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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총수 누구냐' 논란 끝…공정위, 김범석으로 결론 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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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법인→개인' 변경…동생 김유석씨 경영 참여가 결정타
해외계열사 공시 확대·사익편취 규제 가능성↑…공정위 사건 처리도 속도
美 통상 부담에도 "법과 자료로 판단"…내부선 '플랫폼 규제 전환점' 평가
쿠팡 "사익편취 우려 없다"…행정소송 예고

쿠팡 본사와 김범석 쿠팡 Inc 의장. 연합뉴스쿠팡 본사와 김범석 쿠팡 Inc 의장.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5년 만에 쿠팡 기업집단의 총수를 법인에서 쿠팡Inc 의장인 김범석으로 변경하면서, 그동안 인정해온 '법인 총수' 예외를 거둬들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판단으로 쿠팡은 해외 계열사 공시 의무가 확대되고, 그간 적용되지 않던 사익편취 규제도 직접 검토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동생 김유석 경영 참여가 결정타

 
공정위는 29일 2026년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하면서 쿠팡의 동일인, 즉 대기업집단 규제의 최종 책임자를 법인 쿠팡에서 김범석 의장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그동안 쿠팡이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을 충족한다고 보고 자연인이 아닌 법인을 총수로 판단해 왔지만, 올해는 더 이상 해당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봤다.

결정적 계기는 김 의장의 동생 김유석 씨의 경영 참여 여부였다. 공정위는 현장점검 과정에서 김 씨가 쿠팡 내에서 단순 실무자가 아니라 주요 계열사 대표와 유사한 수준의 지위와 처우를 받고, 물류·배송 정책 관련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차례 주재하거나 주요 사업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 동생 김유석씨. 김유석 링크드인 프로필 캡처김 의장 동생 김유석씨. 김유석 링크드인 프로필 캡처
공정위에 따르면 김 씨는 부사장급으로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등급과 유사한 지위에 있었고, 물류·배송 정책과 관련한 회의를 주최하며 업무 실적을 점검하거나 물량 확대, 배송 정책 변경 같은 개선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장관 공정위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쿠팡 청문회 때 문제 제기가 있었고 김유석씨의 경영 참여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며 "부사장급 지위는 청문회 과정에서 알려졌다"고 말했다. 결국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이 무너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쿠팡, 해외 공시·사익편취 규제 범위 확대

 연합뉴스연합뉴스
이번 동일인 변경으로 가장 먼저 달라지는 것은 규제 범위다. 쿠팡은 앞으로 동일인과 친족이 20% 이상 지분을 보유한 해외 계열회사의 일반 현황과 주주 현황 등을 공시해야 한다. 관련 자료는 이르면 다음 달 말까지 제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공정거래법 47조의 특수관계인 부당이익 제공 금지, 이른바 사익편취 규제도 적용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생겼다. 이 규정은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에 계열사를 동원해 사업 기회를 몰아주거나 자금을 유리하게 지원하는 행위를 막는 장치인데, 동일인이 자연인일 때 본격 적용된다.
 
쿠팡은 그동안 법인이 총수로 지정돼 있어 이러한 규제의 직접 대상에서 비켜 있었지만, 이번 판단으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이번 조치는 2021년 쿠팡이 처음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이후 이어진 논란에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 의미가 있다. 당시 공정위는 김 의장이 쿠팡Inc를 사실상 지배한다고 보면서도 외국 국적, 해외 상장 구조, 규제 실효성 등을 이유로 법인을 총수로 판단했다.

이후 2024년 공정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법인 동일인 예외 요건이 명문화됐고, 쿠팡은 해당 규정에 따라 2024년과 2025년에도 법인을 동일인으로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친족 경영 참여라는 사실관계가 새롭게 확인되면서 예외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이 바뀌었다.
 

공정위, 美 통상 부담에도 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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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미국과의 민감한 관계 속에서도 이번 결정을 밀어붙인 배경에도 이목이 모아진다.

쿠팡 사안은 개인정보 유출, PB(자체 브랜드) 상품 검색 순위 조작 의혹, 납품업체 갑질 문제 등이 연이어 불거지는 과정에서 미국 투자사들이 국제투자분쟁(ISDS) 의향서를 제출하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무역법 301조 청원을 제기하는 등 한때 통상 부담으로까지 번진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와 공정위는 특정 미국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른 판단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해 왔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오히려 이런 논란 때문에 더 원칙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는 기류도 읽힌다. 특정 기업이나 특정 국적을 겨냥했다는 시비를 피하려면 결국 법과 자료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동시에 쿠팡 사안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국내 대기업집단 규제를 어디까지 적용할지 보여주는 상징적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위가 쉽게 물러서기 어려운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번 동일인 판단이 단순한 한 기업의 총수 지정 문제가 아니라 향후 유사 사례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사 과정에서 누적된 공정위의 피로감도 변수로 거론된다. 쿠팡은 과거 PB 상품 검색 순위 조작 의혹 사건으로 1600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을 때 공정위와 공개 공방을 벌였고, 임의 조사 과정에서도 상대적으로 비협조적이었다는 평가가 공정위 안팎에서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이번 동일인 판단을 둘러싼 내부 기류에도 이런 누적된 경험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동일인 변경은 다른 쿠팡 사건 처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공정위에는 현재 쿠팡의 와우멤버십 '끼워팔기' 의혹, 쿠팡이츠 최혜대우 요구 의혹, 인기상품 가로채기 의혹, 하도급법 위반 사건 등이 계류돼 있다.

특히 와우멤버십을 둘러싼 끼워팔기 사건은 상반기 중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시장을 온라인 쇼핑 전체로 볼지, 빠른 배송 중심 이커머스로 좁혀 볼지에 따라 쿠팡의 시장지배적 지위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데, 만약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될 경우 일반 불공정보다 훨씬 무거운 제재가 가능해진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동일인 변경 문제를 일단 매듭지은 만큼 다른 핵심 사건 처리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쿠팡 김유석 관련 자료 허위 제출 여부도 쟁점

 
쿠팡이 과거 공시집단 지정 자료에서 김유석 씨의 경영 참여 여부를 어떻게 설명했는지, 해당 자료가 허위 제출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쟁점이다.

최 국장은 이에 대해 "(동일인) 지정과는 별도의 법적 요건을 검토할 부분이 있다"며 "지정자료 허위 제출 여부는 관련 자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단순 동일인 변경을 넘어 추가 제재나 고발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공정위는 이번 결정의 의미를 '권한과 책임의 일치'라고 설명했다.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와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의 최종 책임자인 동일인을 일치시켜 권한과 책임의 괴리를 해소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동일인 제도를 보다 엄격하게 해석·적용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쿠팡은 즉각 반발했다. 쿠팡 측은 "쿠팡Inc는 한국 쿠팡 법인을 100% 소유하고, 한국 쿠팡도 자회사 및 손자회사를 100% 소유한 투명한 지배구조로, 김범석 의장과 친족은 한국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익편취 우려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쿠팡Inc는 미국 상장사로서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요구하는 특수관계자 공시 의무를 준수하는 등 엄격한 감시를 받고 있으며, 한국 쿠팡 법인은 변함없이 동일인 지정 예외 조건을 충족해 왔다"고 덧붙였다.

또 "김 의장의 동생은 공정거래법상 임원이 아니며 한국 계열사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향후 행정소송을 통해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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