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제공'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연구를 막아야 한다'는 강화된 관리 감독 규제가 오히려 인류에 필요한 핵심 과학 발전까지 제한할 수 있다는 사실이 KAIST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는 기술경영학부 권석범 교수가 이중 용도 연구에 관한 강화된 보안 규제가 핵심 과학 발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을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통해 규명했다고 5일 밝혔다.
이중용도연구는 백신·치료제 개발처럼 인류에 기여할 수 있는 동시에 생물무기나 생물테러 등 안보 위험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연구를 의미한다. 대표적으로 바이러스 변이 연구나 병원체 전파 연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KAIST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이중용도연구에 대한 보안 감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으며, 2025년에는 대통령 행정명령(EO 14292)을 통해 추가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런 규제 강화가 과학 발전과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부족한 상황이었다.
권석범 교수는 미국 특허청(USPTO)의 다단계 보안 심사 절차와 특허-논문 인용 데이터를 결합한 새로운 분석 방법론을 개발해 약 60만 건의 연구 논문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중용도연구는 일반 연구보다 과학적 영향력이 일관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규제 대상이 되는 연구일수록 과학 발전과 기술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또 미국 연방정부가 직접 관여한 이중용도연구의 비중은 1981년 약 41%에서 2005년 약 22%로 감소한 반면, 외국 기관이 관여한 비중은 같은 기간 35%에서 54%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이중용도연구를 둘러싼 국제 정책 논의에 데이터 기반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바이오뿐 아니라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안보와 연결될 수 있는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향후 연구 규제와 글로벌 협력 체계 논의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권석범 교수는 "한 국가의 규제 강화만으로는 자국 내 과학적 파급력이 큰 연구에만 불균형적인 제약을 가하면서, 동일한 중요성을 가진 해외 연구의 발전은 막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과학 발전과 국가안보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제 협력과 균형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논문은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5일 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