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윤창원 기자"선거에 이겼는지, 졌는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우리 마음대로 무언가 추진하는 건 여론과 반대되는 행보다"더불어민주당 한 재선 의원의 지적이다. 6·3지방선거 이후 패인을 명확히 짚지 않은 채 차기 당권을 둘러싼 대립만 부각되면서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이렇듯 '일 잘하는 지방정부'라는 선거 구호와 달리 민주당에게 민생 의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난데없는 '보완수사권 폐지'
논란의 중심에는 정청래 대표가 있다.
정 대표는 12일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라고 적었다. 당원 1인 1표제를 시도당위원장·전국위원장 선출 과정까지 확대하는 당규 개정안도 오는 16일 중앙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보완수사권 폐지와 당원 1인 1표제는 정 대표가 그동안 밝혀온 소신에 가깝다. 문제는 시점이다. 지방선거 책임론이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가 지지층 결집용 메시지를 먼저 꺼낸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보완수사권 폐지는 당·청 갈등의 최대 뇌관으로 꼽힌다. 당내 개혁파는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장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보완수사 요구권 신설 등 절충안을 거론하고 있다.
파괴력이 큰 검찰개혁 이슈가 다시 전면에 오르면 다른 현안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
올 하반기 국회에는 출발부터 굵직한 안건이 쌓여 있다. 한성숙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국민참정권 침해 사태 관련 국정조사, 원 구성 협상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전반기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민생 법안도 87건에 달한다.
원내지도부가 보완수사권의 즉각적인 논의 착수에 선을 그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주희 원내대변인은 "안팎의 여러 논의 사항이 산적해 있기에 당장 그 논의를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당 지도부는 지난 3월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법을 둘러싼 여권 잡음을 봉합하면서 보완수사권 문제를 숙의해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 대표의 돌발 메시지가 당의 기존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왼쪽)이 10일 국회에서 지방선거 이후 처음으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을 강조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친명계는 '정청래 때리기'
친명계는 정 대표가 보완수사권 폐지와 당원 1인 1표제 등 강성 지지층에 소구력 있는 메시지를 연일 띄우자, 곧바로 견제에 나섰다.
이건태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 대표가) 출마하실 거면 대표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경쟁하시기 바란다"며 "당원주권 시대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우리 지도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와 가까운 강득구 최고위원도 "국민과 당원은 영원하지만, 당권은 짧다"며 정 대표를 압박했다.
다만 이들 역시 '정청래 흔들기'에만 몰두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수도권 부동산 정책, 서울시장 선거의 주요 패인으로 꼽히는 2030 세대의 반민주당 정서 등 여권이 공동으로 짚어야 할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있어서다.
친청계 박규환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선거 과정에서) 진짜로 다른 마음을 먹은 사람들이 있었다"며 "사실관계, 객관적인 자료에 입각하지 않고 당 대표를 인상 비평한다는 느낌"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민주당 지지율 동반 하락
당권 공방이 이어지는 사이 이재명 대통령 국정 지지도와 민주당 지지도는 함께 하락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57%로 나타났다. 3주 전 조사보다 7%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실 및 부정선거·선관위 문제 16%, 경제·민생·고환율 14%, 부동산 정책 9%,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 8% 순으로 꼽혔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41%, 국민의힘 29%였다. 민주당은 3주 전보다 4%포인트 하락했고, 국민의힘은 7%포인트 오르며 이재명 정부 출범 뒤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용된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