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AR 판독 후 판정을 번복한 대니 마켈리 주심. 연합뉴스미국이 파라과이를 완파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에서 VAR(비디오판독시스템)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 탄생했다.
미국은 13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잉글우드의 로스앤젤레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월드컵 D조 1차전에서 4-1 완승을 거뒀다. 미국의 압도적인 경기력만큼이나 눈길을 끈 것은 판정 순간이었다.
역사적인 장면은 미국이 3-0으로 앞서고 있던 후반 5분에 나왔다. 미국의 베테랑 수비수 팀 리암이 파라과이의 미겔 알미론을 향해 태클을 시도했다. 주심은 리암에게 반칙을 선언하며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파라과이의 프리킥으로 경기가 재개됐다.
바로 그 순간 반전이 일어났다. 대니 마켈리 주심이 VAR 심판의 신호를 받고 경기장 소형 모니터 화면으로 향했다. 판독을 마친 마켈리 주심은 리암에게 줬던 경고를 취소했다. 대신 명백한 시뮬레이션 액션을 시도한 파라과이의 알미론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는 월드컵 역사상 '대상 오인'으로 인해 VAR이 개입해 판정을 뒤집은 최초의 사례다. 전 웨일스 국가대표 수비수 애슐리 윌리엄스는 영국 매체 'BBC'를 통해 "프리킥을 차게 놔둔 뒤 판정을 번복한 건 기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옳은 결정이었다"며 "처음 보는 장면이었지만 훌륭한 판정"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판정은 FIFA가 도입한 새로운 규칙 덕분에 가능했다. FIFA는 이번 대회부터 VAR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선수 오인을 바로잡는 것은 물론, 코너킥 상황이나 경고 누적 퇴장 시 두 번째 경고 상황까지 VAR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시간 지연 행위인 이른바 '침대축구'를 방지하기 위한 강력한 규정도 신설됐다. 이번 시즌부터 적용된 '골키퍼 8초 룰'에 이어, 스로인과 코너킥 역시 5초 이내에 진행하도록 규칙이 확대됐다. 선수가 의도적으로 시간을 끈다고 판단되면 심판이 5초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시간 내에 스로인이나 골킥 등을 진행하지 않으면 소유권은 곧바로 상대 팀에게 넘어간다.
이 새로운 규칙의 첫 희생양도 같은 날 나왔다. 미국과 파라과이전에 앞서 캐나다 토론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캐나다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B조 1차전(1-1 무)에서 '스로인 5초 룰' 위반 첫 사례가 기록됐다. 후반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의 수비수 세아드 콜라시나츠가 스로인 상황에서 너무 오래 머뭇거리자, 주심은 지체 없이 캐나다에 공격권을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