산시킨 것이 결정타였다.
하지만 파란 돌풍은 4년 만에 끝났다. 2022년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천영기 후보가 당시 강석주 시장을 상대로 불과 1679표, 2.8%P 차의 신승을 거두며 통영을 다시 보수 품으로 돌려놓았다.
통영항. 통영시청 제공 천영기·강석주 격돌…'풍요의 완성이냐', '오만의 시정 심판이냐'
이번 6·3 지방선거는 4년 전 승부의 리턴 매치다.
통영은 민주당이 경남에서 공을 들이는 남해안 전략 벨트의 핵심 거점 중 하나다. 거제·고성과 함께 한때 성동·삼호 등 중형 조선소들이 밀집했던 이 일대는 2010년대 중후반 조선업 침체로 1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조선업 호황기에 14만 명을 회복했다가 이후 내리막을 걸어 2024년 2월에는 12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 인구 감소율은 도내 시군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관광은 조선업 불황을 벗어날 새로운 돌파구로 떠올랐다. 최근 복합해양레저관광도시 지정과 교육발전특구, 문화도시 선정 등을 발판 삼아 도시 동력을 찾아가고 있다.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천혜의 자연환경은 관광도시로의 이미지 변신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남해안 벨트의 전략적 요충지인 통영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경남 탈환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이며, 국민의힘에는 보수 우위의 지형을 공고히 해야 할 수성 지역이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단순한 시장 선출을 넘어, 남해안 관광벨트 구축과 조선업 부활이라는 지역 숙제를 누가 완결 지을 것인가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가 될 전망이다.
천영기 현 시장은 통영시의원, 경남도의원을 거쳐 2022년 시장에 당선됐다. 그는 재선 출마를 선언했다. 대학등록금 전액 지원, 한산대첩교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선정 등을 지난 4년의 성과로 내세워 '풍요의 완성'을 매듭지겠다는 각오다.
'경제 3조 시대'를 목표를 내걸며 '기초공사는 마쳤으나 완성이 남았다'는 구도로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천 시장을 단수 공천해 수성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 시장인 강석주 후보는 2018년 통영을 파란 물결로 뒤집었던 주인공이다. 2022년 패배 이후 4년간 와신상담하며 바닥 민심을 훑으면서 재대결을 준비했다.
민주당은 2018년 승리를 재현하겠다는 '원팀' 체제를 갖추고 일찌감치 강 후보를 낙점해 남해안 탈환의 선봉에 세웠다. 강 후보는 천영기 시정에 대해 "오만과 독선, 안하무인격 행정"이라며 탈환을 예고했다.
2022년 1679표 차의 살얼음판 승부였다는 점에서 두 후보 모두 선거의 판세 예측을 쉽게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기초 공사를 끝냈다는 현 시장의 '완성론'과 4년간 군림하는 시장의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전 시장의 '심판론'이 충돌하고 있다.
무소속 3명 예비후보 등록, 완주 여부에 보수 표심 또 흔들까?
이번 선거의 최대 변수는 보수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이다. 이번에도 무소속 후보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무소속 강근식·심현철·박청정 예비후보. 경남선관위 제공 국민의힘 경선에서 배제된 강근식 전 도의원이 공천 결과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국민의힘 통영지역 당협부위원장 출신인 심현철 전 SEK 대표이사, 보수정당 후보로 여러 차례 출마 경력을 쌓아 온 박청정 세계해양연구센터 대표도 무소속 예비후보로 활동 중이다.
이들 세 후보가 2018년 선거 당시 진의장 후보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없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지만, 지난 선거가 박빙의 승부였던 만큼, 이들이 가져가는 보수 표심의 행방이 당락을 가를 수 있다는 관측도 무시할 수 없다. 단일화 협상이 이뤄지느냐, 아니면 완주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현직 시장의 자존심을 건 재대결과 무소속 후보들의 가세로 통영시장 선거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동양의 나폴리'의 선택은 끝까지 예측불허 양상을 띠며 박빙의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