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사진정부가 농업 공익직불금 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자에 대해 전문의가 발급한 '농업 활동 가능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으나 형식적 진단서 발급 등으로 직불금 부정 수령 의혹이 일면서 직불금이 여전히 줄줄 새고 있다는 의심이 들게 하고 있다.
정부가 올해부터 농업 공익직불금 부정수급을 막겠다며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자를 대상으로 전문의가 발급한 '농업 활동 가능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의학적 근거가 모호한 소견서가 발급되고 있고 일선 지자체는 이 서류 한 장으로 현장 조사를 면제해 제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노인장기요양등급 받고…병원선 "농사 가능" 진단서 발급?
전남의 한 병원 진료실. 지난 5월 한 달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진단서를 발급해 달라는 고령 어르신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지자체로부터 "장기요양등급자가 기본형 공익직불금을 신청하려면 의사 진단서를 제출하라"는 안내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환자가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자인지를 알 수 없는 데다 눈앞의 고령 환자가 실제로 고된 농사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학적으로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남 지역의 한 전문의는 "직불금 신청 마감 달인 5월 한 달 동안 갑자기 어르신들이 잇따라 오셔서 농사를 지을 수 있다는 진단서를 써달라고 했다"며 "당장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신체인지 정확히 판단할 지표가 없어 '일상적인 생활에 지장은 없다' 수준으로 소견서를 써줬다"고 털어놨다.
지난 2년 평균 4만 7천여 명의 요양등급 판정자가 직불금 수령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활동 가능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한 건 실제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직불금을 챙기는 '가짜 농업인'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자가 남에게 대리 경작을 시키면서 직불금을 부당하게 받는 사례를 도려내겠다는 취지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등급을 판정받고도 기본형 공익직불금을 받은 농민은 지난 2024년에 4만 7121명, 지난해인 2025년에는 4만 6998명에 달한다.
지난 2년 4만 7천 명 안팎의 요양등급 판정자가 직접 농사를 짓는다며 적게는 130만 원에서 면적당 수백만 원까지 직불금을 받아 간 셈이다.
문제는 신청 과정에서 거름망 역할을 해야 할 일선 지자체들이 의사의 소견서 한 장을 근거로 까다로운 현장 점검을 무더기로 면제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접촉한 광주 지역 행정복지센터 담당자들은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자가 의사로부터 받은 활동 가능 진단서를 제출하면 현장 점검을 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관계자는 "장기요양 등급 판정자가 신청했을 때 일반적인 이행 점검은 진행하지 않는다"면서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경우 조사 부서에서 별도로 담당하여 현장 확인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이 검증 체계에 구멍이 난 것은 직불금이 농촌 현장에서 하나의 '보편 복지'로 당연시되는 오랜 관행 탓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한 관계자는 "기본형 공익직불금은 실경작자에게 지급하는 게 취지이지만 현장에서는 보편복지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괴리가 크다"고 말했다.
최근 대통령 지시로 실제 경작자에게 직불금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엄격히 관리하라는 주문이 떨어졌음에도, 정부가 부실한 검증 기준을 방치하고 있어 혈세 낭비를 막기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