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다음달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이 보름을 앞둔 가운데 미중 간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미국이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분야에서 중국을 옥죄고 이를 중국이 반격하는 형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란전쟁으로 상대적으로 불리해진 미국이 협상에서 활용할 카드를 쌓고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하지만 미중 정상회담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란전쟁으로 수세 몰린 美…中 향한 공세적 압박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차례 연기해 제시한 방중 날짜는 다음달 14~15일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이란전쟁에 대한 출구를 찾지 못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경제 제재를 지속하면서 공세를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를 겨냥한 대규모 증류(distillation) 의혹이다.
마이클 크라치오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은 23일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미국은 주로 중국을 비롯해 외국 업체들이 미국의 AI를 훔치기 위해 대규모 증류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증류는 AI 업체들이 고성능 AI 모델의 답변을 학습 재료로 삼는 기법을 말한다.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는 24일 새 모델 'V4'를 발표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도 22일 첨단 반도체 관련 기술의 대중국 수출 통제를 강화한 '하드웨어 기술 통제 다자 동조법(MATCH Act)'을 통과시켰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을 막기 위해 촘촘하게 포위망을 짠 것으로 네덜란드, 일본 등 주요 동맹국에게도 미국 수준의 통제를 강제했다.
미국은 실제로 중국의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중국 화홍에게 특정 반도체 장비 공급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발송하기도 했다.
중국이 미국을 비판하며 중재에 나선 이란전쟁과 관련해서도 미국은 중국을 겨누고 있다. 미 재무부는 24일 헝리그룹이 수십억 달러 규모의 이란산 석유를 구입하는 '최대 고객' 중 하나라며 제재 명단에 올렸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다.
판다외교 가동한 中…희토류 등 반격 채비도
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판다 외교'를 재가동하며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에 나선 중국도 미국의 공세에는 적극 반격하고 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27일 미국의 대표적인 빅테크인 메타의 중국계 AI 에이전트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를 최종 불허했다.
메타는 지난해 12월 약 20억 달러(약 2조 9700억 원)에 마누스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중국 정부는 해당 거래가 기술 수출 관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중국 당국은 다른 첨단 기술 기업에게도 정부의 명시적 승인이 없는 한 미국 투자를 거부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 등의 중국 수출을 막듯이 중국도 AI 인재와 기술 자산이 미국으로 넘어가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중국이 28일 '희토류 관리 규정에 따른 행정처벌 기준표 초안'을 마련한 것도 미국을 향한 반격 카드가 될 전망이다. 희토류 채굴부터 유통까지의 전 과정에서 위반사항에 대한 처벌을 목적으로 한 이 초안을 통해 중국은 전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통제를 강화할 수 있다.
희토류는 중국이 사실상 세계 시장을 장악하면서 미국과의 2차 관세협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해주는 '자원 무기'다.
중국은 앞서 7일과 13일 '산업망·공급망 안전에 관한 규정'과 '반외국 부당 역외 관할 조례'를 발표한 것도 미국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 이 두 가지는 외국이 중국을 차별적으로 제재하면 중국도 수출입 금지 등을 통해 보복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미중 회담 또 연기?…'협상카드 쌓기'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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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이란 전쟁의 늪에 빠진 것이 베이징 정상회담의 가장 큰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차례 정상회담을 연기한 것은 이란 전쟁 와중에 미국을 떠나기 어렵다는 명분이였는데, 종전 협상을 향한 출구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회담이 한 차례 더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가뜩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좋지 않은데 트럼프 대통령이 방중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란 전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책임론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에 부담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3월말로 예정된 회담 연기를 언급한 것은 대략 보름 전인 3월 16일이다. 아직 트럼프 대통령 주변에서는 회담 연기와 관련된 언급은 없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은 최근 양측 실무진 수백 명이 막바지 준비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의제뿐 아니라 경호·의전·만찬 등 회담 전반에 걸쳐 즉흥적인 방식의 막판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다.
정상회담이 미국 발표대로 열린다면 중국을 향한 미국의 잇단 조치들은 협상 카드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첨단기술을 둘러싼 양국의 경쟁이 이번 회담의 의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보잉 항공기 구입이나 농산물 구매 등 개별 사안들에 초점을 맞추는 '소박한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