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건너는 스트라이커 장갑차. 연합뉴스'이제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군사·외교 행보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동맹국들이 앞다퉈 군비 증액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군사비 지출이 16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고 27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日, 67년 만에 최대 비중… 유럽, 역대 최고 증가율
SIPRI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2조8,900억 달러(약 42경 5,800조 원)로, 2024년 대비 2.9% 증가했다. 전 세계 군사비 지출은 11년 연속 증가했으며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군사비 비중은 2.5%로 집계됐다. 이는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 가운데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상위 3개국은 총 1조4,800억 달러(약 21경 7,900조 원)를 지출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세계 군사비 증가율은 전년의 9.7%보다 둔화했는데, 이는 미국 지출이 줄어든 게 원인이다. SIPRI는 미국의 군사비가 9,540억 달러(약 14경 4,400조 원)로 7.5% 감소한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새로운 군사 지원이 승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을 제외한 지역의 군사비 지출은 9.2% 늘었다.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중동 제외)의 군사비는 6,810억 달러(약 10경 2,900조 원)로 8.1% 늘었다. 이 역시 2009년 이후 최대 증가율이다.
중국은 7.4% 증가한 3,360억 달러(약 4경 9,500조 원)를 지출하면서 31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보고서는 "중국의 지출은 2035년까지 전 군사 영역에서 포괄적 현대화를 달성하려는 인민해방군의 목표를 뒷받침한다"고 짚었다.
일본 장사정 미사일 발사대. 연합뉴스일본은 이보다 높은 9.7% 늘어난 622억 달러(약 916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GDP의 1.4%에 해당하며 1958년 이후 67년 만에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일본은 중국과 북한에 대한 안보 우려를 이유로 2022년 군사력 증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SIPRI의 설명이다.
대만은 182억 달러(약 268조 원)로 14% 증가해 1988년 이후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유럽도 14% 늘어난 8,640억 달러(약 12경 7,100조 원)를 기록해 SIPRI가 집계한 유럽 군사비 증가율 중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4년 차에도 군사비를 늘렸다. 두 국가는 각각 5.9%와 20% 증가했다.
트럼프식 '거래적 동맹'…안보 불확실성 커져
세계적인 군사비 증가 흐름에는 미국이 동맹국과 했던 '안보 약속'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게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이익과 거래의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인상을 압박해 왔다.
아시아·오세아니아의 미국 동맹국들과 유럽이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동맹이 신념과 가치를 공유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필요에 따라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비즈니스' 관계로 변질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동맹국에 제시했던 '안보 약속'은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의 상황에 따라 전 세계의 전략적 군사 자원이 재배치되는 경험 역시 자체 군사력 확보의 필요성을 각인시켰다. 이란과 전쟁을 치르면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배치되었던 패트리어트 미사일, 항공모함 전단 등을 중동으로 재배치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日, 필리핀 등에 무기 이전 추진… 중국 자극 우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일본이 군사장비를 해외에 이전할 수 있도록 자위대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도 동남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자극할 개연성이 크다.
계획대로 내년에 법안이 확정되면 일본 정부는 치명적인 살상무기도 무상 또는 저가로 다른 나라에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필리핀을 포함한 17개국이 수출 대상국이다. 이들 국가에는 필리핀 외에도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등 중국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연안국들이 다수 포함된다. 중국으로서도 군사력을 늘려야 할 명분과 필요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시앙하오위 연구원은 "만약 중국을 겨냥하거나 지역 분쟁에 개입하는 것으로 인식된다면, 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군비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