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측 대표교섭위원인 여명구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최승호 위원장(왼쪽)이 20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사협상 결렬에 따른 입장을 밝힌 뒤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지급 문제를 놓고 총파업 하루 앞 벼랑 끝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갈등 조정자로 등판했다. 노동조합이 예정대로 총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반도체 타격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자 정부도 대화 불씨를 살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대통령까지 노조 행보에 강한 비판 메시지를 던지면서 노사 모두 부담이 극에 달한 만큼 상황 반전 가능성도 열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0일 오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조정하는 삼성전자 노사 교섭이 오후 4시부터 노동부 경기고용노동청에서 개최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노사는 오전에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서 박수근 중노위원장 주재하에 사후조정 회의를 열었지만, 결국 빈손으로 협상을 마쳤다. 노사가 자율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박 위원장이 조정안을 제시하고 양측에 동의를 구했지만 사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조정 종료, 즉 협상이 결렬된 것이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조의 최승호 위원장은 직후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사후조정 절차가 종료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노조는 예정대로 내일(21일) 적법하게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다만 "노조는 중노위가 제시한 조정안에 동의했다"며 "파업 기간에도 타결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노사는 지난 18일부터 이어진 사후조정 회의에서 성과급 지급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많이 좁혔다. 다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담당인 DS부문의 비메모리 적자 사업부에도 억대 성과급을 지급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조율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DS부문 조합원이 과반으로서, 협상 주도권을 쥔 초기업노조는 그간 영업이익의 13~15%를 떼어내 해당 부문 소속 직원이면 공통으로 지급하는 몫으로 70%를 할당하고, 나머지 30%는 사업부별 성과를 따져 차등 지급하자고 요구해왔다. 결국 초호황인 메모리 사업부뿐 아니라 비메모리 적자 사업부도 DS부문으로서 많은 성과급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사측은 영업이익의 10% 안팎의 재원을 공통 지급분 40%, 성과 연동 차등지급분 60%의 비율로 배분해야 한다고 맞서며 성과급은 성과와 연동돼야 한다는 입장을 꺾지 않았다. 결국 사측 입장으로 수렴되는 듯했으나, 노조는 재원을 사측 제시안보다 늘리는 방식으로라도 비메모리 사업부를 안고 가려 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 입장에서는 다양한 사업부를 아우르는 성과급의 합리성을, 노조 입장에서는 과반인 DS부문 조합원들의 이해관계 반영을 앞세웠던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이런 갈등은 협상 결렬 후 사측의 입장에도 일부 반영됐다. 삼성전자는 입장문을 통해 "노조는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이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 파업이 국가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가 큰 만큼 장관이 직접 막판 조정에 나선 가운데 고용노동부는 "마지막까지 노사 자율교섭으로 해결되도록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일부 노조'를 언급하며 강한 비판 메시지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지금 일부 노조가 단결권·단체행동권을 통해 단체교섭을 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데, 거기에도 적정한 선이 있지 않느냐"며 "노동3권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 몇몇 사람만의 이익을 위해 집단으로 뭔가를 관철해 내도록 무력을 준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투자자들의 경우 위험과 손실을 부담했으니 당연히 이익을 나눠 갖는 권한을 갖는다. 영업이익을 배분받는 건 투자자와 주주"라며 "영업이익을 세금도 떼기 전에 일정 비율로 제도적으로 나눠 갖는 것은 투자자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노조가 '선 넘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도 21일 파업이 현실화 된다면 노사 모두 치명상이 불가피하기에 극적 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정부는 이미 여러 차례 경제 충격 우려를 근거로 삼성전자 노조 파업 시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함을 언급한 만큼 노조로서는 파업 정지에 따른 투쟁력 약화 상황도 부담 요소다. 사측 역시 파업 상황과 맞물려 빈약한 갈등 조정 능력이 노출되며 신인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