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균 목사(순복음강남교회, CBS 자문위원) 제공
소설『파친코』의 저자인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가 지난 2026년 5월 17일 예일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했다. 그는 졸업생을 향하여 '팬데믹, 끔찍한 전쟁들, 총기 난사, 산불, 기후 변화, 인플레이션, 투표권 축소, 인공지능(AI), 클립 경제와 관심 경제, 거대 기술 플랫폼의 질적 저하, 극심한 경제적 불평등'을 꼽으며 만연해진 상호 불신에 환장할 노릇이라고 했다. 이것이 현재 미국의 대학 졸업생들이 눈앞에 둔 현실이다. 이는 그들만이 겪고 있는 현실이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젊은 세대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날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들에게 무엇을 전하고 있는 것일까? 무엇인가를 전할 수 있는 자격은 갖추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은퇴를 넘어서고 있는 대한민국의 베이비 부머 세대다. 얼마 전,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기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던 도중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지나고 보니 우리 자녀들에게 탐욕만 가르쳐 준 것은 아닌지 괴롭다'. 그 말에 누구도 아니라고 대답하지 못했다.
이민진 작가의『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라는 소설에 등장하는 말이다. '아버지야말로 우리 같은 자식을 낳아서 복권 당첨된 줄 아셔야 해요.' 이 말은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이민 2세대가 이민 1세대인 아버지에게 한 말이다. 이민 1세대인 아버지는 이민 생활에 적응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려고 죽을 고생을 하며 살았다. 그렇게 살아왔던 아버지는 자녀들이 미국 사회에서 성공하여 보란 듯이 살기를 원했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이것저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저렇게 살라고 말한다고 살아지는 것이 인생인가? 다음 세대에게 자녀세대에게 무엇인가를 전하고 남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결국은 말보다 하루하루 살아내는 내 인생이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유산이다. 자녀 세대는, 우리의 다음 세대는 구호를 원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그들이 우리보다 더 앞서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변화에 온전하게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게 전할 수 있는 유산은 결국 내 믿음의 삶일 뿐이다.
이민목회 시절. 고등학교에 다니던 큰아들을 학교에 내려다 주고 올 때마다 학교로 걸어가던 큰아들을 향하여 "제임스 알 러뷰"라고 외쳤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그때는 그러고 싶었다. 아들도 나를 향해 '알 러뷰'라고 외쳐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큰아들은 마치 자신이 제임스가 아닌 것처럼 고개도 눈길도 주지 않았다. '아빠가 미쳤나?'라고 생각했을까? 학교를 마치고 만나면 "제발 좀 알 러뷰라고 외치지 말라"고 했지만 등굣길 때마다 "알 러뷰"라고 외치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해 땡스기빙 데이 주간에 아들이 손주를 데리고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차를 함께 타게 되었다. "은기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데 함께 가지 않겠느냐?"는 말에 따라 나선 것이다. 15분 남짓 걸리는 등굣길. 유치원에 도착하여 손주가 내릴 때가 되자 아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은기야. '대디 알 러뷰'라고 해야지." 그러자 손주는 쑥스러운 듯 "노우"라고 한다. "어, 그래? 그러면 아빠가 창문 내리고 큰 소리로 알 러뷰라고 외칠거야." 손주 녀석은 못 말리는 아빠라는 표정을 지으며 작은 목소리로 "알 러뷰~"하고 내린다. 어디서 본 듯한 모습.
아들과 손주 녀석이 그렇게 주고받는 대화를 처음 보고 들으며 한참 흐뭇했다. 그때 '큰 녀석 학교 데려다주면서 "알 러뷰"라고 외치기를 잘했구나. 그때 그렇게 하기를 정말 잘했구나' 생각했다. 공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기도해 주었더니 나를 끌어안으며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콧날이 시큰해졌다. '잘 키워주기는 네가 잘 큰 것이지.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