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주택가 우편함에 수거되지 않은 선거 공보물 봉투들이 두껍게 부푼 채 그대로 꽂혀 있다. 한아름 기자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선거 공보물이 정작 유권자들에게 외면받으며 우편함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실효성 있는 공보물 전달 방식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광주 북구의 한 주택가 우편함에는 수거되지 않은 선거 공보물 봉투들이 두껍게 부푼 채 그대로 꽂혀 있었다.
이미 사전투표가 종료됐고 본투표를 하루 앞뒀음에도 후보자들의 정보를 알리는 공보물이 유권자의 손에 닿지도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차라리 인터넷 검색할게요" 공급자 중심 공보물에 지쳤다
특히 1인 가구가 밀집한 원룸·빌라촌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우편함마다 공보물이 무더기로 쌓이자 참다못한 집주인이 입주민 단체 채팅방을 통해 '공보물을 제발 가져 가라'고 애원하는 웃지 못할 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공급자 중심으로 일방적인 정보만 나열된 공보물의 구성 방식을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전남대학교 학생 정인호(25) 씨는 "당에 상관 없이 공보물에 적힌 후보자들의 말이 '거기서 거기' 같을 때가 많아 차라리 인터넷을 통해 공약을 비교 확인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광산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유나래(23·여)씨 역시 공보물의 불친절한 구성에 아쉬움을 내비쳤다. 김 씨는 "내가 사는 지역에 딱 맞는 공약을 찾기 어렵고, 정작 궁금한 공약 설명은 너무 작게 적혀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역 특색을 살릴 구체적인 방안이 무엇인지 후보별로 비교할 수 있게끔 담겼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이 공보물을 꼼꼼히 살피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불만은 잇따랐다. 돋보기를 가지고 공보물을 하나하나 읽어본다는 북구 주민 양 모(87)씨는 "자신이 핵심으로 삼는 것이 무엇인지 강조해서 공보물을 내놔야 판단이 쉬운데 얼렁뚱땅 적어 보내고 넘기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쓴소리를 했다.
수천만 장 종이 낭비…"선택적 발송·단계적 디지털화" 도입해야
제9회 지방선거 투표안내문·선거공보 배달. 연합뉴스이번 선거에서 광주 지역에 발송된 공보물은 총 66만 1천여 부, 전남 지역에는 91만 1천여 부에 달한다. 한 가구당 배달되는 공보물이 수십 장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광주·전남 지역에서만 수천만 장의 종이가 제작돼 배달된 것이다.
공보물 기획을 제외하곤 우편 발송비까지 전액 국민 세금으로 진행되는데, 형식주의에 갇힌 디자인과 일방적인 정보 제공 탓에 막대한 자원 낭비와 피로감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종이 공보물이 가진 '보편적 정보 제공'이라는 공익적 가치를 지키면서도 시대 변화에 맞춘 현실적인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한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선 선제 디지털 공보물을 시범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며 "기존 종이 공보물의 분량을 한두 페이지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면서, 점진적으로 전면적인 디지털 전환을 유도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다만 "스마트폰 사용이 익숙지 않은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 계층을 배려해 인쇄물 발행을 병행하되, 그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편함 쓰레기'라는 오명을 벗고 유권자에게 진정으로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공급자 중심의 낡은 공보물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