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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그은 선, 자연이 무너뜨린다…공존과 기준선의 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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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유하고 측정해온 인간 문명의 이면
프랑크 베스테르만 '공존한다는 착각'
빌코 그라프 폰 하르덴베르크 '해수면 0미터'

다산초당 제공다산초당 제공
자연을 보호하고 동물과 공존한다는 인간의 말은 정말 자연을 위한 것일까. 네덜란드 논픽션 작가 프랑크 베스테르만의 '공존한다는 착각'은 16세기 북동항로를 찾아 나선 네덜란드 탐험대의 항해일지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기록 속 인간 영웅이 아니라 그들 앞에 나타난 동물들의 흔적을 따라간다. 일각돌고래, 노르웨이레밍, 유럽뱀장어, 흑기러기, 북극곰, 순록, 왕게 등 일곱 동물의 이야기를 정치·역사·과학·문화의 장면과 엮어낸다.

일각돌고래 이야기에서는 '바다의 유니콘'이라 불린 엄니가 인간 세계에서 상징과 소유물로 바뀌는 과정을 좇는다. 노르웨이레밍을 다룬 장에서는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동물'이라는 오래된 오해를 걷어내며, 인간이 동물의 행동에 얼마나 쉽게 목적과 의지를 덧씌우는지를 보여준다.

유럽뱀장어의 이야기는 개발의 언어를 되묻는다. 저자는 댐과 배수로 설계법은 배웠지만 "물고기가 지나가는 길을 배려한 설계법은 배우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인간에게는 업적인 구조물이 다른 생명에게는 길을 끊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북극곰은 사냥의 전리품에서 기후위기의 상징으로 바뀌었다. 저자는 인간의 인식 속에서 북극곰이 "잔혹한 야생 동물에서 사랑스러운 존재로" 변했다며, 동물을 향한 사랑조차 인간의 필요에 따라 새로 붙인 이름은 아닌지 묻는다.

순록과 왕게 이야기는 국경과 외래종이라는 인간의 질서를 흔든다. 순록은 노르웨이와 러시아의 국경 표지판을 무시하고 지나가지만, 인간 사회에서는 '불법 이민자'처럼 단속된다. 인간이 옮겨놓은 왕게는 다시 '침입 외래종'이라는 이름을 얻는다.

저자는 인간이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동물을 소유하고 통제해온 방식을 추적하며, 우리가 말하는 '공존'이 누구를 위한 공존인지 되묻는다.

프랑크 베스테르만 지음 | 정신재 옮김 | 다산초당


에코리브르 제공에코리브르 제공

수직 기준면 설정의 역사 '해수면 0미터'


기후 변화 시대에 해수면 상승은 익숙한 경고가 됐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해수면 0미터'는 언제부터 세계를 재는 기준이 됐을까. 빌코 그라프 폰 하르덴베르크의 신간 '해수면 0미터'는 평균 해수면이 고도 측정의 기준에서 지구 온난화의 상징으로 바뀌기까지의 역사를 추적한다.

책은 해수면을 자연스럽게 주어진 기준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측정 체계로 본다. 저자는 "고도를 측정하는 기준선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발명하고 도출하고 서술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해수면이라는 기준에는 과학과 기술, 국가 행정, 상업적 이해관계가 함께 얽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베네치아와 암스테르담, 발트해 연안, 파나마와 수에즈 운하, 히말라야 산기슭을 오가며 평균 해수면의 형성 과정을 살핀다. 해수면 개념은 계몽주의 시대의 물리학과 측량 기술에서 출발해 국가 주도 공공사업, 식민지 확장, 냉전기 위성 기술, 기후위기 인식 속에서 다른 의미를 얻었다.

해수면 측정의 출발점은 서유럽의 항구와 갯벌이었다. 베네치아는 15세기부터 건물 기초에 생긴 해조류의 상한선을 수심 기준으로 삼았고, 암스테르담은 도시 성벽과 항구 운영을 위해 해수면 높이를 공식 기록했다. 1675년에는 만조 수위의 평균을 도시의 공식 수직 기준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바다는 고정된 선이 아니었다. 파도와 바람, 기압 변화는 측정을 흔들었고, 짧은 자료로 만든 평균은 쉽게 왜곡됐다. 책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반복 측정과 긴 시간의 자료를 통해서만 만들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해수면 0미터'는 평균 해수면을 안정적 기준으로 삼아온 근대의 확신이 인류세 시대에 다시 흔들리고 있음을 말한다. 상승하는 바다는 더 이상 지도와 건축을 위한 조용한 영점이 아니라, 해안 생태계와 도시, 섬 공동체의 미래를 가늠하는 기후위기의 지표가 됐다.

빌코 그라프 폰 하르덴베르크 지음 | 강현주 옮김 | 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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