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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선거보다 못한 전북교육감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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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교육은 뒷전, 셈법만
정책 실종…단일화만 남아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누가 누굴 이끄나."
 
기자는 고등학교 2학년 시절 '학급 반장' 선거에 나선 바 있다.
 
이 선거에 나선 이유를 두고 부끄러운 고백을 하나 하자면, "반장이 됐을 시 PMP(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를 사주겠다"는 어머니의 달콤한 제안이 있어 반장 선거에 나갔다. (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절 PMP는 집 밖에서 미국 드라마와 가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귀한 존재였다.)
 
출마의 뜻이 그깟 PMP에 있었으니 제대로 된 공약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저 "친구들과 잘 소통하겠다", "선생님께 건의사항을 잘 전달하겠다"로 발표한 기억이 난다.
 
총 4명의 친구가 반장에 도전, 연설을 이어갔고 마지막 A 친구의 발표를 들을 땐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의 발표를 강도 높게 비판함과 동시에 구구절절 옳은 말을 했기 때문이다.
 
"소통 잘하겠다는 등 어떤 후보처럼 뻔하디뻔한 말은 하지 않겠다. 우리 학급은 급식실과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 점을 개선해 무엇무엇을 실시하겠고…"

최근 전북교육감 선거를 보면 "교육감이 돼 무엇을 하겠다"보단 "미래를 생각해 어디 편에 설 것인지"에 혈안인 모습이다.
 
당선될 후보와 단일화해 나중에 한 자리 맡기로 했다는 의혹, 이를 위해 도덕성이 없는 후보라 비난하다 대뜸 그 후보와 단일화하겠다는 발상, 현실을 핑계 삼아 완주하겠다는 '약속'을 꽤 쉽게 저버린 이야기들이 그렇다.
 
줄곧 여론조사에서 한 자릿수를 기록한 B 전북교육감 예비후보는 1위를 달리던 예비후보가 자신의 기고문을 표절했다고 그의 도덕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당시 그는 "교육감 선거도 여러 번 나선 예비후보가 자신의 기고문을 표절했다"며 "이로 인해 표절의 피해자가 돼 참담하고 비통하다"고 했다. 그러더니 돌연 그 후보와 단일화하겠다고 한다. 그는 완주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 사과 하나로 일련의 과정을 마무리했다.
 
급기야 B 후보의 총괄본부장으로 있었다는 사람까지 나서 "그(B후보)가 나에게 1위 후보의 편에 서면 정책국장 자리를 받게 되니 이해해달라고 말했다"며 통화 녹음까지 폭로하는 소동도 발생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끝난 후 수험생들이 가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제공대학수학능력 시험이 끝난 후 수험생들이 가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제공
교육감의 비전보다 자신의 안위가 더 중요했던 건 비단 B후보만의 일은 아니다. 앞서 있었던 전북교육감 선거의 또 다른 단일화를 두고도 "자리를 약속받고 한 단일화"라는 소문 역시 전해지고 있다.
 
다시 반장 선거로 돌아가 보면, A 친구는 선거를 포기하지 않았다. 나 역시 큰 부끄러움을 느끼고 부랴부랴 '체육대회 공약'을 만들어봤다. 서로에게 자리를 제안하지 않았다. 투표권이 있는 친구들을 공약으로 설득하는 방법밖에 몰라서 그랬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듯하다.
 
돌이켜보면 비록 반장은 됐지만, 공약으로만 질주한 A 친구가 더 자격 있었다고 생각한다. 전북 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 배우고 성장할지를 결정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 권력 나눠 먹기를 멈추고 A 친구에게 선거를 배우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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