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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트럼프의 도박, 대만 총통과 통화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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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웅의 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賴 총통과 통화할 것"
NYT "中 격분시킬 수 있어"
"中, 봉쇄 및 대화 중단 가능"
로이터 "통화 준비 정황 없어"
蔡 총통과 통화 때는 물러서

연합뉴스연합뉴스
만약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미국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흔히 받게 되는 질문이다.  

하지만 이것을 시진핑 국가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면전에서 직접 물어봤다면 깜짝 놀랄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자신에게 이 질문을 했다고, 지난 5월 15일 방영된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 밝혔다.

시 주석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통수권자다. 대만을 '무력으로라도 통일하겠다'고 누차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이번에 미국 대통령 앞에서 대놓고 '대만 침공' 얘기를 꺼냈다. 국빈으로 초청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이라서 더 의외다.

시진핑의 질문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무시로 비칠 수도 있다. 대만 방위 약속은 '대만관계법'이라는 미국 법률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에 따르면, 지난 5월 14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두 정상은 밤새도록 대만 및 무기 판매 관련 얘기를 나눴다.

시 주석은 아마 '대만은 중국 영토'라는 주장을 마음껏 펼쳤을 것이다. 이른바 '대만문제 일타강사'로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강을 했을 듯하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 문제를 논의한 것은 심각한 사안이다. 미국 국내적으로 볼 때 그렇다.

지난 1982년 레이건 행정부가 비공개적으로 대만에 약속한 '6대 보장'(Six Assurances)을 스스로 뒤집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6개의 보장 중 두 번째가 바로 '무기 판매와 관련해 중국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무기 판매의 종료 시한을 정하지 않고, 대만관계법을 수정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단교 이후 대만을 안심시키려는 조치다.

'6대 보장'은 이후 미국의 대만정책에서 중요한 기준이 됐고, 모든 대통령들은 빠짐없이 이 보장을 준수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 방위 공약의 한 축을 스스로 무너뜨렸다. 중국과 어떤 뒷거래가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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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중국을 충격에 빠뜨리는 발언을 했다. 대만의 라이칭더 (賴淸德) 총통과 직접 통화를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지난 1979년 수교 이후 미국 대통령이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외교 관계 수립 과정에서 '하나의 중국'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직후 차이잉원 (蔡英文) 당시 대만 총통의 전화를 받고 통화한 적은 있다. 하지만 이때는 당선인 신분이었다.

당시 '11분짜리 통화'는 중국의 강력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듬해 2월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며 완전히 물러섰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시간 지난 20일, 현직 신분으로 대만 총통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5일 귀국행 에어포스원에서 라이칭더 총통과의 대화 필요성을 넌지시 언급한 데 이어, 통화 의지를 분명히 재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7년 동안 대만의 현상 유지를 떠받쳐온 또다른 기둥 하나를 붕괴 직전으로 만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현지 시각 지난 15일 귀국했다. 사진은 전용 헬기를 타고 백악관에 도착한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트럼프 대통령이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을 마치고 현지 시각 지난 15일 귀국했다. 사진은 전용 헬기를 타고 백악관에 도착한 모습. 백악관 홈페이지 캡처
미국 뉴욕타임스신문(NYT)은 트럼프의 발언이 "미국의 외교 관례 (protocol)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중국을 격분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14일 베이징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대만 문제를 잘못 다루면 미중이 충돌을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의 경고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총통과 직접 통화를 하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시진핑의 '공개 경고'를 우습게 만들고 있다. 그것도 단 6일 만이다.

중국 외교부는 즉각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합의를 이행하고, 약속과 발언을 존중하라"며 반발했다.  

트럼프는 중국의 양해를 얻어 통화를 시도할 지도 모른다. 대신 중국에 무기판매 연기라는 선물을 주면 '거래'가 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중국이 수용할 리 만무하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이 깨지는 것을 가장 우려할 것이다. 통화를 한 번 용인하면 반복될 수 있다.

중국은 독립 성향의 민진당 출신인 라이칭더 총통을 '분열주의자' 또는 '독립분자'로 규정하고 있다. '총통'이라는 호칭도 절대 쓰지 않는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정부간 교류를 모두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거부할 때마다 무력 시위로 반대 의지를 과시해 왔다.
 
2022년 8월 미국 의전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대만을 이틀간 방문했다. 중국은 하루 뒤 대만 섬을 봉쇄하는 무력 시위로 대응했다.

당시 중국은 군함과 전투기를 대거 대만해협 중간선 너머로 진입시켰다. 이때부터 1955년 미국이 설정한 중간선은 사실상 무효가 됐다.

이후 인민해방군의 군함, 전투기, 전폭기, 드론 등은 대만해협 중간선과 대만의 방공식별 구역을 무시하고 거의 매일 넘나들고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라이칭더 총통과 통화를 강행한다면, 중국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때 이상의 무력 시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월 8일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대만을 방문한 산티아고 페냐 (Santiago Pena) 파라과이 대통령과 함께 군 의장대를 함께 사열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의 왼쪽이 라이칭더 총통. 파라과이는 남미에서 유일한 대만의 수교국이다. 이날 공식 환영식은 타이베이에 있는 대만 총통부 앞마당에서 열렸다.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캡처지난 5월 8일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총통이 대만을 방문한 산티아고 페냐 (Santiago Pena) 파라과이 대통령과 함께 군 의장대를 함께 사열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의 왼쪽이 라이칭더 총통. 파라과이는 남미에서 유일한 대만의 수교국이다. 이날 공식 환영식은 타이베이에 있는 대만 총통부 앞마당에서 열렸다. 대만 총통부 홈페이지 캡처
대만의 라이칭더 총통과 집권 민진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 일단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지난 20일 총통 취임 2주년 회견에서 통화가 성사되면 "대만 사회의 목소리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진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제안이 역사적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고, 대만 중앙통신사(CNA)는 전했다.

라이칭더 총통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 성공한다면, 대만 당국은 독립적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조심스러운 태도도 느껴진다. 판멍안 (潘孟安) 총통부 비서장은 "원수간 대화에는 엄격함이 있다"며 "국제 관례를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은 트럼프의 전화가 부정적 여파를 몰고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기 판매의 연기 또는 중단을 통보받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황당한 요구를 들고나올 경우에도 난감해진다. 미국은 대만 반도체 공장의 미국 추가 이전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대만의 안보는 즉시 풍전등화의 처지가 된다. 이런 점에서는 우크라이나와 비슷하다.  

라이칭더 총통은 과거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카드가 없다"며 거칠게 면박을 주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과 대만 총통부 간에 전화 통화를 준비하는 정황은 아직 없다고, 로이터 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소속 모 여단의 신형포 사격 훈련 모습. 동부전구는 대만을 담당하는 전구(戰區)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인 지난 2025년 3월 15일에 게시됐다.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소속 모 여단의 신형포 사격 훈련 모습. 동부전구는 대만을 담당하는 전구(戰區)다. 사진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기간인 지난 2025년 3월 15일에 게시됐다.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대만의 우자오셰(吳釗燮) 국가안보회의 비서장은 23일, 중국이 최근 동아시아에 100척 이상의 군함과 해경 함정 등을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발언'에 대한 반발 표시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라이칭더와 통화를 강행한다면, 대만해협은 급속히 위기에 빠지게 된다. 미중관계도 대치국면으로 돌아가게 된다.

정상회담을 한 지 2주도 되지않은 시점에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다면, 양국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국은 지난 2022년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국과의 군사적 소통 채널을 모두 차단했다.

이후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우발적 군사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요청으로 소통채널이 복구되는 데 1년 이상이 걸렸다.

미국은 아직 이란과 전쟁상태다. 동아시아의 군사자산은 대거 중동으로 이전 배치돼 있다. 이런 시점에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때문에 이번 '통화 발언'이 중국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적 협상술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래도 강행한다면 위험천만한 도박이나 다름없다. 이 도박에는 대만뿐 아니라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체가 걸려 있다.

강성웅 국제정치 칼럼니스트, 전 YTN 베이징특파원

※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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